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용서와 화해 (창세기 43장)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6. 23. 07:01

해설:

야곱은 이집트에 볼모로 잡힌 시므온을 포기하고 어떻게든 기근을 견뎌 보려 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자 이집트에서 사 온 곡식이 동이 납니다. 야곱은 할 수 없이 다시 아들들에게 이집트에 가서 곡물을 사오라고 지시합니다(1-3절). 그러자 유다가 막내동생 베냐민을 꼭 데리고 가야 한다고 아버지를 설득합니다(4-5절). 야곱은, 왜 막내 동생이 있다고 말을 해 가지고 문제를 만들었느냐면서 아들들을 원망합니다(6절). 아들들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답하자(7절) 유다는 베냐민을 꼭 다시 데리고 오겠으니 믿어 달라고 아버지를 설득합니다.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자신에게 책임을 물어 달라고 간청합니다(8-10절).

 

야곱은 더 이상 어찌 할 수가 없음을 알고는 요셉에게 줄 선물을 넉넉히 준비하고 곡물 값도 두 배로 쳐 주라고 당부합니다(11-13절). 그는 이제 하나님의 돌보심 외에는 의지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너희들이 그 사람 앞에 설 때에, 전능하신 하나님이 그 사람을 감동시켜서, 너희에게 자비를 베풀게 해 주시기를 빌 뿐이다”(14절)라고 답합니다. “자식들을 잃게 되면 잃는 것이지, 난들 어떻게 하겠느냐?”(14절)는 말은 야곱의 절망적인 상황을 보여 줍니다.

 

형제들이 베냐민을 데리고 요셉에게 이르자, 요셉은 자신의 사저에 그들을 위해 잔치를 준비합니다(15-16절). 형제들은 총리의 사저로 안내 받으면서 두려움에 빠집니다. 곡물 자루에 담겨 있던 돈으로 인해 자신들을 벌하려는 의도인 줄로 오해한 것입니다(17-18절). 그들은 자신들을 인도하고 있던 관리인에게 지난 번에 있었던 일에 대해 해명합니다(19-22절). 그런데 놀랍게도 그 관리인은 그들을 위로하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합니다. 지난 번에 자신들은 곡물값을 다 받았고, 자루에 들어 있던 돈은 아마도 하나님께서 축복해 주신 것일지 모른다고 말해 줍니다(23절). 관리인은 시므온을 데리고 와서 형제들과 함께 요셉과의 점심 식사를 기다리게 합니다(24-25절). 

 

때가 되자 요셉이 그곳에 왔고, 형들은 가지고 온 선물을 요셉 앞에 내어 놓고 절을 합니다(26절). 요셉은 형들에게 아버지의 안부를 묻습니다. 형들은 아버지의 인사를 전했고, 요셉은 그들 중에 있던 베냐민을 보고 반가움을 표합니다(27-29절). 보고 싶었던 친동생을 만난 감격에 압도 된 요셉은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으로 피하여 한 참 동안 웁니다(30절). 아직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흐트러진 모습을 바로 하고 요셉은 다시 형제들에게 찾아와 점심 식사를 시작합니다(31-32절). 요셉은 형들을 나이 순서대로 상에 앉혔고, 형들은 그 일로 인해 어리둥절 합니다(33절). 형제들은 요셉의 상에서 날라다 주는 음식을 먹었는데, 베냐민은 다섯 배나 많은 음식을 공급 받습니다. 그들은 요셉과 함께 취하도록 마십니다(34절).

 

묵상:

요셉은 형들이 동생을 데리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한 편으로 불안했을 것입니다. 혹시나 형들이 영영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남아 있는 흉년 기간을 견디려면 다시 오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기다렸기에 형들이 다시 왔다는 말에 요셉은 기쁘고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그는 형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 것이고 성대한 잔치를 준비합니다. 하지만 요셉은 아직도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습니다. 화해의 강을 건널 마음의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용서도 어렵지만 화해는 더욱 어렵습니다. 용서는 혼자서 마음을 풀면 되지만 화해는 상처를 입힌 사람의 진정한 사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용서가 씨앗이라면 화해는 열매라 할 수 있습니다. 화해에 이르러서야 용서는 완성된다 할 수 있습니다. 형제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요셉은 이미 모든 것을 용서한 상태였습니다. 그는 당장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형제들을 끌어 안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형제들이 도와 주어야 할 몫이었습니다.

 

용서하는 것 만큼이나 진실한 마음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도 역시 중요합니다. 용서를 구하는 것은 상처 입은 사람을 분노의 굴레로부터 풀어주는 일입니다. 하지만 용서를 구하는 것은 용서하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자신의 자못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자기를 포기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모른 체 하려 하고 부정하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서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하나님 앞에 머물러 자신을 돌아 보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입힌 상처를 모른 체 할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네가 제단에 제물을 드리려고 하다가, 네 형제나 자매가 네게 어떤 원한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나거든, 너는 그 제물을 제단 앞에 놓아두고, 먼저 가서 네 형제나 자매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제물을 드려라”(마 5:23-24)고 말씀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