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2 14

나비를 부르는 꽃

나비를 부르는 꽃 어느 교수가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나비가 꽃을 선택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꽃이 나비를 선택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교수의 질문에 한 학생이 대답했습니다. "교수님, 나비가 꽃을 선택해서 꽃으로 간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교수는 말했습니다. "그냥 보면 나비가 꽃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꽃이 향기를 발해서 자신을 드러냈기 때문에 나비는 그 향을 찾아간 것이라네." 실제로 꽃은 두 가지 향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로운 곤충과 이로운 곤충을 구분해 향기를 퍼트립니다. 꽃의 향기는 바람결에 흩어지지만 때로는 사람도 꽃이 되어 저마다 향기가 있습니다. 그동안 살아온 대로 걸어온 대로 생겨난 고유한 내면의 향기입니다. 오늘 하루 거울 속 여러분의 얼굴은 어떻..

어느 날 갑자기!(출3:1-12)

어느 날 갑자기!(출3:1-12) 본문은 생애의 제2기를 맞는 모세가 미디안 땅에서 양치기로 연단의 40년 세월을 보내고 있던 중 하나님으로부터 소명을 받는 장면이다. 지금까지의 사건이 출애굽을 위한 예비 작업이었다면 이제 본 장에서부터는 그 출애굽의 역사가 구체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본문의 전반부는 호렙산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 나타나신 하나님에 관하여, 중반부는 학대 받는 이스라엘을 해방하고자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이, 후반부는 그 사역을 위하여 모세를 부르시는 장면이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모세의 반응이 좀 흔쾌하지 않다. “모세가 하나님께 아뢰되 내가 누구이기에 바로에게 가며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리이까”(11절)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일에 모세가 당황하는 모습이 역역하다. 하지만..

예레미아의 탄원(예레미야18:23)

"여호와여 그들이 나를 죽이려 하는 계략을 주께서 다 아시오니 그 악을 사하지 마옵시며 그들의 죄를 주의 목전에서 지우지 마시고 그들을 주 앞에 넘어지게 하시되 주께서 노하시는 때에 이같이 그들에게 행하옵소서 하니라"(예레미야18:23) 이스라엘 족속이 예레미야를 향하여 품은 마음, 그들이 한 짓은 이러했습니다. "그들이 말하기를 오라 우리가 꾀를 내어 예레미야를 치자 제사장에게서 율법이, 지혜로운 자에게서 책략이, 선지자에게서 말씀이 끊어지지 아니할 것이니 오라 우리가 혀로 그를 치고 그의 어떤 말에도 주의하지 말자" 얼마든지 다른 대안이 있으니, 얼마든지 다른 길이 있으니 참 선지자인 예레미야를 공격하고, 그의 말은 듣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들은 예레미야를 죽이려고 했습니다(렘18:20). 이런 상황..

하늘땅사람이야기39 - 세상의 모든 라헬을 위하여

세상의 모든 라헬을 위해 주님의 평강을 빕니다. 한번도 뵌 적이 없는 분에게 불쑥 편지를 쓰는 무례를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한국에 살고 있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목회자로 살고 있습니다. 출판사의 부탁으로 앞으로 출간될 선생님의 책 원고를 읽고 몇 마디 추천의 글을 쓰게 된 것이 인연이라면 인연이겠습니다. 내가 선생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참척(慘慽)의 고통을 당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경험한 어머니라는 사실 뿐입니다. 사랑하는 아들 토드가 스물 한 번째 생일이 지난지 채 1시간도 되지 않았을 때 죽임을 당했다지요? 선생님은 그 순간을 "나의 하늘에서 별들이 떨어졌다"고 쓰셨습니다. 벌써 33년 전 일이니 세월이 꽤 흘렀네요. 하지만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그 순간의 기억으로부터 완전히 ..

오병이어 (81) -오병이어와 일상(막 6:43,44)

'남은 떡 조각과 물고기를 열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으며, 떡을 먹은 남자는 오천 명이었더라.' (막 6:43,44) 성서를 통한 하나님의 경험이 느낌이라는 어제의 묵상 내용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지 모르겠군요. 그 느낌은 오늘 날씨가 좋은 탓인지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분이나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 낙엽을 보고 들게 되는 애틋한 감정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일단 쉴라이어마허가 말하는 ‘절대의존감정’이나 루돌프 오토가 말하는 ‘누미노제’ 같은 것에 가깝습니다. 이를 신앙적인 용어로 바꾸면 영혼의 공명이라고 해도 되겠지요. 영혼의 공명을 일으키는 느낌은 사람의 심리나 감정의 표피가 아니라 가장 궁극적인 현실에 대한 인식과 경험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역사 비평적 성서..

오병이어 (80) -오병이어와 일상 (막 6:43,44)

'남은 떡 조각과 물고기를 열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으며, 떡을 먹은 남자는 오천 명이었더라.' (막 6:43,44) 우리가 성서말씀을 바르게 이해하면 부활생명을 만난다는 게 옳은 주장일까요? 그게 옳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요? 상투적인 근거가 아니라 실질적인 근거는 무엇일까요? 이런 질문을 이 묵상 독자들에게 확연하게 설명할만한 능력이 저에게 없지만, 이왕 말이 나왔으니까 설명하는 시늉만이라도 해야겠군요. 성서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비슷합니다. 손가락의 방향을 정확하게 직시할 수만 있다면 우리의 영적인 시각은 달을 포착해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관건은 손가락의 방향을 어떻게 직시하는가에 있습니다. 이 과정에는 어떤 영적인 비약이 필요합니다. 비약이라는 말은 비현실적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성서는 이 ..

오병이어 (79) -오병이어와 일상 (막 6:43,44)

'남은 떡 조각과 물고기를 열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으며, 떡을 먹은 남자는 오천 명이었더라.' (막 6:43,44) 저는 어제의 묵상 마지막 대목에서 오늘 우리의 일상에는 부활의 흔적이 전혀 없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이 질문은 당연히 부활의 흔적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우리는 일상에서 어떻게 부활 생명을 경험할까요? 사람들은 절망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경우라든지 도덕적으로 새로워지는 걸 그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또는 씨앗에서 꽃이 핀다거나, 부활절에 우리가 흔히 예로 들듯이 달걀에서 병아리가 나오는 생명현상들을 그렇게 볼 수도 있구요. 그런 것들을 부활생명의 간접적인 증거들이라고 할 수 있긴 하지만 그런 자연현상은 결정적인 게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생명의 영인 성..

시키는 일만 평생 할 것인가? (2023.1.12, 목)

'또 너를 고발하여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마태복음 5:40-41). 산상수훈에서 예수님은 세상 속 크리스천의 행동 기준을 가르쳐 주십니다. 겉옷은 가난한 사람의 이불이므로 이틀 이상 담보로 잡지 않는 율법 규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속옷을 달라고 하면 겉옷까지도 주라고 하십니다. 또한 로마 시대에 ‘5리’는 당국이 공식적인 부역(負役)으로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배인 10리를 국민의 의무로 감당하라고 하십니다. 이렇게 사는 것은 쉽지 않고 심지어 어리석어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 속 크리스천이 삶을 사는 비결입니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도 이런 상식을 초월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

세월을 아끼는 지혜 : 우선순위 (2023.1.11, 수)

'그런즉 너희가 어떻게 행할 지를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 같이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 같이 하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에베소서 5:15-16) 미국의 한 철강 회사를 찾아가 회장과 면담을 요구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겨우 면담을 허락받은 그 사람은 회장에게 제안을 하나 할 텐데 회사에 도움이 되는 제안이라고 판명되면 그 대가로 수표를 한 장 달라고 말했습니다. 좋다는 회장의 대답이 있자 남자는 백지를 내밀며 회장이 그 날 할 일들을 적고 중요한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서대로 일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일을 한다면 회사의 경영이 개선되고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6개월이 지난 후 그 사람은 철강 회사 회장으로부터 수표를 한 장 받았습니다. 2만5천 ..

산 너머

산 너머 산 너머 언덕 너머 먼 하늘 밑 / 행복이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네. 아, 나도 친구 따라 찾아갔다가 / 눈물만 머금고 돌아왔다네. 독일 시인 카를 부세(Carl Busse)의 시 「산 너머 저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행복을 이웃집 담 너머에서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하나님은 가까운 곳에 행복이라는 보물을 두었는데, 사람들은 이를 보지 못하고 ‘그곳에 가면’, ‘그것만 갖게 되면’ 하면서 먼 곳에 있는 행복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해가 떠도 눈을 감고 있으면 어두운 밤과 같습니다. 청명한 날에도 젖은 옷을 입고 있으면 그 마음은 비 오는 날처럼 어둡습니다. 톨스토이는 《세 가지 질문》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은 언제인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