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자연과학자들의 이상한 침묵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6. 16. 06:23

요즘 매일묵상에서 ‘근본주의’에 대해 연재하는 중인데, 갑자기 답답한 마음이 들어서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야겠소. 천안함 사건 말이오. 한국 정부는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이 발사한 어뢰에 맞아 침몰했다는 사실을 국내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의 이름으로 지난 5월20일에 발표했소.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여러 나라들이 우리의 입장을 지지했소. 그리고 북한을 규탄했소. 남한 정부는 북한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여러 각도로 시도했소. 일체의 남북 교류를 단절했소. 심리전을 위해서 고성능 확성기를 설치했소. 아직 확성기에서 심리전 방송을 하지 않고 있는데, 그렇게 큰 소리를 치더니 왜 머뭇거리는지 이상한 일이오. 북한의 책임이라는 사실에 대한 확신이 안 서는 건지, 자칫 방송을 했다가 확전될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인지, 또는 최근의 뉴스에서 보듯이 미군의 반대 때문인지 잘 모르겠소.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서 강력한 규탄 성명을 내려고 했지만 그것도 지금 지지부진한 상태요. 천안함 사태를 중심으로 한 국내외 정책이 혼란에 빠진 상태요. 천안함에 대한 나의 짧은 생각을 두 번에 걸쳐서 쓴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오. http://dabia.net/xe/current/388112 http://dabia.net/xe/current/392037

 

시평-세상읽기 - 천안함 사건에 대한 궁금증(2)

       나는 지난 5월25일에 ‘천안함에 대한 궁금증’이라는 제목으로 여기에 글을 올렸다.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라는 합조단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요지의 글이었

dabia.net

 

     그런데 말이오. 참으로 궁금하게 있어서, 그대가 좀 불편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늘 다시 이 주제를 선택했소. 천안함 사태에 대한 정치적인 문제는 여러 각도로 해석이 가능하니 그렇다 치고, 과학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왕성하게 논의되어야 하는 거 아니겠소. 합조단의 발표는 과학적인 근거에서 나왔다고 했으니 말이오.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 서재정 교수와 버지니아대 이승헌 물리학 교수는 천안함에 대한 합조단의 발표를 지난 한달 반여에 걸쳐서 꾸준히 과학적으로 반박했소. 합조단의 조사에 모순과 잘못이 많다는 이들 두 학자들의 주장이 옳은지 합조단이 옳은지 워낙 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나와서 내가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소. 다만 학자의 양심으로 사태의 중심으로 들어갔다는 사실만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오. 그들이 오는 9일(금)오후 3시 도쿄 시내 유라쿠초에 위치한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 하오. 그런데 국내 학자들은 침묵의 카르텔이라도 맺은 듯이 입을 딱 다물고 있소. 황우석 거짓 논문 사태 때도 자연과학자들은 침묵을 지켰고, 대신 PD 수첩과 프레시안이, 그리고 과학 동아리 네티즌들이 문제를 제기해서 겨우 진실이 밝혀졌소. 지금 내로라하는 여러 전문 분야의 학회에 속한 학자들이 이 천안함 조사 발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오. 합조단의 조사 결과가 옳은지 아닌지를 학회의 이름을 걸고 발표하면 국민들의 궁금증이 좀 가라앉을 것도 같은데, 꿈쩍도 하지 않소. 합조단의 발표를 무조건 옳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말할 여지가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잘못 말했다가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조바심을 느끼는 것인지, 또는 이번 조사가 너무 전문적인 분야라서 자신 있게 나서기 힘들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전문가들로서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오. 서재정 교수와 이승헌 교수의 문제 제기가 잘못이라면 그것에 대해서도 발언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소. 이렇게 중요한 국가적 사태 앞에서 나 몰라라 방관한다면 그건 죽은 학문이오. 자연과학자들이여, 입 좀 여시라.(2010년 7월7일, 수, 햇빛과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