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뜻(8)

새벽지기1 2021. 7. 28. 07:02

룻 이야기는 좀 다르다.

룻 이야기에는 하나님의 손길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몇몇 인물들이 서로를 향해 여호와의 이름으로 축원하는 것 외에는

하나님의 이름이나 행적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모압으로 이주한 후 남편과 두 아들을 잃은 나오미가

자기 형편을 돌아보며 신앙적 해석을 하는 대목만 나올 뿐이다.

나오미는 모압으로의 이주를 부정적으로 해석했다.

요셉이 이집트로 팔린 것을 하나님이 하신 것이라고 해석한데 비해

나오미는 모압으로 이주한 것을 여호와의 손이 자기를 치셨다고,

여호와께서 자기를 징벌하셨고 전능자가 괴롭게 하셨다고 고백함으로써

하나님의 뜻을 거스른 것이라고 해석했다(룻1:13, 20-21).

 

이와 같은 나오미의 해석은 옳다.

엘리멜렉 일가의 모압 이주는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선택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로 인해 헤아릴 수 없는 환란과 질고를 당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종적인 결과는 사뭇 다르다.

모압에서 따라온 며느리 룻을 통해 구속사의 혈통을 낳는 이변이 벌어졌다.

하나님의 뜻을 어긴 일로 인해 하나님의 뜻이 성취됐다.

 

자,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요셉의 경우는 이집트로 팔려간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기 때문에

그 일로 인해 놀라운 성공을 거둔 것이 이해되는데

룻의 경우는 모압으로의 이주가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일로 인해 다윗 왕의 할아버지가 태어난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론의 틀로는 도대체 해석이 안 된다.

 

그런데 사실은 이것이 룻 이야기의 진면목이다.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론의 틀로는 도무지 해석되지 않는 것이야말로 룻 이야기의 진면목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하나님은 당신의 뜻을 어긴 일,

당신의 징벌을 초래한 일을 통해서도 당신의 뜻을 성취하신다는 말이다.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론의 틀을 뛰어넘어 일하신다는 말이다.

진실로 그렇다. 하나님은 결코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론의 틀에 갇히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내지 않은 이집트의 바로 왕의 불순종을 통해서도 일하셨고,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 유다를 통해서도 구원의 큰일을 행하셨다.

모압 땅으로 이주한 엘리멜렉의 실패 가운데에도 한량없는 은총으로 함께 하셨다.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지만 어쨌든 그렇다.

저들은 하나님의 뜻을 어김으로써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는데 일조했다.

 

저들의 경우에만 그런 건 아니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식을 보면

하나님은 객관화되거나 보편화되거나 범주화되지 않는 방식으로 일하신다.

인과론의 틀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일하신다.

한없이 다양하고 창의적이며 순간의 우발성까지도 포괄하는 열린 방식으로 일하신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일하신다.

이것은 하나님만의 놀라운 솜씨요 고유한 능력이다.

사람은 결코 모방하거나 따라갈 수 없는.

 

이와 같은 하나님의 솜씨와 능력은 인간의 이성으로 포착되지 않는다.

논리적인 설명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람은 이런 현실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어떻게든지 이성으로 포착하려 하고, 논리적인 설명을 하려 한다.

그러다보니 논리적인 비약을 하거나 이성의 범주 안에 하나님을 구겨 넣는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몰아붙이는 억지를 부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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