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오병이어 (80) -오병이어와 일상 (막 6:43,44)

새벽지기1 2023. 1. 12. 06:16

'남은 떡 조각과 물고기를 열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으며, 떡을 먹은 남자는 오천 명이었더라.' (막 6:43,44)

우리가 성서말씀을 바르게 이해하면 부활생명을 만난다는 게 옳은 주장일까요? 그게 옳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요? 상투적인 근거가 아니라 실질적인 근거는 무엇일까요? 이런 질문을 이 묵상 독자들에게 확연하게 설명할만한 능력이 저에게 없지만, 이왕 말이 나왔으니까 설명하는 시늉만이라도 해야겠군요.

 

성서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비슷합니다. 손가락의 방향을 정확하게 직시할 수만 있다면 우리의 영적인 시각은 달을 포착해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관건은 손가락의 방향을 어떻게 직시하는가에 있습니다. 이 과정에는 어떤 영적인 비약이 필요합니다. 비약이라는 말은 비현실적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성서는 이 세상의 사물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이 세상의 그 어떤 것으로도 그 유비를 찾을 수 없는 하나님을 손가락으로 지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 사물의 이치에만 묶여 있는 사유방식만으로는 성서를 바르게 이해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시를 이해하려면 그 단어에 얽매이지 말고 그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듯이 성서를 이해하려면 성서의 고유한 세계로 들어가야 합니다.

 

성서의 세계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통치를, 그의 존재를, 즉 부활생명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걸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하면,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시를 단지 낱말 뜻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에게 시를 이해시킬 수 없듯이 하나님 자체를 저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그 하나님은 성서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지 않은 분이십니다. 우리가 조금 가까이 갔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다시 멀리 떨어지시는 그 하나님을 무슨 수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지요. 그것은 설명이 아니라 느낌이라고 해야 좋겠군요. 느낌은 단지 느낌일 뿐이지 설명은 아니에요. 그 하나님을 우리는 성서에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영적인 눈을 뜨기만 하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