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기억 속의 시간 여행

새벽지기1 2023. 11. 20. 06:07

   우리는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의 세 시제로 나눕니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 사이에 서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는 없습니다. 시간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시계를 보고 “지금이 열 시 정각이다” 하고 말하는 순간 초침은 지나가 버립니다. 미래는 가상적으로만 존재합니다. 그 미래를 보게 될지 말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과거만 있는 셈입니다.

    과거는 우리의 기억 속에만 존재합니다. 영원의 차원에 계시는 하나님의 눈에는 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다 보이겠지만,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기억할 뿐입니다. 그 기억은 제한적입니다. 어떤 사람은 부정적인 경험을 주로 기억하고, 어떤 사람은 좋은 경험만을 기억합니다. 때로 우리의 마음은 기억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 기억이 너무도 고통스럽다 싶으면 마음은 그 기억을 지워 버립니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과거에 경험한 부정적인 사건으로 인해 자존감이 망가진 사람은 미래에도 그렇게 살 가능성이 큽니다. 그 부정적인 기억이 스스로를 자신을 무가치한 존재로 규정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열살 때 어떤 일을 당했다면, 그 경험을 열살의 마음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아직 세상 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린 아이의 마음에 각인된 기억은 정확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그 사건에 대한 평가도 옳지 않습니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가끔 자신의 과거 기억을 반추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별히 부정적인 기억들을 다시 끄집어 내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실의 기억, 실패의 기억, 거부의 기억, 배신의 기억 같은 것들이 그것입니다.

    그런 기억을 되돌아 보는 것은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빛 바랜 흑백 사진을 꺼내 보듯이 과거의 기억을 꺼내 보고 지금의 마음으로 그것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거부 당하여 울고 있는 어린 아이를 기억 속에서 보게 될 것입니다. 그 아이의 등을 다독이며 “괜찮아, 다 괜찮아!” 라고 말하며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과거의 기억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집니다. 더 이상 일그러진 자존감으로 살지 않게 됩니다.

    과거의 기억을 돌아보며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좋은 일은 감사하는 것입니다. 좋았던 기억을 두고 감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좋지 않았던 기억을 다시 들추어 보며 감사할 이유를 찾아 보는 겁니다. 심한 상실감을 겪었지만 그래도 견디고 살아 남은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거부 당한 기억은 쓰라리지만, 내가 상처를 준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은 감사할 조건입니다. 비록 실패와 시련이 있었지만, 그것을 통해 지금의 나로 빚어졌으니 감사할 일입니다. 그것이 과거와 화해하는 일입니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실수를 고쳐서 그 이후의 인생 경로를 바꾸는 이야기를 봅니다. 그것은 실제 인생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고침으로써 미래의 인생 경로를 바꿀 수 있습니다. 기억 안에서 시간 여행은 가능하고, 그것을 통해 인생 경로를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것이 감사의 놀라운 능력입니다.

    감사는 한 해에 한 번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입에 달고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의 삶은 놀랍게 변화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