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박형호의 포토에세이 182

물매화

물매화 가을이 되면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눈길을 끈다. 색감이나 무리 지어 핀 꽃에 눈길이 가지만 숲 속 어딘가에 조용히 피어있는 물매화의 깨끗한 자태도 이에 못지않다. 하얀 웃음을 짓는 꽃도 예쁘지만 가녀린 몸매에서 나오는 곡선도 무척 아름답다. 세련되지 아니한 순수함이라 해야 할까? 해맑은 웃음으로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모습은 어린 시절 친구의 웃음처럼 참 좋다.

동해의 뜨거운 심장, 독도(獨島, Dokdo)

동해의 뜨거운 심장, 독도(獨島, Dokdo) 독도, 외로운 섬이라고들 한다. 그 외로운 섬 독도의 방문을 늘 꿈꾸어 왔었다. 이제 내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만나게 되나 보다. 한창 열정이 끓어오르던 청춘시절, 교통편의 어려움으로 울릉도에서 며칠을 기다려도 출발조차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 독도를 만나게 된다. 이미 사진으로, 방송으로 보았지만 직접 보는 감동만큼이야 하겠는가? 아침부터 뜨거운 열기가 오르는 한여름이지만 독도를 향하는 가슴이 더 뜨겁다. 울릉도의 저동 선착장, 심하게 불던 바람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요하다. 독도를 향하는 많은 사람들의 표정에서 자유로움이 묻어나고 태극기를 준비한 이들도 많다. 우리를 태우고 갈 Sunrise호가 미끈하게 잘빠진 모습으로 대기하고 있다. 잘생긴 젊은 남녀..

발작

은행잎 노랗게 변할 때쯤이면 세상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자연이 주는 힘인지, 마력인지 모르지만 상큼한 가을의 공기가 폐속에 스며들 때면 감성의 에너지가 머리속에서 발작을 일으킨다. 왜 저렇게 노란색인지, 빨갛게 단장하고 왜 유혹하는지 온갖 상상으로 계절을 해부해 본다. 가을... 나에겐 아직도 해부해야할 꺼리가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가을이 후딱 지나간다.

물매화

물매화 가을이 되면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눈길을 끈다. 색감이나 무리 지어 핀 꽃에 눈길이 가지만 숲 속 어딘가에 조용히 피어있는 물매화의 깨끗한 자태도 이에 못지않다. 하얀 웃음을 짓는 꽃도 예쁘지만 가녀린 몸매에서 나오는 곡선도 무척 아름답다. 세련되지 아니한 순수함이라 해야 할까? 해맑은 웃음으로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모습은 어린 시절 친구의 웃음처럼 참 좋다.

우중산행

장마가 아니랄까 봐 이슬비가 아침부터 적시고 있다. 비야 내려라, 나는야 간다. 카메라 앞장 세워 산으로 향한다. 촉촉이 젖은 산 공기와 호흡하며 경사진 숲길을 오른다. 간밤에 불었던 드센 바람에 나무들이 고생한 듯 여기저기 부러진 가지와 나뭇잎들이 뒹군다. 세상살이는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은 듯... 그래도 물기 머금은 비비추도 반겨주고 산해박도 꽃잎을 열었다. 정상 부근 능산부를 지날 무렵 주변이 어두워진다. 굵어지는 빗방울, 나뭇잎이 드럼인 양 후드득, 후두둑 신나게 두들긴다. 시원해진다... 몸인지 마음인지 아무튼 시원해진다. 비에 젖으며 산길을 걷는 이 기분, 일 년에 한두 번쯤 해볼 만하다. 구름이 휘감는 어둑한 산길, 그 길을 걷고 있는 내가 산신 이리라. 비야 내려라, 구름아 흩어져라! 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