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박형호의 포토에세이 182

눈오는 날의 에피소드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얗게 눈이 내렸다. 내가 사는 곳은 남부지방에서도 더 남쪽에 위치한 진주(晉州)라는 곳이다. 가까운데 지리산이라는 큰 산이 있어 눈이 많이 내릴 것 같지만 지리산의 남동쪽은 온화한 날씨라 눈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어쩌다 내리는 눈을 보게 되면 마음이 바람에 이파리 흔들리 듯한다. 아침도 먹는둥 마는 둥 카메라를 챙겨 들고 나선다. 적게 내린 눈이다 보니 만족할 만한 설경을 담기는 쉽지 않지만 아쉬운 대로 이곳저곳 바쁘게 움직이며 셔터를 누른다. 그렇게 진주성(晉州城)을 한바퀴 돌면서 촬영을 하고 촉석루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강을 내려다 보며 서있는 촉석루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고 누각 주위를 둘러본 후, 의암(義岩)을 담아볼까하는 생각이 들어 성 밖으로 나가는 문쪽으로 발길..

눈 내린 날의 산행....

눈 내린 날의 산행.... 눈 내린 겨울산은 늘 신비롭다. 사진 작업을 하는 나로서는 맑은 하늘과 반짝이는 눈들이 더 자극적으로 눈에 들어오지만, 눈보라가 몰아치는 순간도 놓칠 수 없는 매력임에 틀림없다. 불과 10여미터 앞도 보였다 안 보였다 하고 눈안개가 얼굴을 스치며 지나면서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분위기에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한 장의 사진에 이 분위기를 어떻게 담을까 계속 고민하지만 나의 실력이 미천한 탓에 완전하게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신선이 될 만큼 더 갈고닦아야 하나 보다. 자연앞에 사진 앞에 더 겸손해져야하나 보다.

옛날 사람

옛날 사람 어렸을 적, 시골에 가면 초가집은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요. 지붕 위를 예쁘게 타고 넘는 넝쿨에 동글동글 박까지 달린 풍경도 떠오릅니다. 지금은 민속마을에나 가야 볼 수 있다 보니 그때의 얘기를 하면 스무 살이 훨씬 넘은 아들은 날보고 옛날 사람이라 하더군요. 옛날 사람, 듣고 보니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합니다. 소련이나 중공이라는 나라를 알면 확실한 옛날 사람이랍니다.. 그리고 고르바쵸프가 초콜릿 이름인 줄 알고 있는 젊은이도 있다 하니 참으로 격세지감이라 하겠지요.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흘렀나 봅니다. 어른들의 얘기를 잔소리라 생각하며 듣기 싫어 하던 스무 살 나이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부턴가 젊은사람들한테 인생의 조언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렇게 세월따라 옛날 사람이 되..

매향(梅香)

매향(梅香) 매화향이 그립습니다. 은은히 바람에 실려 코끝을 간지럽히던 그 부드러운 향이 그립습니다. 동장군이 몰아치면 그 그리움은 더해집니다. 매서운 칼바람에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 커지기 때문이겠지요. 눈을 감아봅니다. 바람이 보입니다. 조금은 차갑지만 그리 싫지 않은 바람입니다. 가지에 예쁘게 매화꽃 달고 춘풍에 장단 맞춰 춤을 춥니다. 춤사위마다 향긋한 향이 풍겨 나옵니다. 황홀함이 온몸을 적셔옵니다. 잠시 나른함에 몸이 편안해 집니다. 퍼뜩 눈을 뜨니 여전히 칼바람입니다. 코트 깃을 잔뜩 추켜 세웁니다. 꽃이 예뻐 보이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라지요. 나이가 들어도 좋습니다. 부드러운 봄 향기만 맡을 수 있다면요. 매화향에 취할 수 있다면요. 봄이 저만치서 매화향이 저만치서 소리 없이 오고 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