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6 14

지금 어디선가 울고 있는 사람 웃고 있는 사람

지금 어디선가 울고 있는 사람 웃고 있는 사람 지금 어디선가 울고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까닭 없이 울고 있는데 그 사람은 나 때문에 울고 있다. 지금 어디선가 웃고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까닭 없이 웃고 있는데 그 사람은 나 때문에 웃고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엄숙한 시간」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시인은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면 나 때문에 울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웃고 있다면 그 사람은 나 때문에 웃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이웃의 아픔과 기쁨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시인이 좋은 시인입니다. 좋은 성도도 그러하고 좋은 목사도 그러하고 좋은 정치인도 그러합니다. 세종대왕은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인해 한글을 창제하였습니다. 공..

서울 유감

저는 서울에서 이 글을 씁니다. Ad Fontes(본질로!)라는 이름의 목회자 연구 모임에서 강의하기 위해 잠시 방문 했습니다. 이번 방문은 두 가지 점에서 특별합니다. 첫째는 개인적인 이유로서, 부모님이 모두 세상을 떠나고 나서의 첫 번째 방문이기 때문입니다. 우애 좋은 세 형제가 살고 있기는 하지만, 부모님이 안 계신 조국은 조금 낯설고 꽤 허전합니다. 강의가 끝나면 고향에 하루 다녀 올 생각인데, 비어 있는 고향 집을 보는 마음이 참 이상할 것 같습니다. 집에 간다는 소식을 들으시면 마당 입구의 ‘사형제 나무’(나무 줄기가 네 개의 가지를 뻗어 자라서 그렇게 별명을 지었습니다) 밑에 앉아 고개를 빼시고 기다리셨는데, 이제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도 생전에 인사 드리듯 집에도 가 보고, 부모님 모신 ..

'나중 형편이 처음보다 더 심하리니'(베드로후서2:20)

"만일 그들이 우리 주 되신 구주 예수 그리스도를 앎으로 세상의 더러움을 피한 후에 다시 그 중에 얽매이고 지면 그 나중 형편이 처음보다 더 심하리니 의의 도를 안 후에 받은 거룩한 명령을 저버리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것이 도리어 그들에게 나으니라"(베드로후서2:20-21) 복음을 듣고 구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세상의 더러움과 악함에서 빠져 나왔다가 다시 세상의 유혹으로 쓰러지고, 이단의 사상에 빠져 그런 것들에 정복 당하면 오히려 예수님을 알기 전보다 더 최악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바른 길을 알면서도 그릇된 길 거짓된 길로 가고, 하나님의 말씀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면서도 하나님의 말씀과 어긋나게 살고, 하나님을 대적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사람은 차라리 복음을 듣지 않은 편이, 예수님을 모르..

귀신들린 사람 (10)(막 5:8)

'이는 예수께서 이미 그에게 이르시기를 더러운 귀신아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 하셨음이라.'(막 5:8) 7절에서 귀신들린 사람이 예수님을 향해서 “나를 괴롭히지 마옵소서.”라고 간청한 이유는 예수님이 이미 귀신에게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이 뒤로 예수님과 귀신의 대화가 계속됩니다. 이런 묘사를 그대로 따른다면 귀신은 인격체처럼 보입니다. 귀신이 실제로 인격체인가 아닌가 하는 것에 대한 실증적인 대답을 우리는 찾기 힘듭니다. 앞으로 많은 세월이 필요한 문제니까 그냥 넘어가는 게 좋겠지요. 오늘 우리는 그것의 영적인 의미를 찾는 게 좋습니다. 여러분도 그걸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예수님은 더러운 귀신을 추방하는 분이십니다. 더러운 귀신이 곧 우리의 생명을 파괴하는 악한 힘이라고 한다면 예수님이야말..

귀신들린 사람 (9)(막 5:7)

'큰 소리로 부르짖어 이르되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 나와 당신이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원하건대 하나님 앞에 맹세하고 나를 괴롭히지 마옵소서 하니.'(막 5:7)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마치 만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귀신들린 사람이 예수님에게 자기를 괴롭히지 말라고 요청합니다. 이는 말은 누가 하는 걸까요? 이 사람 안에 들어있는 귀신이 하는 건가요? 아니면 이 사람 자신인가요. 저는 귀신을 실체나 인격체로 이해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변할지는 몰라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이해하는데, 본문을 귀신이 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이 사람이 직접 이 말을 했다는 것인가요? 이 사람에게는 그럴만한 능력은 없습니다. 제 정신이 없는 사람이 예수를 향해서 어떻게 하나님의 아들 운운할 수 있..

귀신들린 사람 (8)(막 5:6)

'그가 멀리서 예수를 보고 달려와 절하며.'(막 5:6) 귀신들린 사람이 멀리서 예수를 보고 달려왔다는 말은 그가 예수의 정체를 일찌감치 알아보았다는 뜻일까요? “하나님의 아들” 운운하는 7절 말씀을 전제한다면 그런 것처럼 보입니다. 더러운 귀신이나 성령이나 기본적으로 영적인 힘이라는 점에서 서로 소통되는 대목이 있었겠지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런 해석은 상당히 작위적으로 보입니다. 일단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는 게 어떨는지요. 상식이 실체적 진실에 가까울 때도 많답니다. 귀신들린 사람의 입장에서 이 장면을 조명해봅시다. 이 사람은 앞서 설명한대로 동네에서 추방당했을 뿐만 아니라 쇠사슬로 결박당하기도 했습니다. 완전히 따돌림 당한 사람입니다. 그는 무덤 사이에서 배회하며 절대고독 가운데 빠져 있었습니다. ..

찬양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서! (2022년 11월 6일 주일)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누가복음 10:41-42). 언젠가 교회에서 찬양을 인도하시는 분의 간증을 들었습니다. 찬양에 은사가 있기 때문에 매주일 예배 시간에 찬양을 인도해 왔는데 어느 날 찬양을 하다가 문득 자신이 하고 있는 찬양이 과연 무엇 때문에 하는 것인지 생각해봤다고 합니다. 매 주일 찬양을 인도하면서 예배의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는 것이 찬양의 목적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부르는 찬양이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 아니라 예배 분위기를 준비하기 위한 수단이 된 것을 느꼈던 것입니다. 그 생각과 함께 그분은 정신을 가다듬는 기회를 ..

잠언 10장: 일과 말의 지혜

해설: 10장부터 22장 16절까지는 솔로몬의 잠언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장에서부터는 지혜의 말들이 특별한 주제나 틀 없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학자들은 저변에 흐르는 주제나 구조가 있는지를 찾아왔지만 아직 뚜렷한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마다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이 없습니다. 솔로몬에게서 전해진 지혜의 말들이 모아져 있다고 보면 됩니다. 10장에는 여러 가지 주제의 잠언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부지런한 태도와 지혜로운 언어 생활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집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매사에 성실하고 근면하게 임합니다. 게으른 사람은 지혜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언제 쉬고 언제 일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4-5절). 지혜는 또한 언어 생활로 드러납니다. 언제 말하고 언제 침묵해야 ..

잠언 9장: 왕비와 음녀

해설: 1절부터 6절까지는 지혜의 초청을 전합니다. 지혜는, 궁궐을 을 잘 짓고 좋은 음식을 장만한 후에 시녀들을 내보내어 사람들을 초청하는 왕비와 같습니다. 왕궁에 차려진 음식을 먹으면 큰 즐거움과 힘을 얻는 것처럼, 지혜와 더불어 살면 명철의 길을 걷게 되며 생명을 얻습니다. 7절부터 9절까지는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을 대비시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훈계를 달게 받고, 어리석은 사람은 훈계를 거부할 뿐 아니라 훈계를 준 사람을 미워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혜로운 사람은 더욱 지혜로워지고, 어리석은 사람은 더욱 어리석어집니다. 10-12절까지는 주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며, 지혜를 따르는 것이 복된 길이라고 말합니다. 13절부터 18절까지는 어리석은 여인에 대해 말합니다. 앞에서 지혜를..

미완성

미완성 “다 빈치의 「모나리자」,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미켈란젤로의 「론다니니의 피에타」 이 세 작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중략) 정답은 바로 ‘미완성’입니다.” 박혜성 저(著)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글담출판, 314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의도적으로 작품을 미완으로 두거나 대상의 일부분을 생략하는 방식을 현대에서는 ‘논 피니토(non finito, 미완)’라고 부릅니다. 미켈란젤로의 후기 작품들은 대부분 미완성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다 빈치의 「모나리자」는 1503년-1506년에 4년 정도 그렸고, 1519년까지 수정을 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완성치 못하고 생을 마감했습니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은 1907년에 그려진 최초의 입체주의 작품입니다. 피카소는 이 작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