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약자를 편드시는 하나님 (창 30:25-43)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6. 8. 06:42

해설:

요셉이 태어난 후에 야곱은 외삼촌 라반에게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청합니다(25-26절). 라헬과의 결혼을 조건으로 약속한 칠 년이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라반은 그를 놓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야곱이 온 이후로 그의 재산은 크게 불어났기 때문입니다. 라반은 어떻게든 야곱을 더 붙들어 두고 부리려 했습니다. 

 

라반은 야곱에게, 결혼을 조건으로 한 무보수 노동 기간이 이제 끝났으니 제대로 보수를 해 주겠다면서 얼마를 주면 좋을지 제안해 보라고 말합니다(27-28절). 야곱은 직답을 피하고 자신으로 인해 외삼촌의 재산이 얼마나 불어났는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29-30절). 라반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재차 묻습니다(31절). 야곱은 보수는 필요 없고 양 떼와 염소 떼 가운데서 얼룩진 것들만 자신의 소유로 인정해 달라는 조건을 제시합니다(32-33절).

 

라반은 야곱의 제안을 즉시로 받아 들입니다(34절). 얼룩진 양과 염소는 별로 많지 않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그 날 밤에 자신의 양과 염소 떼 가운데서 얼룩지고 흠이 있고 검은 것들을 모두 골라내어 아들들에게 주고, 자신의 가축떼와 야곱에게 맡긴 가축떼가 섞이지 않도록 거리를 두게 합니다(35-36절). 야곱을 오래 붙들어 두고 계속 부려 먹으려는 속셈이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대가족을 부양할 만한 재산을 모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야곱에게도 계획이 있었습니다. 외삼촌의 교활함과 비열함을 알기에 야곱은 치밀하고 정확한 전략을 짜 놓고 제안을 한 것입니다. 그는 그동안 양 떼와 염소 떼를 돌보면서 얼룩진 새끼들이 나오게 만드는 비법을 터득했습니다. 외삼촌은 그 방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야곱은 라반과 떨어져 지내면서 자신이 터득한 방식으로 얼룩진 양 떼와 염소 떼를 키워 갔습니다(37-42절). 결국 몇 년 사이에 야곱은 큰 부를 일구게 됩니다(43절).

 

묵상:

베델에서 하나님을 만난 이후, 야곱은 그분의 섭리에 자신을 맡기고 살아가기를 힘썼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저 멀리 물러가 지켜 보시는 분이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함께 일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할 수 있는대로 하나님의 뜻에 따라 선하고 의롭고 거룩하게 살기를 힘썼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한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 없이 살면서 형성된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은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당장 어떤 위기에 봉착하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은 멀어 보이고 자신의 주먹은 가까워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 죄의 유혹에 흔들리고 넘어집니다. 그렇게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해 가며 우리는 점점 하나님의 뜻에 가까워집니다.

 

라반은 한 사람의 인생 여정에서 만날 수 있는 최악의 인물입니다. 이토록 자기 중심적이고 교활하고 야비하고 비열한 사람을 매일 대면하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야곱은 십사 년이나 그 어려운 일을 겪어냅니다. 그는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아내들과 자녀들을 부양할 만한 재산을 모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라반이 그것을 허락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야곱은, 외삼촌이 꼼짝할 수 없도록 재산을 불리는 방법이 없을까를 두고 여러 날 동안 궁리했을 것입니다. 다행히 그의 계략은 맞아 떨어졌고, 그는 고향으로 떠날 만한 부를 축적합니다. 

 

외삼촌의 거대한 악에 맞서기 위한 야곱의 몸부림은 애처롭습니다. 처음에 그는 자신의 계략이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그는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합니다. 그런 방식으로 밖에는 대응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한 처지를 보시고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 주셨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에도 수 많은 ‘라반들’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힘(권력, 금력, 유명세 등)으로 다른 사람을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입니다. 때로 그런 사람들이 행하는 비열하고 야만적인 갑질 행태를 봅니다. 그런가 하면, 오늘 우리 중에는 ‘야곱들’도 많습니다. 가진 자들의 폭력에 대항할 힘이 없어서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을’들입니다. 

 

하나님의 마음과 눈길은 언제나 약자와 소수자들에게 향해 있다는 것이 성경이 전하는 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하나님의 눈길 있는 곳에 눈길을 두고 그분의 마음이 있는 곳에 우리의 마음도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