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뜨거운 심장, 독도(獨島, Dokdo)
독도, 외로운 섬이라고들 한다. 그 외로운 섬 독도의 방문을 늘 꿈꾸어 왔었다.
이제 내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만나게 되나 보다.
한창 열정이 끓어오르던 청춘시절,
교통편의 어려움으로 울릉도에서 며칠을 기다려도 출발조차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 독도를 만나게 된다.
이미 사진으로, 방송으로 보았지만 직접 보는 감동만큼이야 하겠는가?
아침부터 뜨거운 열기가 오르는 한여름이지만 독도를 향하는 가슴이 더 뜨겁다.
울릉도의 저동 선착장, 심하게 불던 바람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요하다.
독도를 향하는 많은 사람들의 표정에서 자유로움이 묻어나고 태극기를 준비한 이들도 많다.
우리를 태우고 갈 Sunrise호가 미끈하게 잘빠진 모습으로 대기하고 있다.
잘생긴 젊은 남녀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승선을 하고 출발을 기다린다.
아마 독도도 저 젊은 승무원의 기상처럼 늠름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출발 5분 전
"너울성 파도의 유입으로 배가 독도 방파제에 접안이 불가할 것"이라는 선장의 안내방송이 나온다.
잠시의 술렁거림이 이어진다.
그래도 혹시나 바람이 잦아들 거라는 기대를 버릴 수 없다.
울릉도의 앞바다를 떠난 배는 쾌속 순항이다.
선내에서 바라본 울릉의 앞바다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저 바쁘게 살아온 그간의 세월이 잠시 스친다.
아름다운 경치는 사람의 감정을 주물럭거리고 회상의 필름을 돌리기도 한다.
25년 전 울릉도에서 머무른 13일간의 기억이 엊그제 같다.
부지런히 걸어서 섬을 일주하다시피 한 그때의 청춘이 그립기만 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부드럽던 배의 움직임이 거칠어진다.
선창으로 바라본 바다는 파도의 파티다.
독도에 발을 내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조바심이 인다.
잠시 후 방파제 접안이 불가능하여 선상관람으로 대체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여기저기 안타까운 탄식이 나온다.
탄식도 잠시 사람들 틈에 끼여 갑판으로 나간다.
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눈앞에 독도가 성큼 다가서 있다.
심장의 박동이 빨라짐을 느낀다.
잘 생겼다. 정말 자알 생겼다. 멋지고 늠름하다. 대한의 기상이 바로 이것이구나.
감동한 순간들, 이 순간을 눈과 마음에 담으려 모두가 분주하다.
손에 잡은 카메라를 들어 올린다.
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독도의 모습은 신비와 환상이다.
섬을 지키는 괭이갈매기의 비행은 방문을 환영하는 퍼포먼스이고,
서도의 정상부에 걸린 구름 한 조각은 한편의 명화를 만들어 낸다.
배가 조금씩 이동 할 때마다 펼쳐지는 기암괴석이 만들어내는 형상 또한 만물상에 버금가는 듯하다.
두 개의 섬 동도와 서도는 서로 마주 보며 긴 세월 동안 외로움을 견디는 벗이 되었을 것이다.
참으로 대견하다.
멀리 동도의 꼭대기에는 독도를 수호하는 경비대원의 모습이 아스라이 보인다.
내 아들을 보는 듯 뭉클한 마음으로 한참을 쳐다본다.
저들도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겠지?
문득 안아주고픈 마음이 들며 가슴 한편이 찡해진다.
이 모두를 눈으로 담기에는 부족한 듯, 비 소리 마냥 리듬을 타는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선상에 가득하다.
이 또한 독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리라.
독도!
끓어오르는 동해의 심장이 견디지 못해 바다를 뚫고 나왔으리라.
그 옛날 이사부 장군의 뜨거운 가슴도 녹였으리라.
한반도의 뜨거운 숨결을 모두 담고 있었으리라.
시간도 잠시 배가 기수를 돌린다.
선내로 들어가라는 안내방송에도 자꾸만 눈길은 독도를 향한다.
다시 오리라. 꼭 다시 와서 너를 만나리라.
독도의 제일 높은 곳에서 자랑스럽게 너의 기상을 느껴보리라.
갈매기의 배웅을 뒤로하고 자꾸만 멀어져 간다.
선창 너머로 희미하게 사라져 가지만 마음속의 독도는 더 선명해져 간다.
이제 외로운 섬이 아니라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섬이다.
독도,
영원한 동해의 뜨거운 심장으로 숨 쉬어라!
한반도의 찬란한 보석으로, 극동의 밝은 등대로 영원히 남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