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믿음의 훈련장 (창세기 31장)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6. 9. 05:27

해설:

야곱의 재산이 불어나자 라반의 아들들이 시기하기 시작합니다. 야곱을 대하는 라반의 태도 역시 점점 차가워졌습니다(1-2절).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할 즈음에 야곱은 고향 땅으로 돌아가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습니다(3절). 

 

야곱은 레아와 라헬을 따로 불러내어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성실히 일해 왔는지 그리고 라반이 얼마나 자신을 착취했는지를 회상 하면서 자신의 고향으로 가자고 제안합니다(4-13절). 라헬과 레아는 아버지의 끝없는 탐욕과 자신들에 대한 비정한 태도에 대해 말하면서 야곱의 뜻을 따르겠다고 말합니다(14-16절). 라반이 순순히 보내주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세 사람은 비밀리에 탈출 준비를 합니다. 때가 되었을 때 모든 재산을 가지고 하란을 떠납니다(17-21절). 라헬은 아버지 집에서 수호신상을 훔쳐 옵니다(19절). 아버지에게 가장 중요한 물건을 훔쳐내어 정신적인 타격을 주려는 의도였을 것입니다. 그들은 유프라테스 강을 건너 길르앗 산간지방(요단강 동쪽)으로 내달렸습니다. 

 

라반은 사흘 뒤에야 그 소식을 듣습니다(22절). 라반은 야곱 가족으로부터 사흘 길 정도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었고 그들이 떠났다는 소식을 사흘 후에야 들었으니, 추적하여 따라 잡기에 너무 늦었습니다. 하지만 라반은 친족들을 데리고 일 주일 동안 추격하여 야곱의 가족을 따라 잡습니다(23절). 미친 속도로 추격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도 라반의 사람됨이 보입니다. 그는 야곱의 모든 재산을 빼앗고 빈 손으로 쫓아 버릴 심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야곱을 따라잡기 직 전, 하나님께서 라반에게 나타나셔서 그에게 아무런 해도 입히지 말라고 경고 하십니다(24절). 

 

다음 날 라반은 길르앗 산간 지방에 장막을 치고 야곱을 찾아갑니다(25절). 라반은 야곱에게 저 자세를 취하면서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늘어 놓습니다(26-28절). 그는 하나님이 자신에게 나타나 경고 하셨다는 말을 전하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허락 하면서(29절), 다만 자신의 수호신상을 훔쳐간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30절). 라헬이 그것을 훔쳐나온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야곱은 누구든지 수호신상을 훔친 사람이 발견되면 죽여도 좋다고 답합니다(31-32절).

 

라반은 종들을 시켜서 샅샅이 찾아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라헬은 수호신상을 낙타 안장 밑에 숨기고 그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라헬은 생리 중이어서 내려갈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위기를 넘깁니다(33-35절). 외삼촌의 의심에 격분한 야곱은 마음에 쌓아 두었던 감정을 쏟아냅니다(36-42절). 그가 십사 년 동안 종살이를 했고 육 년 동안 보수를 받고 일했지만 외삼촌은 그 사이에 열 번 이상 임금을 바꿔치기 했다고, 자신은 밤낮으로 성실하게 일했지만 외삼촌은 온갖 수단을 써서 그의 재산이 불어나는 것을 방해했다고, 하지만 하나님께서 자신의 재산을 키워 주셨다고 말합니다. 만일 하나님께서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가족들과 함께 빈 손으로 쫓겨 날 뻔했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라반은 야곱을 보내 주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 들입니다. 하지만 그는 야곱의 가족과 모든 재산이 법적으로 자신의 소유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 합니다(43절). 그의 자존심이 빼앗기는 것을 허락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는 돌 기둥을 세우고 돌무더기를 쌓은 후에 잔치를 베풀고 언약을 맺습니다(44-49절). 라반은 야곱에게 자신의 딸들을 선대할 것을 엄중히 요청하면서(50절) 불가침 조약을 맺습니다(51-52절). 야곱은 “아버지 이삭을 지켜 주신 ‘두려운 분’의 이름으로” 맹세합니다(53절). 

 

이렇게 하여 야곱은 마침내 외삼촌 라반의 손에서 완전히 해방됩니다. 그는 그곳에서 제사를 드리고 잔치를 베풉니다(54절). 다음 날, 라반은 딸들과 손주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밧단 아람으로 돌아갑니다(55절).   

 

묵상:

벧엘 이전에 하나님은 야곱에게 하나의 가설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일 뿐이었습니다.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난 이후에 야곱은 그분을 “나의 하나님”으로 믿고 의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그분께 자신을 온전히 맡기고 살만한 믿음은 없었습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그의 믿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그의 노력을 지켜 보시고 도와 주실만한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벧엘에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면서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 계시고, 제가 가는 이 길에서 저를 지켜 주시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시고, 제가 안전하게 저의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시면, 주님이 저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며, 제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집이 될 것이며,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모든 것에서 열의 하나를 하나님께 드리겠습니다”(28:20-22절)라고 기도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야곱은 하나님에게 흥정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지켜 보면서 필요할 때 도와 주십시오. 그렇게만 해 주시면 그에 대한 보답을 하겠습니다”라는 뜻입니다.  

 

이 믿음은 라반의 집에서 지내는 이십 년 동안 혹독하게 시험 당합니다. 야곱은 자신을 철저하게 속이고 털어 먹으려는 외삼촌의 악의를 대항하여 싸워야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으로 싸우면서 하나님께 도움을 청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진정으로 도우셨구나!” 하고 감탄할 때도 있었고, “하나님이 정말 계신가?” 하고 의문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빈손으로 귀향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낙심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번에 하루씩 인내하고 버텼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돌아 보니, 자신이 예상하고 계획하고 노력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축복을 누리고 있음을 알고, 자신의 인생의 진정한 주인은 하나님이신 것을 깨닫고 인정합니다. 

 

벧엘은 야곱이 하나님을 만난 곳이라면, 하란은 하나님을 의지하는 삶을 연습한 훈련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훈련은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훈련이 없이는, 고난이 없이는 구습을 벗어 버릴 수 없습니다. 야곱의 몸과 마음에 배어 있는 옛 사람이 깨어지는 데 이십 년이 걸린 셈입니다. 이 훈련을 통해 그는 비로소 자신의 힘을 빼고 하나님의 손을 의지하는 삶의 방법에 눈을 뜹니다. 그러한 삶의 방식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하나님은 야곱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하십니다. 그는 이십 년 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