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정용섭목사 687

과정으로서의 구원 (빌 2:1-13)

창조절 5주, 2023년 10월 1일 “구원의 확신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여러분은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각자 다를 겁니다. 아멘, 할렐루야, 하는 방식으로 확신이 있다고 답하는 분들은 소수고, 구원받은 것으로 믿기는 하나 실제로는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분들이 많겠지요. 성경에는 적극적인 대답으로 보이는 문장들이 종종 나옵니다. 12년 하혈증으로 고통받던 여자에게 예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막 5:34) 시각장애인인 바디매오에게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막 10:52) 빌립보 감옥을 지키던 간수에게 바울은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하나님의 선하심 앞에서 (마 20:1-16)

창조절 4주, 2023년 9월 24일 예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선포하신 첫 말씀은 “회개하라, 하늘나라(ἡ βασιλεία τῶν οὐρανῶν)가 가까이 왔다.”(마 4:17)입니다. 그 메시지는 세례 요한도 마 3:2절에서 선포한 것입니다. 그 하늘나라는 물건이나 상품이 아닙니다. 어떤 장소를 가리키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의 다스림이고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하늘나라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깊이에서 인식되고 경험되지 않습니다. 아주 가까이 다가간 사람도 있고, 멀어도 한참 먼 사람이 있습니다. 사랑과 생명을 모두 똑같이 경험하는 게 아니듯이 말입니다. 포도원 비유 예수께서는 하늘나라를 비유로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하늘나라를 우리말 성경 은 한자인 천국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오늘 설교 본문에서 이 비유는..

홍해 이야기 (출 14:21-31)

창조절 3주, 2023년 9월17일 진퇴양난 오늘 본문이 전하는 이야기를 모르는 분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출 14:21~22절은 이렇습니다. 으로 읽겠습니다. 모세가 팔을 바다로 뻗치자, 야훼께서는 밤새도록 거센 바람을 일으켜 바닷물을 뒤로 밀어붙여 바다를 말리셨다. 바다가 갈라지자 이스라엘 백성은 바다 가운데로 마른 땅을 밟고 걸어갔다. 물은 그들 좌우에서 벽이 되어주었다. 거센 바람이 바닷물을 밀쳐서 땅을 드러낸 이곳은 홍해입니다. 구글 지도에 red see를 검색하면 생생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인도양에서 지중해 11시 방향으로 흘러드는 듯이 만들어진 좁고 긴 바다입니다. 아프리카 북부 이집트에서 가나안 쪽으로 가려면 지중해와 홍해 사이의 지협을 통과해야 합니다. 로마 시대부터 계획되었던 운하..

도반 공동체 (마 18:15-20)

창조절 1주, 2023년 9월 10일 우리가 읽은 설교 성경 본문에는 오늘날의 교회에서도 벌어질 법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15절은 이렇습니다. '네 형제가 죄를 범하거든 가서 너와 그 사람과만 상대하여 권고하라 만일 들으면 네가 네 형제를 얻은 것이요' 어떤 교인이 교회 안에서 말썽을 일으켰을 때 처음부터 교회 전체에 공론화하지 말고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권고하라는 겁니다.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몇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우선 두세 증인을 데리고 가야 합니다. 그래도 듣지 않으면 교회에 알리라고 합니다. 그가 그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자기 생각을 바꾸면 다행입니다. 자기 고집을 꺾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로 말하면, 교인 총회의 결정을 거부하는 겁니다. 그럴 때는 그 사람을 ‘이방인이나 세리..

악’ 앞에서 (롬 12:14-21) / 정용섭목사

‘창조절 1주, 2023년 9월3일 바울은 고린도에서 활동하던 56년 초 로마 교회에 관한 소식을 듣고 긴 분량의 글을 작성해서 보냈습니다. 그 글이 바로 로마서입니다. 2천 년 전 바울의 글을 우리가 그대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로마서의 핵심 주제는 믿음을 통한 의로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하나님으로부터 의롭다는 인정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이게 교회 밖에 있는 이들에게는 황당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의로운 일을 해야 정의롭지 예수를 믿는다고 해서 어떻게 정의로워질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비유적으로, 여기 연봉 2천만 원인 사람이 있습니다. 식구는 넷입니다. 월세살이에 빠듯하게 살지만, 연봉 1억 원을 받는 사람보다 더 풍요롭게 산다고 생각합니다...

모세의 출생 이야기 (출 2:1-10)

성령강림 후 13주, 2023년 8월 27일 아기 모세 오늘 설교의 성경 본문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가장 행복한 장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레위 지파에 속한 한 남자와 여자가 결혼했다는 말로(출 2:1)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본문에 나오는 신랑은 아므람이고, 신부는 요게벳입니다. 출 6:20절에 따르면 요게벳은 아므람의 고모입니다. 당시는 근친결혼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결혼하기보다는 잘 아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결혼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곤란한 상황을 방지하는 제일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겠지요. 부부는 아기를 낳았습니다. 출 2:2입니다. “그 여자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으니 그가 잘생긴 것을 보고 석 달 동안 그를 숨겼으나 … ” 새로 태어난 남자아이가 잘생겼다고 합니다. 독자들은 그런..

가나안 여자의 큰 믿음 (마 15:21-28)

성령강림 후 12주, 2023년 8월 20일 가나안 여자 오늘 설교 본문은 예수님 일행이 갈릴리 호수 북서쪽으로 멀리 떨어진 두로와 시돈 지역에 갔을 때 딸이 흉악한 귀신에 들린 가나안 혈통의 한 여자가 예수님을 만나러 오는 이야기입니다. 마 15:22절은 처음 장면에 관한 묘사입니다. 가나안 여자 하나가 그 지경에서 나와서 소리 질러 이르되 주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내 딸이 흉악하게 귀신 들렸나이다. 이 여자의 딸은 요즘 흔하다고 하는 조현병에 걸린 걸까요? 간질이나 열병에 걸려서 헛소리하는지도 모릅니다. 당시 사람들은 고치기 어려운 병을 귀신 작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의학이 놀랍도록 발전한 오늘날에도 모든 병이 치료되는 건 아닙니다. 코로나 판데믹이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유행할 조짐..

'그리스도는 하나님이시다!' (롬 9:1~5)

성령강림 후 10주, 2023년 8월 6일 바울의 격정 바울이 로마서를 집필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십시오. 로마서는 16장까지 있습니다. 2천 년 전 필기도구가 열악했던 시절에 이렇게 긴 글을 쓰려면 보통 수고가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요즘 얇은 책 한 권 쓰는 품이 들어가겠지요. 바울이 혼자 책상에 앉아서 직접 글을 쓴 게 아닙니다. 그의 옆에는 글을 대신 써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롬 16:22절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이 편지를 기록하는 나 더디오도 주 안에서 너희에게 문안하노라.” 바울의 비서라 할 더디오는 바울이 말하는 걸 받아쓰다가 마지막 인사 대목에서 자기 개인 인사말을 덧붙였습니다. 로마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분들은 당시 바울의 심정이 매우 격정적이었다는 사실을 느꼈을 겁니다. 중간에..

하늘나라에 관한 말씀 (마 13:31~33, 44~50)

성령강림 후 9주, 2023년 7월30일 마 13:31~33절과 44~50절에 ‘천국’ 비유가 나옵니다. 우리말 성경이 ‘천국’이라고 번역한 헬라어는 ἡ βασιλεία τῶν οὐρανῶν입니다. 이 헬라어를 순수 우리말로 번역하면 ‘하늘나라’입니다. 헬라어의 의미를 살린다면 하늘의 능력, 기운, 또는 다스림입니다. 한자 번역인 천국은 공간적인 의미가 강합니다. 어떤 그리스도인은 우주의 한 공간 이미지를 떠올리겠지요. 우주 공간에 그런 장소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성경이 말하는 하늘나라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떻게 그 하늘나라를 경험할 수 있을까요? 세상살이가 너무 재미있거나 너무 힘들어서 하늘나라에는 관심이 없으신가요? 하늘나라 비유 우선 하늘나라에 관한 예수님의 비유 다섯 가지를 간단하게 확인해봅시다..

여기 계신 하나님 (창 28:10~19a)

성령강림 후 8주, 2023년 7월 23일 창세기가 보도하는 고대 이스라엘의 족장 역사에는 대표적으로 세 명의 이름이 나옵니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입니다. 이들 중에 가장 드라마틱하게 살았던 인물은 야곱입니다. 창 25장에 나오는 야곱 서사의 시작은 야곱이 아버지 이삭과 어머니 리브가의 쌍둥이 둘째 아들로 태어난 이야기입니다. 당시 리브가의 나이는 육십이었습니다. 야곱의 삶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습니다. 네 명의 여자를 통해서 열두 아들에다가 딸 하나를 두었습니다. 그가 가장 사랑한 라헬은 막내아들 베냐민을 낳은 다음 산고로 죽습니다. 아들들이 말썽도 많이 일으켰습니다. 딸 디나 문제로 아들들이 작당해서 그 지역의 한 가문을 도륙했습니다. 그런 일로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생 말년에 찾아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