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 얼레지는 봄에 피는 야생꽃 중 가장 시선을 많이 받는 꽃일 것이다. '바람난 여인'이라는 꽃말에서 보듯이 날려오는 봄기운에 주체 못 할 여심이 담겨 있다. 멋스럽게 말아올린 머리며, 갖은 기교로 화장한 얼굴로 수줍은 듯, 도도한 듯 교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인네들 바람나면 날수록 많은 남정네들이 좋아할 일이겠지만 이렇든 저렇든 불어오는 봄바람에 붙잡을 수도 없는 여인네의 춘심을 어찌할꼬? 좋은 글/박형호의 포토에세이 2020.08.06
노루귀 이른 봄 앙증맞은 자태를 뽐내며 숲 속 어딘가에서 봄빛 샤워를 한다. 봄이라 하지만 아직도 찬 바람이라 솜털을 몸에 두른 채 가녀린 몸매를 비틀며 한껏 유혹을 하면 어느 누가 눈길을 주지 않을까? 바닥에 주저 않아 이리 보고 저리 보기를 한참 하여도 그 귀여움에 지겹지가 않다. 잎의 모양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지만 아기노루의 귀여움과 그 느낌이 더 비슷한 것 같다. 그래, 이 봄 한껏 즐기고 가려무나! 좋은 글/박형호의 포토에세이 2020.08.04
노루귀 노루귀 이른 봄 낙엽 사이로 힘겹게 고개를 내민다. 여린 줄기를 기린목처럼 내밀고 그 끝에 작은 꽃봉오리 하나 매달았다. 부는 바람에 흔들흔들, 흔들림이 안쓰럽다. 잎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하여 노루귀라고 불리우는 꽃, 보면 볼수록 앙증맞고 귀엽다. 보송보송한 솜털에 햇빛이 닿기라도 하면 숲속을 봄빛으로 채우는 듯 눈부시다. 새 봄, 이 꽃을 만나려 사람들의 발길이 숲속으로 작은 오솔길 하나 만들었다. 노루귀! 너, 참 예쁘구나! 좋은 글/박형호의 포토에세이 2020.08.03
섭지코지로 저편에 서면 섭지코지로 저편에 서면 그리운 마음 붉게 피어오르고 내 마음, 네 마음 말하지 않아도 저편 하늘이 대신해준다. 붉음은 내 마음이요 잿빛은 네 마음이니 그리운 마음 잠시만 허하노라고 좋은 글/박형호의 포토에세이 2020.08.01
바람과 파도와 마음 어두운 새벽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매서운 바람이 바다를 때리고 나를 흔든다. 허락하지 않는 새벽 바다는 한치도 내어주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더욱 매섭게 몰아 친다. 바위틈 내려앉은 삼각대마저 중심을 잃고 흔들리고 돌아서야 하나 마음의 갈등이 바람 끝에 매달린다. 비워라 마음을 비워라 그리고 파도를 잠재워라 마음의 주문은 거센바람도 거칠게 넘나드는 파도도 사진 속에 부드러움으로 남겨 두었다. 좋은 글/박형호의 포토에세이 2020.07.31
동행 노송의 표피에 렌즈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나무 사이로 남자의 얼굴이 잠시 보였다 사라진다. 다시 촬영하려니 또 보인다. 아마 나무사이를 운동삼아 걷는 것이라 생각하고 잠시 기다리기로 하였다. 지나가길 기다리며 자세히 보니 그 남자의 한쪽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 또 한손에는 어머니인 듯한 노파의 손이 쥐어져 있었다. 남자의 손에 잡힌 검은 비닐봉지에는 황태의 꼬리 부분이 비스듬히 삐져나와 있었고 남자에게 한 손을 잡힌 노파는 다른 쪽 손에 지팡이를 의지한 채 힘겹게 한 발, 한 발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그들은 슬로우비디오의 한 장면처럼 아주 느린 동작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고 나는 더디기만 하는 그 모습을 한참 동안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옆을 지나며 고개들어 나를 힐끔 쳐다보는 남자의 .. 좋은 글/박형호의 포토에세이 2020.07.30
겨울 밤 처마 끝 전등 기다림에 불 밝히고 그리운 시간은 어둠에 스며든다 따스했던 연정 허공에 묻혀가고 눈 내리는 겨울밤 기다리는 겨울밤 그렇게 시려만 간다 좋은 글/박형호의 포토에세이 2020.07.29
새벽 새벽 새벽 불 밝히고 밤새 내린 눈 밟으며 오실 님 기다린다 휑 하고 지나는 찬바람 속 그 님의 향기는 보이지 않고 찬 하늘 초승달 빛만 허공만 헤맨다 2017. 1. 21. 남이섬 좋은 글/박형호의 포토에세이 2020.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