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근본주의(1)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6. 15. 06:49

    근본주의라는 말을 그대도 들어보았을 거요. 뿌리와 바탕이라는 뜻의 근본(根本)이라는 말은 좋은 것이오. 근본을 추구하는 근본주의도 역시 좋은 것이어야만 하오. 그런데 근본이라는 말은 좋은데 근본주의라는 말은 느낌이 좋지 않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근본주의는 근본을 문자적으로 절대화하기 때문이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라는 말을 들을 때 테러가 생각나는 이유도 거기에 있소. 그들은 이슬람 정신을 수호하기 위해서 테러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오. 그들의 폭력성을 무조건 그들의 잘못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긴 하오.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 제국주의와의 충돌이 그 배경이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나 서구 제국주의나 모두 한결같이 자기들의 가치를 절대화한다는 점에서 똑같이 근본주의적이고, 제국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소.

 

     서구 제국주의는 주로 기독교 정신에 근거하고 있소. 기독교가 원래 제국주의적이지는 않았소. 생각해보시오. 예수님의 가르침에서 제국주의적인 요소를 조금이라도 발견할 수 있는가를 말이오. 그가 선포한 하나님 나라는 정치, 경제적인 지배개념이 아니오. 정신적인 지배개념도 아니오. 지배라는 말을 붙인다면 사랑과 평화의 지배였다고 말할 수 있소. 당시 종교적 제국주의였던 유대로부터, 정치적 제국주의였던 로마로부터 초기 기독교는 박해를 받았소. 기독교가 유럽의 중심 종교로 부상한 뒤로 유럽의 제국주의와 결탁하게 되었소. 불행한 일이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오늘 한국교회는 철저하게 근본주의적이며, 철저하게 제국주의적이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그대는 잘 아실 거요. 한국교회의 행태가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며, 철저하게 배타적이고, 철저하게 지배적이라는 뜻이오. 선교문제만 해도 그렇소. 마치 기업들의 공격적 마케팅 전략처럼 공격적으로 선교를 수행하고 있소. 불교나 이슬람교 지역에 단기 선교로 나가서 물량공세로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들이는 걸 자랑으로 삼고 있소. 한국교회 신자들은 피리소리에 홀려 숲속으로 끌려들어가는 어린아이들처럼 자신들의 영혼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분간하지 못하고 있은 건 아닌가 모르겠소. 근본주의를 마치 신주단지 모시 듯해서 하는 말이오.(2010년 7월3일, 토, 높은 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