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천당방문기(2)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5. 15. 07:23

내가 그대에게 천당에서의 경험을 가능한 구체적으로 전해주기 위해서 얼마나 애를 쓰는지 알고 있을 거요. 가물가물한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나도록 해 달라는 기도를 하고,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신학 책을 다시 훑어보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에 관한 예수님의 비유를 복음서에서 다시 읽고 있소이다. 그뿐만 아니라오. 천당을 다녀왔다고 나발을 불고 다닌 사람들의 간증 테이프나 책도 구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소. 그건 그만 둬야겠소. 쓰레기 같은 걸 갖다가 무엇에 쓰겠소. 그 친구들은 천당에서 아예 사람취급을 받지 못했소. 그들은 뭔가 사무착오가 있어서 천당에 왔다가 정신병원에만 갇혀 지내다가, 하나님의 은총으로 어느 날 밤에 천당에서 추방당했다오. 나도 그런 친구들 중의 하나가 아니냐고 물으시는 거요? 마음대로 생각하시구려.

 

천당에서의 생활이 나름으로 눈에 익어가던 어느 날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는 걸 보았소이다. 모두들 표정이 심각했소. 그동안 천당에서 여러 사람들을 보았지만 이런 표정을 지은 사람들을 보기는 오랜 만이었소. 아, 이제 기억이 조금씩 살아나는구려. 천당에 온 사람들의 표정이라니, 그걸 내가 잊고 있었다는 게 어처구니없구려. 엄마 젖을 빨고 있는 아기들의 표정과 비슷하다고 말하면 되는지 모르겠소. 그걸 전하기에는 내 언어능력이 턱없이 부족하오. 모두가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는 표정을, 신비한 기쁨에 젖어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소. 그들 옆에 서면 나도 삶에 대한 희열이 솟구치곤 했었소. 잠시 옆으로 나갔소. 다시 표정이 심각한 사람들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살피려면 나도 그들과 한 통속이라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겠소? 그래서 나도 그들처럼 심각한 표정을 지어봤소. 그런 표정은 내가 설교할 때 짓던 것이래서 별로 어렵지 않게 거기서도 흉내를 낼 수 있었소. 가만히 보니 그 사람들은 예수님에게 뭔가를 따지려고 준비하는 거였다오. 처음에는 서로들 자기 말에 도취해서 떠들어대는 통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종잡기 힘들었다오. 그래도 귀를 기울이니 전체적인 줄거리가 잡히기는 합디다. 그 사람들의 불평은 세상에서 자기들이 수고한 것만큼의 대가를 천당에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소. 자기들은 천당에서 뭔가 특별한 대우를 받을 거라고 크게 기대했던 것 같소이다. 그게 무너졌으니 그들의 심정도 이해 못한 바는 아니었소. 유독 큰 소리로 외치던 이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하구려. “내가 헌금으로 바친 돈, 다 돌려 다오.” 이 사람들은 전에도 예수님과 면담하려고 몇 번이나 신청을 했는데, 중간에 베드로가 차단을 했는가 보오.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천당에 들어왔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되오. 하나님의 은총이 크긴 큰가보오.(2010년 3월24일, 수요일, 하양 장날, 흐림, 바람, 아직 꽃샘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