2023/01/29 15

"너희는 나를 불러 주여 주여 하면서도 어찌하여 내가 말하는 것을 행하지 아니하느냐"(눅6:46)

"너희는 나를 불러 주여 주여 하면서도 어찌하여 내가 말하는 것을 행하지 아니하느냐"(누가복음6:46) 기도를 하거나, 난관에 부딪혔을 때 다급하게 "주여, 주여"하고 "주님, 주님"하고 부릅니다. 심한 통증을 앓는 환자가 다급하게 약을 찾고, 배고픈 아이가 "밥, 밥, 밥"이라고 외치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기도도 이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증이 가라앉은 후에, 배가 부른 후에는 모든 것을 다 잊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살아가는 것을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 사람에게서도 볼 수 있습니다. "주여, 주여"하고 부를 때의 간절함으로 살아가십니까? "주여, 주여"하고 부를 때의 뭐라도 다 내놓을 것 같고, 뭐라도 다 포기할 것 같은 겸손함으로 살아가십니까? "주여, 주여"하고 부를 때의 내려놓음으로 살아가십..

하늘땅사람이야기44 - 눈 떠 바라보기를 잊지 마라

눈 떠 바라보기를 잊지 마라 평안하신지요? 무정하고 무심한 세월이 흐르고 또 흐르더니 어느덧 상강霜降 절기를 맞게 되었네요. 옛 사람은 이맘 때를 가리켜 "만산滿山 풍엽楓葉은 연지臙脂를 물들이고, 울 밑의 황국화黃菊花는 추광秋光을 자랑한다"고 노래했습니다. 단풍을 보며 여인의 볼에 찍는 연지를 떠올리는 것이 참 정겹습니다. 국화의 노란빛이 사뭇 부드러워진 가을빛이 깃든 것이라 하는 상상력이 참 여유롭습니다. 이런 여유는 멈춰설 때만 누릴 수 있는 것일 텐데, 달구치듯 우리를 몰아가는 어떤 강박관념 때문에 가을을 만끽하지 못하고 삽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남해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벌써 아련한 그리움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자옥한 미세먼지 때문에 해돋이의 장관을 보지 못하고 푸른 바다 풍경을 보지 못한 것이..

예루살렘에서 온 사람들(3)(막 7:1)

'바리새인들과 또 서기관 중 몇이 예루살렘에서 와서 예수께 모여들었다가' (막 7:1)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더 정확하게는 그들을 파송한 예루살렘의 유대교 수뇌부가 왜 예수님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까요? 이런 문제를 꼼꼼히 살피려면 그 당시의 종교와 정치상황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런 짧은 묵상에서는 그렇게 긴 호흡으로 생각을 나눌 수는 없겠지요. 간략하게 진도를 나가더라도 양해를 바랍니다. 예수님이 유대교와 충돌했다는 것이 위의 질문에 대한 가장 가까운 대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유대교의 기존질서를 일부러 훼손한 건 아니지만 거기에 묶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예루살렘의 종교권력 앞에서 고분고분하지 않았습니다. 안식일 논쟁이 하나의 전형입니다. 안식일..

예루살렘에서 온 사람들(2)막 7:1)

'바리새인들과 또 서기관 중 몇이 예루살렘에서 와서 예수께 모여들었다가' (막 7:1) 어제 저는 마가복음이 기록되던 시기의 교회가 바리새파에게 가졌던 적대감이 마가복음의 진술에도 영향을 끼쳤을지 모른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가복음 기자가 없는 말을 지어낸 건 아닙니다. 예수님도 바리새인들이나 서기관들과 좋은 관계를 맺지는 못했습니다. 한쪽에서 아무리 선의로 대하더라도 다른 쪽에서 시비를 걸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예루살렘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예루살렘’을 강조하는 문장입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종교적, 정치적 중심지입니다. 그곳에는 예루살렘 성전이 있고, 제사장과 학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든 기득권을..

예루살렘에서 온 사람들(1) (막 7:1)

'바리새인들과 또 서기관 중 몇이 예루살렘에서 와서 예수께 모여들었다가' (막 7:1) 오병이어와 호수에서의 사건을 급한 필치로 보도한 후 한 호흡 쉬어가듯이 예수님의 활동을 스케치한(6:53-56) 마가복음 기자는 이제 7장에서 다시 논쟁적인 구조로 글쓰기의 속도를 낸다. 그 시작은 예루살렘에서 갈릴리로 내려온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의 등장이다. 복음서기자가 묘사하고 있는 바리새인은 악명이 높다. 교만하고 음흉하고 비판적이고 논쟁적이며, 또한 비굴하기까지 하다. 서기관들도 역시 비슷한 취급을 받는다. 복음서기자들의 관점이 객관적인 건 아니다. 바리새인들은 그 당시 유대의 여러 계파 중에서 가장 민족주의적이면서 종교적인 사람들로 실제로 존경받는 집단에 속했다. 바리새인들의 경건성과 서기관들의 신학적 지식이 ..

가정, 세계관 선점의 장

세계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정과 부모이다. 개인이 태어난 가정의 환경과 부모의 세계관이 자녀의 선글라스 렌즈에 강력한 바탕색을 칠하게 된다. 자녀들은 부모의 선글라스로 세상을 바라보듯이 부모와 형제들의 행동을 흉내내며 스펀지처럼 가정의 세계관을 받아들인다. 기독교 가정에 태어난 아이는 자연스럽게 성경적 세계관을 받아들인다. 이슬람 국가에서 태어난 아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늘날의 세상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양한 세계관들이 경쟁하는 치열한 전쟁터이다. 인류로부터 영혼과 마음의 추종자들을 얻기 위해 싸우는 이 세계관의 대 격돌지에서 각 가정은 자녀들의 세계관을 선점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는다. 가정은 하나님이 임명하신 첫 사회기관이며 교회이다. 가정은 “생육하고 번성하여 충만하..

소외된 막내의 마음을 보신 하나님 (2023.1.29, 주일)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 하시더라'(사무엘상 16:7하). 한적한 시골 마을 베들레헴에서 일곱 명의 형들보다 오랜 기간 집안의 양을 치는 일을 책임 맡아 하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당시 집안의 양을 지키는 일은 ‘막내’가 했기 때문입니다(11절). 나라 안에서 유명한 선지자 사무엘이 방문했을 때도 형들처럼 불려가지 못하고 ‘소외’라는 이름의 풀밭을 걸으며 양의 오줌똥에 찌들고 먼지를 뒤집어쓰며 일을 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고 성실하게 일해도 별로 표도 안 났을 것입니다. 다윗은 그런 소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약성경에만 59번이나 다윗의 이름이 언급되었고 예수님은 “다윗의 자손”이라고 불렸습니다. 이 소년은 수많은 시를 지은 시인이 되었고 거인 골리앗을 죽인 맹장이 되었습..

이시영 : 14k / '부모님의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닮았습니다.'

인문학의 주인은 하나님, 인문학을 하나님께’ 오늘은 이시영님의 시 「14K」를 하나님께 드리며 “부모님의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닮았습니다.” 라는 주제로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14K 어머님 돌아가셨을 때 보니 내가 끼워드린 14K 가락지를 가슴 위에 꼬옥 품고 누워 계셨습니다 / 그 반지는 1972년 2월 바람 부는 졸업식장에서 내가 상으로 받은 /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어머님의 다 닳은 손가락에 끼워드린 것으로 / 여동생 말에 의하면 어머님은 그 후로 그것을 단 하루도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 사랑하는 아들이 대학 졸업식에서 상으로 받은 반지. 순금도 아니고 18K도 아니었지만, 어머니는 아들이 직접 끼워준 14K 반지를 절대로 빼지 않으셨습니다. 그 반지는 어머니 가슴에 평생..

편애가 진짜 사랑이여

편애가 진짜 사랑이여 편애가 진짜 사랑이여 / 논바닥에 비료 뿌릴 때에도 검지와 장지를 풀었다 조였다 못난 벼 포기에다 거름을 더 주지 / 그래야 고른 들판이 되걸랑 / 병충해도 움푹 꺼진 자리로 회오리치고 / 비바람도 의젓잖은 곳에다가 둥지를 틀지 / 가지치기나 솎아내기도 같은 이치여. 이정록 시인의 시「사랑」입니다. 편애는‘한 사람이나 한 쪽만 치우쳐 사랑하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편애는 한 명의 추종자와 다수의 반대자들을 만들면서, 사랑받지 못하는 이들의 가슴에 아픈 그림자를 드리우는 독화살과 같습니다. 사랑 애(愛) 자가 들어가는 낱말은 모두 아름다운데, 편애라는 낱말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야곱의 경우를 보십시오. 그는 요셉을 유독 편애하여 채색옷을 입힙니다. 이에 다른 아들들이 요셉을 미워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