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잠언 31장: 르무엘의 어머니의 잠언

새벽지기1 2022. 12. 1. 06:52

 

해설:

르무엘 왕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1절). 이 잠언은 그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준 교훈입니다(2절). 그는 아들에게 두 가지 경고와 두 가지 명령을 줍니다. 

첫째 경고는 성적 방종에 대한 것이고(3절), 둘째 경고는 술을 탐하는 것에 대한 것입니다(4-5절). 성과 술에 대한 절제력을 잃으면 왕은 방탕하게 되고, 그로 인한 불행은 백성이 겪게 되어 있습니다. 이어서 그는 두 가지의 명령을 줍니다. 첫째는 고통 받는 사람들의 짐을 덜어 주라는 것이고(6-7절), 둘째는 공의를 따라 재판을 하라는 것입니다(8-9절). 왕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백성의 아픔과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에 있다는 뜻입니다.

 

10절부터 31절까지는 지혜로운 아내의 덕에 대한 칭찬입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본다면, 여성에게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남녀 평등의 문화에서 아내에게 기대되는 덕은 이것과 다릅니다. 하지만 르무엘이 살던 시대에는 일반적으로 남편은 바깥 일에 전념하고 가정의 일은 아내가 도맡아 해야 한다고 생각 했습니다(23절). 따라서 남편이 아무 걱정 없이 바깥 일을 도모할 수 있도록 가사 일을 잘 챙기고 가업을 일으키는 아내는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르므엘의 어머니는 아내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세상에 알려 높여 주라고 말합니다(31절). 

 

묵상:

지혜로운 아내에 대한 잠언을 읽는 동안에 현진건의 <빈처>라는 단편 소설이 생각 났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소설의 주인공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남편입니다. 아내에 대한 그의 태도는 오늘의 기준으로 하면 abuse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어릴 적에 그 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아내도 이런 사람이었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그렇게 생각했으니 이 소설이 인기를 끌었고 교과서에까지 실린 것이겠지요. 르무엘의 어머니가 지혜로운 아내에 대해 준 교훈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의 기준으로 본다면 공덕비를 세워줄 만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기준으로 본다면 너무 큰 짐을 아내에게 맡기는 일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율법’은 어떤 경우에도 순종 하라고 주신 ‘명령’인 반면, ‘지혜’는 복된 삶을 살려는 사람들에게 주는 ‘권고’입니다. 지혜는 언제나 상황적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지혜롭다 할 만한 행동이 다른 상황에서는 어리석은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잠언이나 전도서를 읽을 때면 늘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삼천 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지혜로 인정 받을 말씀이 있고,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말씀도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남편과 아내가 삶의 짐을 서로 나누어 지고 서로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지혜로 여겨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에 더 가까운 삶의 방법입니다. 가족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오늘 날에도 여전히 귀중히 여겨야 할 가치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지, 어느 한 편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