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하나님의 뜻 9

하나님의 뜻(최종회)

이제는 넘어서야 한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이성의 범주 안으로 끌어내리는 오류를 넘어서야 하고, 하나님을 인과론의 틀에 가두는 억지를 극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에서 말한 대로 범사에 하나님을 인정하는 것과 범사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 ‘하나님의 섭리’와 ‘하나님의 뜻’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둘 사이의 차이를 구별한다는 게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구별되어야 한다. 우선 ‘하나님의 섭리’를 보자. 성경은 하나님이 범사에 함께 하시며, 범사를 통해 일하신다고 말한다. 하나님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기독교는 이것을 ‘하나님의 섭리’라고 말한다. 하나님의 섭리는 운명론과 같은 닫힌 구조가 아닌 열린 구조다. 결정된 ..

하나님의 뜻(8)

룻 이야기는 좀 다르다. 룻 이야기에는 하나님의 손길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몇몇 인물들이 서로를 향해 여호와의 이름으로 축원하는 것 외에는 하나님의 이름이나 행적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모압으로 이주한 후 남편과 두 아들을 잃은 나오미가 자기 형편을 돌아보며 신앙적 해석을 하는 대목만 나올 뿐이다. 나오미는 모압으로의 이주를 부정적으로 해석했다. 요셉이 이집트로 팔린 것을 하나님이 하신 것이라고 해석한데 비해 나오미는 모압으로 이주한 것을 여호와의 손이 자기를 치셨다고, 여호와께서 자기를 징벌하셨고 전능자가 괴롭게 하셨다고 고백함으로써 하나님의 뜻을 거스른 것이라고 해석했다(룻1:13, 20-21). 이와 같은 나오미의 해석은 옳다. 엘리멜렉 일가의 모압 이주는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

하나님의 뜻(7)

이번에는 요셉의 해석만 놓고 따져보자. 요셉의 해석이 과연 옳을까? 당연히 옳다. 요셉을 이집트로 먼저 보낸 분이 하나님이라는 요셉의 해석은 형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꾸민 거짓이 아니었다. 다 지난 일이니 좋게 해석하고 넘어가자는 겉치레가 아니었다. 크게 성공한 자가 베푸는 아량도 아니었다. 100% 진심이었다. 요셉은 정말 그렇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요셉이 형들에게 자기를 밝힐 수 있었던 것, 근심하거나 한탄하지 말라고 위로할 수 있었던 것도 그와 같은 해석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셉의 해석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 있다. 요셉을 이집트로 먼저 보낸 분이 하나님이라고 했지 형들이 자기를 노예로 판 것까지 하나님이 했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요셉은 세 번에 걸쳐 이집트로 보낸 분이 하나..

하나님의 뜻(6)

다시 룻과 요셉 이야기를 살펴보자. 나는 앞에서 최종적인 결과가 하나님의 구속사와 관련된다고 해서 그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게 되면 기근으로 인해 약속의 땅을 떠난 엘리멜렉의 행동이 정당화되고, 하나님의 뜻을 수행한 것이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요셉을 시샘해 이집트의 노예로 판 형들의 불한당 같은 행위, 요셉에게 성폭행의 누명을 씌워 감옥에 보낸 보디발의 아내의 행위가 하나님의 뜻을 성취한 것이 되고, 7년이라는 대기근 또한 하나님의 뜻으로 일어난 재앙이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사실 적잖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의문에 시달린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한 두 번씩 고민하지 않은 자들이 없을 만큼 다..

하나님의 뜻(5)

이번에는 요셉의 경우를 살펴보자. 요셉은 아버지 야곱의 사랑을 독차지한다는 것 때문에 형들의 시샘제물이 되어 이집트의 노예로 팔려갔다. 다행히 이집트의 고급 관리인 보디발의 눈에 띄어 그 집의 노예가 되었고, 성실과 능력을 인정받아 가정 총무가 되었으며, 여러 사연과 혹독한 시련을 거쳐 이집트의 총리까지 되었다. 그리고 이집트의 총리가 된 요셉으로 인해 아버지 야곱과 온 형제들이 7년간 지속된 대기근을 넘기게 되고, 결국은 온 가족이 이집트로 이주하여 놀라운 번성을 하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탈출하는 거대한 구원 사건으로 이어진다. 사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아브라함에게 예언된 말씀의 성취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너는 반드시 알라. 네 자손이 이방에서 객이 되어 그들을 섬기겠고, ..

하나님의 뜻(4)

성경에 나오는 구체적인 사례를 놓고 생각해보자. 먼저 룻의 경우다. 다 아는 것처럼 룻은 다윗의 증조할머니다. 아니, 예수의 조상인 다윗을 낳았으니 예수의 까마득한 할머니다. 그런데 룻은 모압 여인이다. 모압 여인인 룻이 다윗의 증조할머니가 된 것이다. 어찌된 일일까? 그 배경은 이렇다. 하나님의 백성인 엘리멜렉이 베들레헴에 기근이 들자 살 길을 찾아 모압으로 이주했다. 아내 나오미와 두 아들 말론과 기룐을 데리고서. 다행히 모압에 정착할 수 있었고, 두 아들은 거기서 모압 여자와 결혼까지 했다. 저들이 모압 여자와 결혼했다는 것은 모압 땅에 발붙이고 살 작정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모압에 정착한지 십 년만에 엘리멜렉이 죽고 두 아들도 죽는 불운이 닥쳤다. 나오미는 더 이상 모압 땅에 살 희망이 ..

하나님의 뜻(3)

물론 이런 신앙의 자세가 전적으로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세상의 어떤 일도 하나님 밖에서 일어나는 법은 없다고 믿는 것이 기독교의 하나님 이해라는 면에서 일단은 옳다. 그러나 동시에 전적으로 옳다고 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범사에 하나님을 인정하는 것과 범사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히 구별되어야 하니까. 즉 모든 일이 하나님 안에서 일어난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일이 하나님의 뜻이 되는 건 아니니까. 예를 들어보자. 모든 교통사고가 하나님의 뜻일까? 모든 환자가 병마에 고통당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일까? 세월호 침몰 사고가 하나님의 뜻일까? 결코 그렇게 볼 수 없다. 하나님 안에서 일어난 건 맞으나 하나님의 뜻이 있어서 일어났다고 할 수는 없다. 하나님은 세계를 초월하시지만 동시에 세계에 내..

하나님의 뜻(2)

하나님의 뜻에 대한 이런 왜곡과 오해가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대다수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뜻을 너무 직접적이고 기계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좋은 일을 만나든 안 좋은 일을 만나든 좌우간 모든 일은 하나님의 뜻 가운데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기계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범사에 하나님을 인정하는 믿음의 태도요, 하나님을 역사의 주인으로 인정하는 신앙의 자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신앙의 자세 때문에 모든 일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곧 믿음이라는 오래된 습성 때문에 - 적잖은 그리스도인들이 지난 해 봄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수백 명의 학생이 떼죽음을 당한 것, 지난 봄 네팔에 대지진이 발생한 것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이해..

하나님의 뜻(1)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뜻… 아마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많이 거론하는 신앙적 언어가 하나님의 뜻일 것이다. 수많은 설교자와 그리스도인이 툭하면 내뱉는 말도 하나님의 뜻일 것이고, 교회의 일들을 논의할 때에 가장 예민하게 대두되는 것 또한 ‘하나님의 뜻이냐? 아니냐?’일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결혼 상대를 정할 때, 믿음생활을 할 교회를 정할 때, 삶의 의미를 찾고 일할 직장을 구할 때, 이런저런 중요한 선택을 할 때에도 예외 없이 기도하고 고민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일 것이다. 실제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명분에 있어서는 그러할 것이다. 하나님의 뜻이 가장 중대한 관심사일 것이다. 일단은 옳다.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존재 이유가 하나님의 뜻을 좇는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