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박형호의 포토에세이 182

동행

동행 노송의 표피에 렌즈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나무 사이로 남자의 얼굴이 잠시 보였다 사라진다. 다시 촬영하려니 또 보인다. 아마 나무사이를 운동삼아 걷는 것이라 생각하고 잠시 기다리기로 하였다. 지나가길 기다리며 자세히 보니 그 남자의 한쪽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 또 한손에는 어머니인 듯한 노파의 손이 쥐어져 있었다. 남자의 손에 잡힌 검은 비닐봉지에는 북어의 꼬리 부분이 비스듬히 삐져나와 있었고 남자에게 한 손을 잡힌 노파는 다른 쪽 손에 지팡이를 의지한 채 힘겹게 한 발, 한 발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그들은 슬로우비디오의 한 장면처럼 아주 느린 동작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고 나는 더디기만 하는 그 모습을 한참 동안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옆을 지나며 고개들어 나를 힐끔 쳐다보는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