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짐을 내려놓아야.../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5. 24. 05:30

    그대는 누구요? 신학생이오, 전도사요, 젊은 목사요? 그대는 남의 영혼 구원을 위해서 부름을 받은 사람이오? 교회 일에 평생 충성을 다 하는 평신도시오? 내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 가지요. 남의 짐을 들어줄 생각을 하지 말고 자기 짐이나 열심히 지는 연습을 하시오. 자기 짐이 무거우면 남의 짐을 들어줄 수도 없소.

 

     내가 보기에 한국의 많은 목사들과 교회 지도자들은 무거운 짐에 눌려 있소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큰 짐을 지고 끙끙대고 있소이다. 10 킬로그램의 쌀자루도 지기 힘든 열 살짜리 아이가 30 킬로그램 쌀자루를 진 형국이오.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오. 쉽게 말하리다. 교회에서 집사, 권사, 장로, 또는 교사, 성가대원, 구역장 등등의 직책이 남발되고 있소. 물론 목사라는 직책도 마찬가지요. 기독교 신앙을 알지도 못하고 경험하지도 못한 채 단순히 직책에, 또는 이러저런 인간관계에 묶여서 신앙생활을 하는 거요. 그것이 본인에게 무거운 짐이라는 사실이 들통 날까 안절부절못하오. 물론 겉으로는 그런 내색을 하지 않소.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있소. 그게 안쓰러워 보이오.

 

     그대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는 주님의 말씀을 근거로 힘들지만 자기 짐과 남의 짐을 지고 가는 게 옳은 신앙이 아니냐, 하고 묻고 싶을 거요. 아무도 부담스러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교회 일이나 주님의 일을 누가 하느냐고 말이오. 옳소. 때로는 힘이 들어도 해야 할 일이 있소. 그러나 이런 말씀을 착각하면 안 되오.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일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없는 일이 있소. 자기가 들 수 있는 무게가 있고, 없는 무게가 있소. 들 수 없는 무게를 억지로 들면서 “당신은 힘이 좋군.” 하는 칭찬에 취해 있는 사람의 모습은 좀 우습소.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신앙의 본질이 무엇이냐 하는 질문과 연관되오. 신앙은 가벼움이오. 짐을 내려놓는 것이오. 주님은 모든 짐을 내려놓으라고 말씀하셨소. 그 짐은 종교적인 짐이었소. 신앙을 짐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소. 힘들어도 억지로 헌금하고 시간을 내고 봉사하고 있소. 본인이 힘들면 결국 옆 사람을 힘들게 하는 법이라오. 한국교회에 싸움이 왜 많은지 알겠소?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고 있기 때문이오. 그래서 옆에서 살짝만 건드려도 비틀거리고, 그러다가 결국 넘어지오. 자기의 삶이 가벼우면 웬만해서는 싸우지 않소. 옆에서 건드려도 웬만해서는 흔들리지도 않고, 넘어지지는 더욱 않소.

 

     그대는 주님을 위해서 너무 큰일을 할 생각을 아예 하지 말기 바라오. 우리가 주님을 위해서 할 일은 별로 없소. 오히려 주님이 우리를 위해서 모든 일을 하셨다오. 다시 말하지만 그대의 능력에 벅찰 정도로 너무 많은 일로 염려하지 마시오. 가능하면 내일 일까지 끌어들여 염려하지 않도록 하시오.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오. 부디 그대의 짐을 내려놓고 가벼운 영혼으로 살아가시오. 자기 삶이 가벼운 사람만이 실제로 옆 사람을 도울 수 있소. (2010년 4월24일, 토요일, 그렇고 그런 날씨, 그러나 오직 한번 뿐인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