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3073

의인 (1) (막 2:16)

'예수께서 들으시고 그들에게 이르시되 건강한 자에게는 의사가 쓸데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데 있느니라.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하시니라. (막 2:16) 왜 죄인들과 어울려 다니느냐는 서기관의 불만을 듣고 주신 예수님의 이 말씀은 그야말로 촌철살인입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 없듯이 의인에게는 예수가 필요 없다는 말보다 더 정확하게 인간의 내면을, 그리고 예수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의인(義人)은 구약성서의 중심 사상입니다. 개인과 사회를 전체적으로 의로움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그들의 종교의 의식으로부터 먹거리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그렇습니다. 노아는 그 당시에 유일하게 의로운 사람이었으며, 욥도 역시 의로운 사람이었습..

바리새인 (6)(막 2:16)

'바리새인의 서기관들이 예수께서 죄인 및 세리들과 함께 잡수시는 것을 보고 그의 제자들에게 이르되 어찌하여 세리 및 죄인들과 함께 먹는가.' (막 2:16) 바리새인 서기관에게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그의 진보성입니다. 바리새인이 과연 진보적인 사람들인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사두개인들처럼 로마의 체제 안에 안주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그들이 진보적이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늘 우리의 질문은 이것입니다. 진보적이었던 바리새인들이 왜 예수님과 대립했을까요? 예수님도 그런 관점으로 분류한다면 진보인사인데 말입니다. 바리새인의 진보성은 이중적입니다. 한편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진보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로마 체제를..

바리새인 (5) (막 2:16)

'바리새인의 서기관들이 예수께서 죄인 및 세리들과 함께 잡수시는 것을 보고 그의 제자들에게 이르되 어찌하여 세리 및 죄인들과 함께 먹는가.' (막 2:16) 지식인이 신비를 못 본다는 어제의 말은 그렇게 기계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이것은 모든 지식인들이 아니라 지식이라는 외피에 눈을 가린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자기의 업적이 큰 사람일수록 하나님의 통치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건 아주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이는 흡사 티브이를 크게 틀어놓는 집에서는 사는 사람들은 가을바람소리, 귀뚜라미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지식인들의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신비는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것들을 뛰어넘는 현상을 가리켜 신비롭다고 말합니다.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걸 보신..

바리새인 (4) (막 2:16)

'바리새인의 서기관들이 예수께서 죄인 및 세리들과 함께 잡수시는 것을 보고 그의 제자들에게 이르되 어찌하여 세리 및 죄인들과 함께 먹는가.' (막 2:16) 저는 어제 지식인의 한 전형인 바리새인 서기관의 문제가 진리보다는 정보에 치우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는 예수님이 죄인들과 밥을 먹는 그 행위 안에 담긴 생명보다는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율법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지식인의 한계를 다른 각도에서 다시 한 번 더 확인하려고 합니다. 자신의 지식에 사로잡힌 사람은 신비에 눈을 감습니다. 사실 지식인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은 대개 자기가 경험한 범주 안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가부장적 질서에 굳어진 사람은 페미니즘을 결코 이해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

바리새인 (3) (막 2:16)

'바리새인의 서기관들이 예수께서 죄인 및 세리들과 함께 잡수시는 것을 보고 그의 제자들에게 이르되 어찌하여 세리 및 죄인들과 함께 먹는가.' (막 2:16)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바리새인 서기관은 대표적인 지식인입니다. 서기관은 유대교 율법을 연구하고, 수많은 불문율법을 해석하거나 구약성서의 사본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다가 이 사람은 보수적인 사두개파가 아니라 진보적인 바리새파라고 합니다. 진보 지식인! 멋있는 말이군요. 그가 바로 나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식인은 지적인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가리킵니다. 어떤 것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겠지요. 이런 지성은 인류 문명을 이끌어온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이런 지성인들은 지도자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의 대학교 선생님들이나 법관, 변호사..

바리새인 (2) (막 2:16)

'바리새인의 서기관들이 예수께서 죄인 및 세리들과 함께 잡수시는 것을 보고 그의 제자들에게 이르되 어찌하여 세리 및 죄인들과 함께 먹는가.' (막 2:16) 우리는 어제 ‘바리새인’에 관한 요아킴 그닐카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 설명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바리새인이 어느 한 순간에 만들어진 조직이 아니라 상당히 점진적인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입니다. 그 안에 서로 다른 신학적 경향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도행전의 보도에 따르면 바울은 산헤드린에서 심문을 받을 때 부활 신앙으로 인해서 자신이 박해를 받는다고 피력함으로써 바리새인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습니다. 이런 점에서 바리새인들이 늘 그리스도교와 대립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과 충돌했을 개연..

바리새인 (1)(막 2:16)

'바리새인의 서기관들이 예수께서 죄인 및 세리들과 함께 잡수시는 것을 보고 그의 제자들에게 이르되 어찌하여 세리 및 죄인들과 함께 먹는가.' (막 2:16) 아래의 글은 요아킴 그닐카의 (국제성서주석 39,1)에서 각주를 빼고 그대로 인용한 것입니다. 우리는 전문적인 신약학자의 눈을 통해서 신약성서가 형성되던 시기의 정황을 조금 맛볼 수 있을 겁니다. 바리사이파는 예수의 시대에 (사두가이파와 에쎄네파와 함께) 중요한 정치적 영향력을 지녔던 종교적인 당파를 이루었다. 이 운동의 발단은 약간 모호하다. 일반적으로 종교단체로서 바리사이파의 성립은 BC 2세기로 소급되며, 하씨딤의 옛 집단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생각되었다. 바리사이파는 하스몬 왕가에 대해서는 거의 언제나 대립적인 관계에 있었으나 장로회의(Geru..

세리와 죄인들 (3) (막 2:15)

'그의 집에 앉아 잡수실 때에 많은 세리와 죄인들이 예수와 그의 제자들과 함께 앉았으니 이는 그러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예수를 따름이러라.' (막 2:15) 요즘 설교비평을 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이 여러모로 괜찮은 목사들의 설교에서 복음과 신앙의 본질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기복적이지도 않고 감정에 치우지지도 않은, 매우 건전한 신앙을 설교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모든 가르침들이 그리스도교의 근본을 드러내기보다는 단지 모범적인 신앙만을 해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르침들은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설교가 아닙니다. 설교는 하나님의 통치에만 무게를 두어야 합니다. 비록 사람들의 신앙적 태도를 말하는 경우에도 역시 하나님이 중심이어야 합니다. 세리와 죄인들이 예수님과 자리..

세리와 죄인들 (2) (막 2:15)

'그의 집에 앉아 잡수실 때에 많은 세리와 죄인들이 예수와 그의 제자들과 함께 앉았으니 이는 그러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예수를 따름이러라.' (막 2:15) 예수님 주변에 세리와 죄인들이 늘 함께 했다는 사실과 예수님이 그들을 모범생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오늘 우리는 복음과 설교의 근본이 무엇인지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설교는 청중들로 하여금 하나님 나라의 통치에 마음을 열라는 초청이지 그들을 쓸 만한 인간으로 개조하려는 훈계가 아닙니다. 초청과 훈계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입니다. 초청은 초청의 주체에 중심이 놓여 있다면 훈계는 훈계의 객체에 중심이 놓여 있습니다. 전자는 하나님 나라가 관건이라면 후자는 사람입니다. 물론 하나님의 나라가 사람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

세리와 죄인들 (막 2:15)

'그의 집에 앉아 잡수실 때에 많은 세리와 죄인들이 예수와 그의 제자들과 함께 앉았으니 이는 그러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예수를 따름이러라. (막 2:15) 본문에 세리와 죄인이 병렬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세리와 죄인이 별 다를 게 없다는 뜻이겠지요. 신약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본문에 나오는 세리들은 국경을 통과하는 상품에 대해 부과되었던 변칙적인 세금을 징수하던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조세는 로마 황제의 국고로 들어가지만 관세는 지방 군주의 금고로, 즉 갈릴리의 분봉왕인 헤로데 안티파스의 금고에 들어갑니다. 관세는 세금청부업자를 통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징세가 남용되고, 그로 인해서 세리들은 백성들의 원성을 많이 샀습니다. 그들은 사기꾼으로 간주되었는데, 레위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