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정용섭목사 704

예수 '따름'이 답이다! (요 21:15-19) / 정용섭 목사

부활절 3주, 2025년 5월 4일 교황 이야기 지난 2025년 4월21일에 세상을 뜬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가톨릭교회의 266대 교황입니다. 로마가톨릭은 베드로를 제1대 교황이라고 내세웁니다. 베드로가 콘클라베에서 교황으로 선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교황이라고 주장하지도 않았으니까 1대 교황 운운은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그렇게 해석한다는 뜻이겠지요. 역사적으로 본다면 베드로보다는 예수의 동생인 야고보가 최초 교회인 예루살렘 교회에서 실질적인 지도자 역할을 감당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어쨌든지 제가 보기에 베드로가 1대 교황이라는 로마가톨릭의 해석은 두 군데 성경 구절에 근거합니다. 하나는 마 16:16절입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는 베드로의 고백을 ..

‘생명’을 얻는다는 사실에 관해서 (요 20:19-31) / 정용섭 목사

부활절 2주, 2025년 4월 27일 요한복음은 본래 20장으로 끝납니다. 21장은 요한복음 저자의 제자들이 훗날 추가한 것입니다. 마지막 단락인 20:30-31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예수께서 제자들 앞에서 이 책에 기록되지 아니한 다른 표적도 많이 행하셨으나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 이 단락에 요한복음의 집필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 집필 목적은 요한복음만이 아니라 복음서 전체와 신약성경 전체에 해당합니다. 집필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수의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입니다. 생명..

부활은 죽음의 죽음이다!(고전 15:19-26) / 정용섭 목사

부활주일, 2025년 4월 20일 부활의 노래, 고전 15장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그리스도교의 부활 신앙이 설득력 있게 들릴까요? 너무 거리가 먼 이야기로 들릴까요? 이보다 먼저 그리스도인들을 대상으로 ‘당신은 부활을 실제로 믿습니까?’라거나 ‘부활을 믿지 않고도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라는 설문을 돌린다는 어떤 대답이 나올지가 궁금합니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부활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놓여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질문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부활을 가장 깊이 있게 다루는 신약 본문은 고전 15장입니다. 고전 15장을 ‘부활 장’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바울에 따르면 부활 신앙이 없으면 그리스도교 신앙 자체가 무너집니다. 고전 15:14절에서 그는 “그리스도..

나사렛 예수의 십자가 처형 (눅 23:1-49) / 정용섭 목사

사순절 6주(종려주일), 2025년 4월 13일 오늘은 지난 3월 5일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한 사순절 절기 여섯째 주일이면서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었다는 이야기에서 이름이 붙은 종려주일이기도 합니다. 예수께서 금요일에 십자가에 처형당하는 고난의 시간이 시작했다고 하여 내일부터 한 주간을 고난 주간이라고 부릅니다. 고난 주간이 끝나면 다음 주일은 부활절입니다. 부활의 영광을 맞기 전에 우리는 쓰디쓴 십자가 처형을 기억해야 합니다. 죽음이 없으면 부활도 없듯이 삶의 고통을 모르면 삶의 기쁨도 없습니다. 저는 오늘 예수님이 십자가에 처형당한 날 그에게 어떤 일이 그에게 벌어졌는지를 누가복음이 전하는 순서대로 따라가겠습니다. 금요일 이른 아침부터 해지기 전까지 대략 아홉 ..

택함 받은 증거 (사 43:16-21) / 정용섭 목사

사순절 5주, 2025년 4월 6일 인류 역사는 발전하는 걸까요, 퇴행하는 걸까요? 지금까지 인류가 찾은 정치제도 중에서 가장 낫다고 여기는 민주주의는 여전히 건강한가요? 김일성 왕조를 이어가는 북한도 자신들의 정체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르는 실정이니까 대답하기가 어렵긴 합니다. 미국은 세계 초일류 강국입니다. 자본주의도 크게 발전했고, 민주주의에서도 모범적인 나라로 불립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금 펼치는 국내외 정치는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라기보다는 황제에게나 어울립니다. 미국 국민이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는 말은 그가 지금 미국의 시대정신이라는 뜻입니다. 그는 세계와 관세 전쟁을 펼치면서 세계를 좌지우지하려고 합니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거나 “캐나다 총리는 ..

“하나님과 화해하십시오!”(고후 5:16-21) / 정용섭 목사

사순절 4주, 2025년 3월 30일  바울은 고린도교회에 보낸 둘째 편지(5:20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하나님과 화해하십시오!”새번역> 화해하라는 말은 그들이 하나님과 불화를 빚고 있다는 뜻입니다. 인간관계에서도 불화는 대단히 불편합니다. 불화로 인해서 종종 삶 전체가 흔들리기도 합니다. 인간관계에서의 불화는 대충 이해가 가나 하나님과의 불화는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하나님은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기도의 응답도 기계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그런 하나님과 불화를 겪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더구나 화해하라니, 매일 분주하게 돌아가는 일상에 쫓기는 우리에게는 거리가 너무 먼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하나님과의 불화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과의 불화는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못..

하나님은 심판하시나?(눅 13:1-9) / 정용섭 목사

사순절 3주, 2025년 3월 23일  오늘 설교 본문인 눅 13:1절에 따르면 어떤 사람들이 예수께 와서 로마 제국의 지방 장관 격인 총독 빌라도의 악행을 거론했습니다. 빌라도가 몇몇 갈릴리 사람들을 끔찍스럽게 죽이고 그들의 피를 예루살렘 성전의 제물에 뿌린 사건입니다. 이런 사건은 주로 유월절 절기에 일어났습니다. 유월절에는 많은 순례자가 예루살렘에 집결합니다. 출애굽을 기념하는 절기라서 유대인의 민족 감정이 고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감정이 종종 사회 폭동으로 비화하곤 했습니다. 로마 총독은 평소 머물던 가이사랴에서 유월절 절기에는 치안 유지 차 예루살렘으로 옵니다. 갈릴리 사람들은 본래 반골 기질이 강했습니다. 로마 군사들과 시비가 붙을 때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빌라도가 그들을 진압..

큰 흑암과 두려움에서 (창 15:1-12, 17-18) / 정용섭 목사

사순절 2주, 2025년 3월 16일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유일신교의 대표 격인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에서 믿음의 조상으로 인정받는 인물입니다. 아브라함이 믿음의 조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여럿입니다. 고향인 갈대아 우르를 떠나서 약속의 땅으로 가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듣고 과감하게 고향을 떠났다는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외아들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는 여호와 하나님의 명령을 그가 그대로 순종했다는 것입니다. 고향을 떠나는 일도 쉽지 않았고, 자식을 바치는 일은 더더욱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아브라함을 미쳤다고 생각했겠지요. 아들 이삭을 바치라는 명령은 하나님께서 실제로 인신 제사를 원하신 게 아니라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하신 것이라고, 그리고 아브라함이 그 ..

믿음이 구원이다.(롬 10:8(후)-13) / 정용섭 목사

사순절 1주, 2025년 3월 9일  자기 의(義) 바울은 서기 56년 초에 그리스의 고린도에서 로마 그리스도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습니다. 당시는 네로 황제(54-68년) 재위 초기입니다. 로마 제국이 꽤 번성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서기 49년에 클라우디오 황제가 내린 유대인 추방 명령을 네로 황제는 즉위하면서 즉시 해제했습니다. 여러 곳에 흩어졌던 유대인들이 다시 로마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그들 중에는 유대계 그리스도인들도 있었습니다. 로마 교회는 유대 그리스도인들과 이방 그리스도인들이 함께하는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바울은 지금의 튀르키예와 그리스 지역의 복음 선교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보고 이제 로마에 들렀다가 다시 스페인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로마에 가기 전에 먼저 복음의 핵심을 ..

“나는 몸의 부활을 믿습니다.”(고전 15:35-38, 42-50) / 정용섭 목사

주현절 후 7주, 2025년 2월 23일  부활 신앙 사도신경 후반부에 ‘나는 몸의 부활을 믿습니다.’라는 의미의 문장이 나옵니다. 그냥 ‘부활’을 믿는다고 말하지 않고 ‘몸의 부활’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설교의 성경 본문인 고전 15:35절 이하가 이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본문이 포함된 고전 15장은 신약성경에서 부활 주제를 신학적으로 가장 명확하게 해명하기에 부활 장이라고 불립니다. 복음서에 나오는 빈 무덤 전승보다 바울의 부활 이야기가 부활 신앙의 실체에 더 가깝습니다. 빈 무덤 전승에는 훗날 첨가된 전설적인 요소가 뒤섞여 있으나 바울의 부활 이야기에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부활 신앙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시기적으로도 바울 이야기가 훨씬 앞서 있습니다. 오늘 본문을 따라가면 ‘몸의 부활’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