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뜻(6)

새벽지기1 2021. 7. 26. 06:19

다시 룻과 요셉 이야기를 살펴보자.

나는 앞에서 최종적인 결과가 하나님의 구속사와 관련된다고 해서

그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게 되면 기근으로 인해 약속의 땅을 떠난 엘리멜렉의 행동이 정당화되고,

하나님의 뜻을 수행한 것이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요셉을 시샘해 이집트의 노예로 판 형들의 불한당 같은 행위,

요셉에게 성폭행의 누명을 씌워 감옥에 보낸 보디발의 아내의 행위가 하나님의 뜻을 성취한 것이 되고,

7년이라는 대기근 또한 하나님의 뜻으로 일어난 재앙이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사실 적잖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의문에 시달린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한 두 번씩 고민하지 않은 자들이 없을 만큼

다들 이 문제로 고민한다.

하지만 잠시 고민하는 게 전부다.

잠시 고민하다가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내세우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버린다.

의문을 붙잡고 치열하게 고민하거나 씨름하지 않는다.

 

왜일까?

룻이 다윗의 할아버지를 낳았고 요셉이 이집트의 총리가 됐으니 지나온 모든 일은 결국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해석하는데 따르는 갖가지 모순과 의문이 빤히 보이는데도 왜 지나치는 것일까?

솔직히 말하자.

그럴듯한 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성경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요셉 이야기만 해도 그렇다.

요셉이 형들을 만나 자기가 누구인지를 밝힐 때 형들을 위로하며 말한다.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 …

하나님이 큰 구원으로 당신들의 생명을 보존하고 당신들의 후손을 세상에 두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니

그런즉 나를 이리로 보낸 이는 당신들이 아니요 하나님이시라.”(창45:5-8).

 

이렇게 요셉 스스로가 자기를 이집트로 보낸 분이 형들이 아니고 하나님이시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니 무슨 말을 더할 수 있겠는가?

형들이 요셉을 판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항변할 구석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수많은 의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뜻이라며 울며 겨자 먹듯 받아들이는 것이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끈질기게 따져봐야 한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지 말고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만일 요셉을 이집트에 팔아넘긴 분이 형들이 아니라 하나님이시라는 해석을

요셉이 하지 않고 형들이 했다면 어떻게 될까?

형들이 요셉처럼 해석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나님께서 당신의 뜻을 제대로 해석했다며 기뻐하실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크게 진노하실 것이다.

요셉이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야 신앙 안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형들이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파렴치함의 극치라고 봐야 할 것이다.

분명히 사안은 동일하다. 해석도 동일하다. 단지 해석의 당사자가 다를 뿐이다.

그런데 해석의 당사자가 누구냐에 따라 해석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것은 뭘 말하는가?

요셉의 해석을 객관화하거나 보편화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옳다.

 

첫째, 해석의 주체를 객관화하면 안 된다.

즉 요셉 외에 다른 사람이 요셉처럼 해석하면 안 된다.

요셉의 해석을 누구나의 해석으로 객관화하게 되면 그 순간 요셉의 해석은 무서운 폭력으로 바뀐다.

엄청난 죄악을 감추고 정당화하는 폭력, 하나님의 뜻을 왜곡하는 폭력으로 바뀐다.

 

둘째, 요셉의 해석을 다른 사건으로 보편화해서는 안 된다.

요셉의 이 해석은 오로지 이 사건에만 국한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 대한 해석을 다른 사건을 해석하는 잣대로 삼거나 확대하게 되면

그 순간 요셉의 해석은 요지부동의 율법으로 바뀌고,

모든 사건의 고유함과 역사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바뀐다.

 

요셉의 해석은 오직 요셉에게만, 또 이집트에 팔려간 사건에만 해당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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