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리민수목사

인격적인 이별!

새벽지기1 2016. 1. 23. 09:15

(리민수칼럼2394 인격적인 이별!)

어제 인편으로 한 자매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았다.

<목사님! 저 ◯◯이예요.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는 요즈음 계속 DFC와 목사님께 죄송한 마음에 머리속이 핑핑 도는 느낌입니다.
목사님의 전화도 받지 않고 목사님께서 먼저 사과하시는 상황을 만들어서
그 부분이 가장 죄송합니다.
이렇게 편지로나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목사님께서 너그러히 저를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목사님! 저는 얼마 전 ‘히말라야’라는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목숨을 걸고 산을 오르는 ‘엄홍길 대장’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목사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 영화를 관람하고 난 후 저는 왜 그토록 화를 내셨는지
왜 목사님께서 저에게 그토록 금식사경회를 참석하도록 하셨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저는 ‘히말라야’를 등정하기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목사님! 저는 ‘히말라야’가 아니라 ‘뒷동산’을 오르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아직 ‘하나님’을 제가 믿게 된다는 것이 하나의 기적이고 벅찬 사람 같습니다.
저에게 ‘히말라야’라는 더 높은 곳을 추천해 주시고 인도하는 목사님이 너무 감사하지만
저는 아직 거기까지 그릇이 부족한 사람 같습니다. 
이렇게 DFC를 나가게 되어 목사님과 선교사님의 은혜를
이런식으로 결말짓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그동안 너무 감사했고 감사했습니다.>


이것은 이별 통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

이 자매는 2학년 때 우리DFC 공동체에 들어왔다.
지난 2년간 겪어보면서 느낀 것은 참 밝고 착한 자매였다.
처음 만났을 때는 신앙이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양육을 잘 받았다.
그래서 내가 참 예뻐했던 자매다.
하지만 겨울금식사경회를 앞두고 불편한 상황이 되었다.
지난 겨울금식사경회에 불참한 가지장(리더)은 두 명이다.
이 자매가 그 중 한 자매다.
처음에는 금식이 두렵다고 했다.
그럼 금식하지 말고 참석하라고 했다.
하지만 또 망설였다.
이 자매의 유일한 흠이 바로 우유부단이다.
수련회에 참석하지 않아서 화가 난 것이 아니다.
자매의 그 우유부단한 태도가 매우 못 마땅했다.
그래서 어떻게 나중에 험한 광야를 살겠느냐고 책망을 했다.
그리고 그 후 자매는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응답도 없었다.


그래도 내가 마음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겨울 금식사경회를 마친 다음날 새해가 되기 전에 자매와 마음을 풀고 싶어 문자를 보냈다.
<주안에서 사랑하는 ◯◯자매에게!
Happy New Year! 
이 메일을 보낼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보낸다네.
내가 지난 주 몇 번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예감이라고 할까?
암튼 ◯◯자매가 떠나든 남든 그 문제는 주님께서 알아서 하실 일이고
나는 주의 종으로서 몇 가지 이야기 하려고 하네.
먼저 ◯◯이에게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네.
내 말이 맞건 틀리건 떠나서 OO이가 마음 상했다면 내 잘 못이니까...
정말 미안하네. 내 사과 받아 줬으면 좋게네.
다음은 목사로서 한 마디 하겠네.
내가 ◯◯자매를 만나 양육한지 2년이 되었지.
그런데 믿음의 결단이 없기는 별 다를 바 없더군. 정말 가슴이 아팠어.
특별히 당부하건데 새해에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초심을 잃지 말고
믿음으로 정면 돌파하는 주님의 제자가 되었으면 좋겠어.
나도 사역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오늘 낮에 이 땅의 복음화를 위해 생명을 걸고 이 땅에 왔던 순교자들의 잠든 양화진 묘역에 다녀왔네.
어쩌면 ◯◯자매가 우리공동체를 떠날 마음을 먹었을 수도 있네.
만약 그렇다고 해도 나는 붙잡지 않겠네.
하지만 목사로서 ◯◯자매가 공동체를 떠나지 않기 바라네. 이것은 내 진심이네.
선택은 전적으로 ◯◯자매에게 있지.
만약 떠난다면 잘 가게!
주님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기도하네. 샬롬!>

마치 이별을 통보 받은 연인처럼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