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제 설교에서
‘사랑은 상대방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은 낯설고 생경한 사랑론이다.
일체의 격정과 감성이 배제된 밋밋한 사랑론,
몸과 삶의 투신이 보이지 않는 투명한 사랑론이다.
보통의 사랑 이해는 이렇지 않다.
사랑은 무엇보다 열정으로 다가온다.
청춘의 뜨거움으로 다가온다.
이성(異性)에 대한 불가항력적 매혹으로 다가온다.
이성(理性)을 상실한 꽁깍지 씌움으로 다가온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다가온다.
휘몰아치는 폭풍으로 다가온다.
모든 것을 불태우는 헌신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다들 이런 사랑을 꿈꾸고 희망한다.
이런 사랑을 한 번 해보기를.
이런 사랑을 한 번 받아보기를.
영화의 주인공처럼.
그런데 이런 것이 과연 사랑일까? 아니다.
이런 사랑은 폭풍처럼 왔다 사라지는 순간의 사랑인데,
폭풍처럼 왔다 사라지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순간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무엇보다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시간을 견뎌내야 비로소 사랑이다.
바울이 말했다. 사랑을 모든 것을 참고 모든 것을 견디는 것이라고.
옳다. 순간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시간을 견뎌내며 시간과 함께 가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이다.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말이다.
최고의 선은 자극적인 맛이나 색깔이 없다는 말이다.
사랑도 그렇다. 최고의 사랑은 물과 같다.
최고의 사랑, 아니 그저 사랑이신 하나님의 사랑을 생각해보라.
하나님의 사랑은 뜨겁거나 강렬하지 않다.
달콤하거나 매혹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폭풍처럼 휘몰아치지도 않는다.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지도 않는다.
하나님의 사랑은 물과 같다. 밋밋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시간을 견뎌내고, 시간과 함께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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