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근본주의(4)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6. 16. 06:31

    한국교회가 전체적으로 근본주의에 치우쳐 있다는 사실을 그대는 실감하고 있소? 한국교회 신자들은 근본주의가 무엇인지, 본인들이 세계교회의 흐름에서 어떤 노선에 있는지를 잘 모른다오. 자기가 다니는 교회의 담임 목사가 말하는 것 이외에는 아는 게 없으며,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소. 근본주의 설교만 들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것만이 기독교의 모든 것으로 생각하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그런 방식으로 교회 생활을 재미있게 하면 충분할 수도 있소. 얼마 전 사랑의교회 기공예배에서 축사를 한 아무개 목사는 그 자리에 절이나 성당이 들어서지 않고 교회가 들어서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오. 우리의 신앙은 늘 그런 방식이오. 남과의 비교 우위를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거요.

 

     제임스 바가 지적한 근본주의의 세 가지 특징 중에서 세 번째 것을 다시 생각해보시오. 근본주의자들은 자기들만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오. 그런 신앙이 어떤 식의 열매를 맺는지 보시오. 분열이오. 전세계교회 중에서 근본주의가 가장 극성스럽게 활동하는 한국교회가 전세계교회 중에서 가장 극심하게 분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얼마나 우스운지 모르겠소. 경우에 따라서는 진리 논쟁을 위해서 분열해야 할 때가 있긴 하오. 그러나 개신교라는 이름 밑에 적게는 150 여개, 많게는 200 개 가까운 교단으로 분열되어 있다는 것은 거의 병적인 현상이오. 이게 나에게는 수수께끼요. 믿음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왜 인간적인 작은 차이를 믿음으로 극복하지 못하느냐, 하는 거요. 그 이유가 바로 근본주의의 속성이오. 그건 극복이 안 될 거요. 서로 관용을 보이고 분열이 아니라 일치로 나가자고 아무리 하소연해봐야 소용이 없을 거요. 관용과 일치는 곧 자신들의 신앙적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오.(2010년 7월9일, 금, 햇살, 구름, 비 찔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