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정용섭목사 687

큰 흑암과 두려움에서 (창 15:1-12, 17-18) / 정용섭 목사

사순절 2주, 2025년 3월 16일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유일신교의 대표 격인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에서 믿음의 조상으로 인정받는 인물입니다. 아브라함이 믿음의 조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여럿입니다. 고향인 갈대아 우르를 떠나서 약속의 땅으로 가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듣고 과감하게 고향을 떠났다는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외아들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는 여호와 하나님의 명령을 그가 그대로 순종했다는 것입니다. 고향을 떠나는 일도 쉽지 않았고, 자식을 바치는 일은 더더욱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아브라함을 미쳤다고 생각했겠지요. 아들 이삭을 바치라는 명령은 하나님께서 실제로 인신 제사를 원하신 게 아니라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하신 것이라고, 그리고 아브라함이 그 ..

믿음이 구원이다.(롬 10:8(후)-13) / 정용섭 목사

사순절 1주, 2025년 3월 9일  자기 의(義) 바울은 서기 56년 초에 그리스의 고린도에서 로마 그리스도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습니다. 당시는 네로 황제(54-68년) 재위 초기입니다. 로마 제국이 꽤 번성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서기 49년에 클라우디오 황제가 내린 유대인 추방 명령을 네로 황제는 즉위하면서 즉시 해제했습니다. 여러 곳에 흩어졌던 유대인들이 다시 로마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그들 중에는 유대계 그리스도인들도 있었습니다. 로마 교회는 유대 그리스도인들과 이방 그리스도인들이 함께하는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바울은 지금의 튀르키예와 그리스 지역의 복음 선교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보고 이제 로마에 들렀다가 다시 스페인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로마에 가기 전에 먼저 복음의 핵심을 ..

“나는 몸의 부활을 믿습니다.”(고전 15:35-38, 42-50) / 정용섭 목사

주현절 후 7주, 2025년 2월 23일  부활 신앙 사도신경 후반부에 ‘나는 몸의 부활을 믿습니다.’라는 의미의 문장이 나옵니다. 그냥 ‘부활’을 믿는다고 말하지 않고 ‘몸의 부활’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설교의 성경 본문인 고전 15:35절 이하가 이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본문이 포함된 고전 15장은 신약성경에서 부활 주제를 신학적으로 가장 명확하게 해명하기에 부활 장이라고 불립니다. 복음서에 나오는 빈 무덤 전승보다 바울의 부활 이야기가 부활 신앙의 실체에 더 가깝습니다. 빈 무덤 전승에는 훗날 첨가된 전설적인 요소가 뒤섞여 있으나 바울의 부활 이야기에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부활 신앙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시기적으로도 바울 이야기가 훨씬 앞서 있습니다. 오늘 본문을 따라가면 ‘몸의 부활’이 ..

복과 화의 역설 (눅 6:17-26) / 정용섭 목사

주현절 후 6주, 2025년 2월 16일  복음서를 주의 깊게 읽어본 분들은 오늘 설교 본문인 눅 6:17-26절이 마 5:1-12절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겁니다. 마태복음에 나오는 그 구절은 소위 ‘팔복’이라고 불립니다. 병행구인 누가복음에는 여덟 개의 복이 아니라 네 개의 복과 네 개의 화가 대조 방식으로 나옵니다. 마태복음은 산상수훈이지만 누가복음은 평지설교입니다. 예수께서는 이런 주제로 여러 번 말씀하셨을 것이고, 제자들이 그런 말씀을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전하다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나오는 형식으로 각각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두 본문이 형식은 조금씩 달라도 복에 관한 내용 자체는 똑같습니다. 가난의 복과 부의 화 본문이 말하는 네 개의 복 중에서 첫 번째 복은 가난입니다..

생명의 그루터기 (사 6:9-13) / 정용섭 목사

주현절 후 5주, 2025년 2월 9일  이사야가 활동하던 기원전 736-701년은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이스라엘이 2백 년 정도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나라인데 분단되었으니, 그들의 어려움이 얼마나 심각했을지 불문가지입니다. 더구나 당시는 앗수르 제국이 지금 트럼프의 미국처럼 팽창 정책을 펼치던 시기였습니다. 에브라임(북이스라엘)은 앗수르에 맞서 2년간 싸우다가 기원전 721년에 패망했습니다. 남유다는 기원전 701년에 앗수르에 항복했습니다. 조공을 바치는 신세로 전락한 겁니다. 왕조만 유지될 뿐이지 한 국가로서의 떳떳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앗수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유다를 귀찮게 할 것이고, 남유다는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

나사렛 사람들 (눅 4:21-30) / 정용섭 목사

주현절 후 4주, 2025년 2월 2일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대략 1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예수님의 고향인 나사렛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요 1:46) 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별 볼 일 없는 동네였습니다. 이번에 구글 지도로 나사렛을 찾아보았는데, 제법 규모가 있는 소도시였습니다. 주민이 8만 명 조금 못 미칩니다. 예수님의 고향이라는 유명세 탓으로 그리스도인이 주민의 30%나 된다고 합니다. 나사렛에서 오른쪽으로 25킬로미터 정도 가면 그 유명한 갈릴리 호수가 나옵니다. 건강한 남자라면 단 하루에도 왕복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예수께서는 공생애 전반부에 주로 갈릴리 호수 근처에서 활동하셨습니다. 나사렛 회당에서 오늘 설교 본문인 눅 4:21-30절에는 예..

기쁨의 근원 (느 8:1-3, 5-6, 8-10) / 정용섭 목사

주현절 후 3주, 2025년 1월 26일  기원전 587년 예루살렘이 바벨론 제국에 의해서 무너졌습니다. 패전한 나라와 그 백성들의 운명이 어땠을지는 상상이 갑니다. 백성 모두가 폐족이 되었습니다. 불타고 죽고 강탈당하고 성폭행당하고 노예가 되었습니다. 지도급 인사들과 장인들을 비롯한 상당수 사람이 바벨론 포로 신세가 되었습니다. 위풍당당하던 바벨론 제국은 얼마 후에 페르시아에 의해서 패망했습니다. 페르시아 왕 고레스는 포로로 잡혀 온 소수 민족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 정책에 따라서 유대인들도 기원전 530년경에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뒤로 몇 차에 걸쳐서 귀환이 이어졌습니다. 그들 중에 에스라와 느헤미야가 있습니다. 에스라는 모세 오경 연구에 탁월한 학자였습니다. 느헤미야는 ..

세례와 성령 (행 8:14-17) / 정용섭 목사

주현절 후 1주, 2025년 1월 12일 세례 문제 사도행전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예루살렘에서 시작해서 이방인 지역인 소아시아와 그리스 등을 거쳐서 로마에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사도들이 어떤 활동을 펼쳤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도행전의 특징을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이 이야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바울이라는 사실입니다. 다른 제자들의 활동도, 예를 들어서 베드로와 요한 같은 이들의 활동도 나오지만, 대부분은 바울의 활동입니다. 바울의 본격적인 활동은 13장부터 시작해서 이후 28장까지 거침이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사도들의 선교 활동을 성령이 이끈다는 사실입니다. 사도행전 1장 8절은 이렇습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

성육신의 신비 (요 1:10-18) / 정용섭 목사

성탄 후 2주, 2025년 1월 5일  로고스 성육신(incarnation)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분도 있고, 없는 분도 있을 겁니다. 성육신을 한글로만 들으면 거룩한 육신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한자로 이룰成, 살肉, 몸身이라고 해서 ‘육신을 이루었다.’라는 뜻입니다. 요 1:14이 여기에 해당하는 구절입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고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성육신 개념이 성경에 나온 이유는 초기 그리스도교 시절부터 예수님의 인간성을 부정하는 영지주의가 세력을 떨쳤기 때문입니다. 영지주의자들은 예수님의 신성과 절대성을 강조하다가 그의 인간성을 부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 생각이..

하나님이 선택하신 사람 (골 3:12-17) / 정용섭 목사

성탄 후 1주, 2024년 12월 29일  옷과 몸의 관계 ‘하나님께 선택받았다.’라는 말이 은혜롭게 들리긴 하지만 실제로는 그걸 경험하고 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문장이 무슨 뜻인지를 모른 채, 그리고 생각해보지 않았으면서도 입버릇처럼 내뱉을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께 선택받았다는 말이 실제로 무슨 뜻이라고 여러분은 생각하시나요? 그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이런 경험이 있나요? 먼저 골 3:12절을 읽어봅시다. '그러므로 너희는 하나님이 택하사 거룩하고 사랑받는 자처럼 긍휼과 자비와 겸손과 온유와 오래 참음을 옷 입고 …' 본문은 선택받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성품 다섯 개를 나열했습니다. 긍휼, 자비, 겸손, 온유, 오래 참음이 그것입니다. 새번역> 성경은 이를 이해하기 좋게 동정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