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정용섭목사 645

은혜를 갈망하는 시인 (시 123:1-4)

창조절 12주(추수감사절), 2023년 11월19일 시편 123편은 4절에 불과합니다. 짧은 시편이지만 그 내용으로 본다면 전체 시편 영성을 압축적으로 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본문을 한 구절씩 차례대로 짚으면서 시 해설을 하듯이 설명하겠습니다. 1) 1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늘에 계시는 주여 내가 눈을 들어 주께 향하나이다.' 이 시인은 하늘에 있는 분을 향해서 눈을 든다고 합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하늘은 신비로운 곳이었습니다. 하늘에서 햇빛이 쏟아지고 비가 내립니다. 우레와 번개도 칩니다. 별이 가득하고 구름이 드리우고 노을이 집니다. 생명의 원천이었습니다. 이를 신학적으로 표현하면, 하늘은 궁극적인 생명이 은폐된 곳이라는 말이 됩니다. 오늘 시인은 전통 신앙에 따라서 창조주 하나님이..

외면당한 사람들 (마 25:1-13) / 정용섭목사

창조절 11주, 2023년 11월12일 마태복음 25장 우리말 성경에 ‘열 처녀 비유’라는 소제목이 달린 마 25:1-13절 이야기는 천국에 대한 비유입니다. 천국(天國)은 그리스어 ἡ βασιλεία τῶν οὐρανῶν의 한자 번역입니다. ‘하나님 나라’(ἡ βασιλεία τοῦ Θεοῦ)처럼 우리말로 번역하려면 ‘하늘나라’라고 표현해야 자연스럽습니다. 하늘나라 비유는 잔칫집에서 등을 들고 신랑 일행을 기다리는 열 명의 젊은 처녀와 같다는 말로 비유가 시작됩니다.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혼례를 밤에 올렸습니다. 혼례의 첫 순서는 신붓집에 도착하는 신랑 일행을 신부 친구들이 춤을 추면서 맞이하는 것입니다. 신랑집이 멀면 신랑 일행의 도착 시각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번이 그랬나 봅니다. 기다리던 열..

높은 자리와 낮은 자리의 역설 (마 23:1-12)

창조절 10주, 2023년 11월 5일 오늘 설교 본문 마지막 절인 마 23:12절은 성경만이 아니라 다른 문헌에서도 흔히 들을만한 내용입니다. 동서양 스승들이나, 웬만한 윤리 교사들에게도 들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충고라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지리라 잘난척하지 말고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자기를 높이고 교만하면 결국에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지만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인정받는다고 말입니다. 위선 이 말씀은 예수께서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의 잘못을 비판하는 중에 나왔습니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고대 이스라엘 공동체에서 엘리트 계층에 속한 사람들입니다. 2절부터 나오는..

그리스도 논쟁 (마 22:41-46) / 정용섭목사

창조절 9주(종교개혁기념 주일), 2023년 10월 29일 2천 년 전 로마 형법에 따라 십자가에 처형당한 유대인 나사렛 예수는 누구일까요? 그는 실제로 그리스도, 즉 메시아이신가요? 하나님의 아들이신가요? 이에 대한 증거는 무엇인가요? 예수께서 공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예수는 누군가?’라는 질문이 그를 따라다녔습니다. 그 질문에 관한 논의를 신학에서는 ‘그리스도론’이라고 합니다. 우선 저는 신약성경에 나온 몇 가지 유형의 질문을 여러분에게 소개하겠습니다. 예수는 누군가? 1) 세례 요한은 감옥에서 제자들을 예수께 보내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이까.”(마 11:3) 당시 유대인들은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세월이 험악할수..

재림신앙 (살전 1:1-10)

창조절 8주, 2023년 10월 22일 데살로니가전서는 기원후 50년경 바울에 의해서 기록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던 바울이 회심하고 복음을 가장 왕성하게 전하던 시절입니다. 행 17장의 설명에 따르면 바울이 데살로니가에서 복음을 전했을 때 많은 수의 헬라인과 귀부인들이 복음을 받아들였습니다. 역작용으로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반대가 심해서 쫓겨나듯이 빠져나와 베뢰아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오늘 설교 본문에서 바울은 데살로니가 교회를 높이 평가합니다. 3절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너희의 믿음의 역사와 사랑의 수고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소망의 인내를 우리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끊임없이 기억함이니 고전 13:13절에 언급된 믿음과 사랑과 희망이라는 삼중구조가 여기서도 언급되었습니다. 대단한 칭찬..

금송아지 이야기 (출 32:1-14) / 정용섭목사

창조절 7주, 2023년 10월 15일 지금 팔레스타인 ‘가자’(GAZA) 지구가 일촉즉발입니다. 지난 10월7일(토)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서 수많은 인명 피해를 일으킨 뒤에 이스라엘은 이미 훨씬 강한 보복공격을 감행했고 민간인의 엄청난 희생이 예상되는 지상군을 가자 지구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 가자 지구에서 6-7시 방향으로 내려오면 역삼각형 지역이 나오는데, 그곳을 시나이반도라고 합니다. 이집트 땅입니다. 이집트 본토와 시나이반도 사이에 홍해 상단인 수에즈만이 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이후 홍해를 건너서 도달한 지역이 시나이반도로 추정됩니다. 시나이반도 남단에 시내산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당시 이스라엘 백성에게 아주 큰 일이 벌어집니다. 그 이야기가 오늘 설교 본문인..

모퉁이 머릿돌이신 예수 (마 21:33-46)

창조절 6주, 2023년 10월 9일 사람들은 그리스도교를 ‘사랑의 종교’라고 부릅니다. 예수님의 메시지를 압축한다면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원수 사랑까지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모든 사람과 평화로운 관계를 맺어야겠지요. 그런데 복음서에 따르면 예수께서는 대제사장들이나 바리새인들과 평화로이 지내지 못했습니다. 평화로이 지내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불편한 관계였습니다. ‘당신들은 위선자라.’고 그들을 혹독하게 비판하신 적도 많습니다. 예수께서 삼십 대 초반의 나이로 십자가에 처형당한 데에는 그들과의 갈등과 대립이 크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예수께서 불교 창시자 싯다르타처럼 그들에게 좀 더 자비를 베풀었다면 그런 고초를 겪지 않았을까요? 포도원 농부 비유 오늘 ..

과정으로서의 구원 (빌 2:1-13)

창조절 5주, 2023년 10월 1일 “구원의 확신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여러분은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각자 다를 겁니다. 아멘, 할렐루야, 하는 방식으로 확신이 있다고 답하는 분들은 소수고, 구원받은 것으로 믿기는 하나 실제로는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분들이 많겠지요. 성경에는 적극적인 대답으로 보이는 문장들이 종종 나옵니다. 12년 하혈증으로 고통받던 여자에게 예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막 5:34) 시각장애인인 바디매오에게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막 10:52) 빌립보 감옥을 지키던 간수에게 바울은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하나님의 선하심 앞에서 (마 20:1-16)

창조절 4주, 2023년 9월 24일 예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선포하신 첫 말씀은 “회개하라, 하늘나라(ἡ βασιλεία τῶν οὐρανῶν)가 가까이 왔다.”(마 4:17)입니다. 그 메시지는 세례 요한도 마 3:2절에서 선포한 것입니다. 그 하늘나라는 물건이나 상품이 아닙니다. 어떤 장소를 가리키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의 다스림이고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하늘나라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깊이에서 인식되고 경험되지 않습니다. 아주 가까이 다가간 사람도 있고, 멀어도 한참 먼 사람이 있습니다. 사랑과 생명을 모두 똑같이 경험하는 게 아니듯이 말입니다. 포도원 비유 예수께서는 하늘나라를 비유로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하늘나라를 우리말 성경 은 한자인 천국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오늘 설교 본문에서 이 비유는..

홍해 이야기 (출 14:21-31)

창조절 3주, 2023년 9월17일 진퇴양난 오늘 본문이 전하는 이야기를 모르는 분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출 14:21~22절은 이렇습니다. 으로 읽겠습니다. 모세가 팔을 바다로 뻗치자, 야훼께서는 밤새도록 거센 바람을 일으켜 바닷물을 뒤로 밀어붙여 바다를 말리셨다. 바다가 갈라지자 이스라엘 백성은 바다 가운데로 마른 땅을 밟고 걸어갔다. 물은 그들 좌우에서 벽이 되어주었다. 거센 바람이 바닷물을 밀쳐서 땅을 드러낸 이곳은 홍해입니다. 구글 지도에 red see를 검색하면 생생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인도양에서 지중해 11시 방향으로 흘러드는 듯이 만들어진 좁고 긴 바다입니다. 아프리카 북부 이집트에서 가나안 쪽으로 가려면 지중해와 홍해 사이의 지협을 통과해야 합니다. 로마 시대부터 계획되었던 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