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할 일이 없다. 백수가 늘 그렇듯이 소파에 등짝 붙이고 누웠다가 갑자기 뭔 생각인지 출근하는 기분으로 카메라 들고 나섰다. 이놈의 날씨는 장마라고는 하는데 잔뜩 흐리고 비는 내리지도 않는다. '덥기는 와 이리 덥노?' 구시렁거리며 나섰지만 특별히 갈 곳은 없다. 만만한 게 가까이 있는 진주성이다. 익숙한 길을 터벅터벅 걸어 능소화 핀 곳까지 와서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엎드려 찍고 혼자서 생쇼를 한다. 혼자 지나가는 사람, 둘이 지나가는 사람..... 사진 찍어달라고 폰 건네주면 유원지 사진사처럼 흉내 내며 찍어준다. 한참 동안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생쇼도 지치고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