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천당방문기(1)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5. 15. 07:19

앞으로 틈틈이 ‘천당 방문기’를 그대에게 전하겠소. 천기를 누설한 죄로 나중에 그분에게 크게 혼나는 걸 각오하고 말할 테니 귀를 기울여보시구려.

 

내가 정말로 천당에 갔다 왔는지를 먼저 밝히라는 그대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오. 지금 내가 대답할 필요는 없소. 갔다 왔다고 말한다 해서 아닌 사실이 참된 사실이 되는 것도 아니고, 아니라고 해서 갔다 온 사실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소. 중요한 건 방문기의 내용이오. 그게 믿을만하면 갔다 온 거고, 그게 믿을만하지 않다면 천당 문 앞에도 갔다 오지 못한 거요. 그러니 내용에 귀를 기울여 보시구려. 방문기가 끝나면, 그게 언제일지 모르겠으나, 방문 여부를 확실하게 말해줄 테니, 조금만 인내심을 보여주시구려.

 

아, 먼저 내 이야기에는 순서가 없다는 걸 밝혀두어야겠소. 내가 보고 들은 것의 순서를 잘 모른다는 거요. 내 기억력이 나쁘다는 걸 그대도 알고 있지 않소?. 내가 보고 들은 그 많은 것들이 지금 내 기억 속에서 마구 엉켜 있소이다. 그걸 차례대로 정리하는 건 아예 불가능하게 되었소. 그 책임은 내가 아니라 나를 만드신 그분에게 있으니, 나를 탓하지 마시오.

 

그대는 천당에 관해서 가장 궁금한 게 무엇이오? 무엇이든지 물어보시구려. 내, 그대의 궁금증을 가능한대로 알려드리리다. 아무래도 예수님을 직접 뵈었는지, 그게 그대의 가장 큰 궁금증이 아닐까 하오. 천당에서는 하나님을 직접 만날 수 있는지도 궁금하실 거요. 거기서는 사람들이 뭘 먹고 사는지, 거기서는 2천 년 전에 살았던 예수님의 사도들을 만날 수 있는지 등등, 궁금한 게 끝이 없을 거요. 너무 서두르지 마시오. 그렇게 다그치면 내 기억이 어느 순간에 사라질지 모르오. 그대의 다그침은 나에게 컴퓨터 바이러스와 같다오. 자칫하면 모든 게 날아가 버린다오. 천천히, 정말 천천히 갑시다.

 

오늘은 우선 예수님을 직접 만났는지만 말하겠소. 그게 확실하지가 않소. 천당에 머물 때는 그것이 아주 명백했는데, 그곳을 떠나면서 안타깝게도 모든 게 희미해졌소이다.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건 아니오. 느낌으로만 남아 있소. 그대도 아마 그런 경험이 있을 거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짝사랑하던 선생님이 있었을 거요. 세월이 50년 쯤 흐르고 나니 그 선생님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 거요. 아니 그런 선생님이 계셨는지도 확실하지 않소. 다만 느낌만 어렴풋이 남아 있는 거요. 마치 어머니 자궁 속에서 지내던 느낌과 비슷한 거요.

 

천당에서 예수님과의 만남이 지금 나에게는 그런 흐릿한 느낌으로 남아 있소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이 완전한 평화, 완전한 안식이었다는 사실이오. 그걸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이 세상의 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소이다. 평화, 안식이라는 말 자체도 그걸 다 담아내지는 못하오. 아, 이렇게 말해야겠소. 지금 우리가 세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사물, 사건, 범주, 경험을 송두리째 내려놓아야만 예수님과의 만남이 무엇인지 조금 눈에 들어올 뿐이라오. 나는 이제 천당에서 돌아와 다시 세상의 것에 순식간에 길들여져서 더 이상 그것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오. 천당의 언어를 세상의 언어로 해석해낼 수 있는 능력을 달라는 기도를 주님께 드리고 오늘밤 자야겠소. 편안한 밤 되기를 바라겠소이다.(2010년 3월23일, 화요일, ‘다비안’을 발송한 날, 여전한 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