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3 18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늦은 오후 한 청년이 공원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공원을 청소하던 관리인은 넋을 잃은 듯 앉아있는 청년이 조금 수상해서 말을 걸었습니다. "이보시오, 젊은이. 당신 누구요?" "글쎄요. 내가 누군지를 몰라서 생각하는 중입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관리인이 다시 청년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면 당신 집이 어디요? 어디서 왔어요?" "그것도 잘 몰라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관리인은 조금 강경한 어조로 청년에게 물었습니다. "계속 여기 있을 거요? 어디 갈 데 없어요?" "글쎄요 그것을 알았으면 벌써 여기를 떠나지 않았겠습니까?" 관리인은 엉뚱한 대답만 하는 청년이 더욱 수상하게 여겨졌지만, 청년은 관리인의 미심쩍은 표정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자..

기쁨 충만, 가능한가?(빌 4:4~9)

창조절 열둘째 주일, 2022년 11월20일 바울은 2차 선교 활동 중에 지금의 튀르키예에서 배를 타고 그리스 북쪽 지역으로 건너갔습니다. 그 지역의 대표적인 도시 빌립보에 들어가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빌립보 교회는 바울이 그곳을 떠난 다음에도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바울의 선교 활동을 재정적으로 후원한 교회로 유명합니다. 빌립보서는 기쁨의 편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쁨이 강조됩니다. 2:17~18절에서는 “나는 기뻐하고 너희 무리와 함께 기뻐하리니 이와 같이 너희도 기뻐하고 나와 함께 기뻐하라.”라고 했고, 2:28~29절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으며, 3:1절에서는 “나의 형제들아 주 안에서 기뻐하라.”라고 썼습니다. 오늘 설교 본문인 4:4절에는 조금 더 특징적인 표현이 나옵니다. 주 안에서 항상 기뻐..

최적의 시간, 최적의 장소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창41:1-13)

최적의 시간, 최적의 장소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창41:1-13) 본문은 요셉의 꿈 즉, 소년 요셉의 꿈(37장)과 애굽 감옥에서의 두 관원장의 꿈 해몽에 이은 세 번째 바로의 꿈 사건에 관한 내용이다. 애굽왕 바로가 하루는 꿈을 꾸고 그 꿈 때문에 깊은 번민에 휩싸였을 때, 술 맡은 관원장이 약 2년 전 감옥 생활 때의 요셉 꿈 해석 사건을 기억하고 요셉을 바로에게 천거하게 된다. 우리는 본문을 통해 세 가지 교훈을 얻는다. 첫째, 비록 왕일지라도 전우주의 주권자요 통치자이신 하나님 앞에서는 무기력한 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둘째, 하나님께서는 모든 상황 가운데 최적의 시간과 장소에서 그 뜻을 펼쳐 나가신다는 사실이다. 셋째, 하나님의 이 방법(바로의 꿈)이 아니었으면 이방인으로 애굽의 노예요 ..

요셉의 시간 (창 45:4-8)

(2022/11/27, 대림절 제1주) ["이리 가까이 오십시오" 하고 요셉이 형제들에게 말하니, 그제야 그들이 요셉 앞으로 다가왔다. "내가, 형님들이 이집트로 팔아 넘긴 그 아우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책하지도 마십시오. 형님들이 나를 이 곳에 팔아 넘기긴 하였습니다만, 그것은 하나님이, 형님들보다 앞서서 나를 여기에 보내셔서, 우리의 목숨을 살려 주시려고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이 땅에 흉년이 든 지 이태가 됩니다. 앞으로도 다섯 해 동안은 밭을 갈지도 못하고 거두지도 못합니다. 하나님이 나를 형님들보다 앞서서 보내신 것은, 하나님이 크나큰 구원을 베푸셔서 형님들의 목숨을 지켜 주시려는 것이고, 또 형님들의 자손을 이 세상에 살아 남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실제로 나를 이..

헤로디아의 원한 (막 6:19)

'헤로디아가 요한을 원수로 여겨 죽이고자 하였으되 못한 것은'(막 6:19) 요한을 원수로 여긴 사람은 헤롯 안티파스가 아니라 헤로디아라는 게 마가복음 기자의 입장입니다.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는 마태복음 기자와는 미묘한 입장의 차이를 보입니다. 사건의 전개과정을 따라가면 마태복음에서도 헤로디아가 요한의 죽음에 깊이 연루되지만 마가복음처럼 초장부터 원수 운운은 없습니다. 어쨌든지 강도의 차이는 보이지만 두 복음서 모두 요한이 죽게 되는 원인을 헤로디아에게서 찾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소설을 쓴다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요. 헤로디아가 정권을 잡은 헤롯이 아니라 영적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세례 요한을 흠모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가 어느 날 밤 요단 광야의 요한을 찾아가서 자기의 마음을 전했을지도 모릅니..

요한의 비판 (막 6:18)

'이는 요한이 헤롯에게 말하되 동생의 아내를 취한 것이 옳지 않다 하였음이라.' (막 6:18) 헤롯 안티파스가 세례 요한을 감옥에 가둔 이유는 요한이 헤롯의 재혼을 비판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당시에 왕왕 이루어지던 황실의 비정상적인 혼인에 대해서 당시 최고의 영적 권위를 확보하고 있던 요한이 비판했으니, 헤롯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헤롯의 행위가 어느 정도로 부도덕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2천 년 전 그 당시의 황실에서 일어나던 관행들을 오늘의 잣대로 판단하기는 힘드니까요. 요한이 헤롯을 비판한 이유가 제수와의 결혼에만 한정된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것 말고도 유대 민중을 향한 잔혹한 행위들이 여럿 있지 않았을까요? 예컨대 마태복음 2:16절 이하에 따르면 헤롯은 두 살 ..

헤롯, 헤로디아, 요한(막 6:17)

'전에 헤롯이 자기가 동생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에게 장가 든 고로 이 여자를 위하여 사람을 보내어 요한을 잡아 옥에 가두었으니'(막 6:17) 헤롯 안티파스가 동생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를 아내로 맞았다는 사실은 유대인 로마 역사학자인 요세푸스의 역사기록에도 나오는 사실입니다. 동생의 아내를 강제로 빼앗은 것은 아니고 동생이 죽은 다음에 정식으로 아내로 맞은 겁니다. 그런 것이 정략적인 결혼에 익숙했던 왕궁의 관습으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민중들의 정서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헤롯 대왕을 정점으로 배다른 형제들 사이에 얽힌 온갖 치정과 정쟁에 얽힌 이야기는 성서기자의 관심이 아니고 우리의 관심도 아닙니다. 우리의 관심은 세례 요한입니다. 헤롯은 예수의 친족이며 영적으로 선구자라 할 요한을 ..

군인다운 군인, 우리아! (2022.12.3, 토요일)

“그러나 우리아는 집으로 내려가지 아니하고 왕궁 문에서 그의 주의 모든 부하들과 더불어 잔지라 … 우리아가 다윗에게 아뢰되 언약궤와 이스라엘과 유다가 야영 중에 있고 내 주 요압과 내 왕의 부하들이 바깥들에 진 치고 있거늘 내가 어찌 내 집으로 가서 먹고 마시고 내 처와 같이 자리이까 …” (사무엘하 11:9-11). 직업마다 특별한 근성이 필요합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친절해야 하고, 제조 기술과 관련된 직업에서는 기술력과 더불어 정확성이 중요합니다. 모든 영역에서 완전할 수는 없어도 자기의 전문 영역에서는 남다른 면이 있어야 해당 직업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다윗 왕 시절 이스라엘의 장군이었던 우리아는 ‘군인’으로서 자신의 직업에 필요한 충성의 미덕을 보여주고 있습..

전도서 2장: 가장 좋은 것

해설: 전도자가 계속 말을 이어갑니다. 그는 쾌락을 즐기면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 온갖 즐거움을 찾아 보았지만 그것도 헛되었다고 고백합니다(1-11절). 술에 취해도 보았고, 거대한 토목 공사를 벌이기도 했고, 농사 일과 목축업으로 크게 성공하기도 했으며, 온갖 보화를 가져 보기도 했고, 수 많은 처첩을 거느려 보기도 했습니다. 절대 권력으로 하고 싶은 일을 다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모든 것이 바람을 잡는 것처럼 헛되었습니다. 왕위를 이어 받았다 해도 새롭게 할 만한 일이 없었습니다. 전도자는 지혜를 얻는 것에 희망을 걸어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혜 있는 자와 어리석은 자의 운명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12-14절). 지혜를 얻어도 어리석은 자와 같이 죽음으로 인생이 끝난다..

인공지능 AI

인공지능 AI “A1 기술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인간의 삶을 유익하게 해주는 측면도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정보들과 상품들을 신속하게 분류하고 통합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데 정확하고 빠른 조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여론파악, 정책 결정, 법률 입안 등을 비롯하여 장거리 원격 진료와 수술 및 드론 배송 등 인간이 수행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영역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편리성을 더해 주는 것은 분명하다.” 박현식 외 다수 공저(共著) 《인문 사회학으로 보는 AI》(자유아카데미, 37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구글의 슈미트 회장은 인공지능, 인터넷을 통한 지원 프로젝트들이 활성화 되어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고 각종 질병 치료를 받는 등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