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정용섭목사 645

도반 공동체 (마 18:15-20)

창조절 1주, 2023년 9월 10일 우리가 읽은 설교 성경 본문에는 오늘날의 교회에서도 벌어질 법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15절은 이렇습니다. '네 형제가 죄를 범하거든 가서 너와 그 사람과만 상대하여 권고하라 만일 들으면 네가 네 형제를 얻은 것이요' 어떤 교인이 교회 안에서 말썽을 일으켰을 때 처음부터 교회 전체에 공론화하지 말고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권고하라는 겁니다.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몇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우선 두세 증인을 데리고 가야 합니다. 그래도 듣지 않으면 교회에 알리라고 합니다. 그가 그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자기 생각을 바꾸면 다행입니다. 자기 고집을 꺾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로 말하면, 교인 총회의 결정을 거부하는 겁니다. 그럴 때는 그 사람을 ‘이방인이나 세리..

악’ 앞에서 (롬 12:14-21) / 정용섭목사

‘창조절 1주, 2023년 9월3일 바울은 고린도에서 활동하던 56년 초 로마 교회에 관한 소식을 듣고 긴 분량의 글을 작성해서 보냈습니다. 그 글이 바로 로마서입니다. 2천 년 전 바울의 글을 우리가 그대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로마서의 핵심 주제는 믿음을 통한 의로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하나님으로부터 의롭다는 인정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이게 교회 밖에 있는 이들에게는 황당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의로운 일을 해야 정의롭지 예수를 믿는다고 해서 어떻게 정의로워질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비유적으로, 여기 연봉 2천만 원인 사람이 있습니다. 식구는 넷입니다. 월세살이에 빠듯하게 살지만, 연봉 1억 원을 받는 사람보다 더 풍요롭게 산다고 생각합니다...

모세의 출생 이야기 (출 2:1-10)

성령강림 후 13주, 2023년 8월 27일 아기 모세 오늘 설교의 성경 본문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가장 행복한 장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레위 지파에 속한 한 남자와 여자가 결혼했다는 말로(출 2:1)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본문에 나오는 신랑은 아므람이고, 신부는 요게벳입니다. 출 6:20절에 따르면 요게벳은 아므람의 고모입니다. 당시는 근친결혼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결혼하기보다는 잘 아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결혼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곤란한 상황을 방지하는 제일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겠지요. 부부는 아기를 낳았습니다. 출 2:2입니다. “그 여자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으니 그가 잘생긴 것을 보고 석 달 동안 그를 숨겼으나 … ” 새로 태어난 남자아이가 잘생겼다고 합니다. 독자들은 그런..

가나안 여자의 큰 믿음 (마 15:21-28)

성령강림 후 12주, 2023년 8월 20일 가나안 여자 오늘 설교 본문은 예수님 일행이 갈릴리 호수 북서쪽으로 멀리 떨어진 두로와 시돈 지역에 갔을 때 딸이 흉악한 귀신에 들린 가나안 혈통의 한 여자가 예수님을 만나러 오는 이야기입니다. 마 15:22절은 처음 장면에 관한 묘사입니다. 가나안 여자 하나가 그 지경에서 나와서 소리 질러 이르되 주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내 딸이 흉악하게 귀신 들렸나이다. 이 여자의 딸은 요즘 흔하다고 하는 조현병에 걸린 걸까요? 간질이나 열병에 걸려서 헛소리하는지도 모릅니다. 당시 사람들은 고치기 어려운 병을 귀신 작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의학이 놀랍도록 발전한 오늘날에도 모든 병이 치료되는 건 아닙니다. 코로나 판데믹이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유행할 조짐..

'그리스도는 하나님이시다!' (롬 9:1~5)

성령강림 후 10주, 2023년 8월 6일 바울의 격정 바울이 로마서를 집필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십시오. 로마서는 16장까지 있습니다. 2천 년 전 필기도구가 열악했던 시절에 이렇게 긴 글을 쓰려면 보통 수고가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요즘 얇은 책 한 권 쓰는 품이 들어가겠지요. 바울이 혼자 책상에 앉아서 직접 글을 쓴 게 아닙니다. 그의 옆에는 글을 대신 써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롬 16:22절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이 편지를 기록하는 나 더디오도 주 안에서 너희에게 문안하노라.” 바울의 비서라 할 더디오는 바울이 말하는 걸 받아쓰다가 마지막 인사 대목에서 자기 개인 인사말을 덧붙였습니다. 로마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분들은 당시 바울의 심정이 매우 격정적이었다는 사실을 느꼈을 겁니다. 중간에..

하늘나라에 관한 말씀 (마 13:31~33, 44~50)

성령강림 후 9주, 2023년 7월30일 마 13:31~33절과 44~50절에 ‘천국’ 비유가 나옵니다. 우리말 성경이 ‘천국’이라고 번역한 헬라어는 ἡ βασιλεία τῶν οὐρανῶν입니다. 이 헬라어를 순수 우리말로 번역하면 ‘하늘나라’입니다. 헬라어의 의미를 살린다면 하늘의 능력, 기운, 또는 다스림입니다. 한자 번역인 천국은 공간적인 의미가 강합니다. 어떤 그리스도인은 우주의 한 공간 이미지를 떠올리겠지요. 우주 공간에 그런 장소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성경이 말하는 하늘나라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떻게 그 하늘나라를 경험할 수 있을까요? 세상살이가 너무 재미있거나 너무 힘들어서 하늘나라에는 관심이 없으신가요? 하늘나라 비유 우선 하늘나라에 관한 예수님의 비유 다섯 가지를 간단하게 확인해봅시다..

여기 계신 하나님 (창 28:10~19a)

성령강림 후 8주, 2023년 7월 23일 창세기가 보도하는 고대 이스라엘의 족장 역사에는 대표적으로 세 명의 이름이 나옵니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입니다. 이들 중에 가장 드라마틱하게 살았던 인물은 야곱입니다. 창 25장에 나오는 야곱 서사의 시작은 야곱이 아버지 이삭과 어머니 리브가의 쌍둥이 둘째 아들로 태어난 이야기입니다. 당시 리브가의 나이는 육십이었습니다. 야곱의 삶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습니다. 네 명의 여자를 통해서 열두 아들에다가 딸 하나를 두었습니다. 그가 가장 사랑한 라헬은 막내아들 베냐민을 낳은 다음 산고로 죽습니다. 아들들이 말썽도 많이 일으켰습니다. 딸 디나 문제로 아들들이 작당해서 그 지역의 한 가문을 도륙했습니다. 그런 일로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생 말년에 찾아온 ..

생명의 영, 하나님의 영, 그리스도의 영 (롬 8:1~11)

성령강림 후 7주, 2023년 7월16일 폭탄선언 바울은 롬 8:1절에서 과감하게 발언합니다. 과 과 (사역)을 차례대로 읽겠습니다. 1)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2)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결코 단죄받는 일이 없습니다. 3)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와 결속된 사람은 하나님의 심판을 더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각각 정죄, 단죄, 심판으로 번역된 헬라어는 κατάκριμα인데, 영어 condemnation(비난)에 해당합니다. 역설적인 표현입니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양쪽으로부터 비난받았습니다. 한쪽은 유대인들입니다. 그들은 율법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입니다. 율법은 모세 오경을 비롯한 그들의 모든 종교 전통을 가리킵니다. 자신들..

영혼의 안식 (마 11:16~19, 25~30)

성령강림 후 여섯째 주일, 2023년 7월 9일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라는 경구는 복음서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문장입니다. 예수께로 가면 실제 삶과 마음이 아주 편안해진다는 약속처럼 들립니다. 29절에서는 그 내용이 더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이렇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비그리스도인이 이런 문장을 본다면 예수께서는 일종의 심령 치료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겁니다. 유명한 힐링 캠프 운영자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십 년 전 법명 혜민이라는 승려가 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은 최단시기에 밀리언셀러가 되었다고 합니다. 마음을 치유하는 가르..

인신 제사의 유혹 (창 22:1~14)

성령강림 후 5주, 2023년 7월 2일 본문 설명 오늘 설교 성경 본문인 창 22:1~14절에는 일반 사람들이 읽기에는 상당히 불편하거나 위험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선 저는 그 이야기의 전모를 있는 그대로 설명하겠습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시험하려고 “아브라함아!” 하고 불렀다는 말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아브라함은 ‘내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누가 듣더라도 동의하기 어려운 명령을 내리십니다. 모리아 땅의 한 산으로 가서 아들 이삭을 ‘번제’로 드리라고 말입니다. 번제는 짐승의 내장과 가죽을 벗겨내고 불살라서 하나님께 바치는 제사 종류의 하나였습니다. 보통 양이나 비둘기를 번제로 드립니다. 아들을 번제로 바치라는 명령을 하나님께서 내렸다는 사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