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박형호의 포토에세이 182

능소화 피던 날에...

특별히 할 일이 없다. 백수가 늘 그렇듯이 소파에 등짝 붙이고 누웠다가 갑자기 뭔 생각인지 출근하는 기분으로 카메라 들고 나섰다. 이놈의 날씨는 장마라고는 하는데 잔뜩 흐리고 비는 내리지도 않는다. '덥기는 와 이리 덥노?' 구시렁거리며 나섰지만 특별히 갈 곳은 없다. 만만한 게 가까이 있는 진주성이다. 익숙한 길을 터벅터벅 걸어 능소화 핀 곳까지 와서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엎드려 찍고 혼자서 생쇼를 한다. 혼자 지나가는 사람, 둘이 지나가는 사람..... 사진 찍어달라고 폰 건네주면 유원지 사진사처럼 흉내 내며 찍어준다. 한참 동안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생쇼도 지치고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왜박주가리

#왜박주가리 꽃, 2017. 6. 26. 진주 아주 작은 꽃으로 이 식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쉽게 볼 수 없을 듯한 생각이 든다. 작년 이맘 때 산정산 능선부에서 산해박 꽃을 촬영 중 발견하였으나 너무 작은 꽃이라 촬영도 대충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이 꽃에 대해 잘 알지 못하였으나 국가 생물종 지식정보시스템(일명 국생종이라 줄여 부르기도 함)에서 찾아보니 희귀종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비가 오거나 흐린날이어야 작은 꽃잎을 연다는 특이한 꽃이라 어제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는 산을 올랐더니 다행히 꽃잎을 열고 있어 어렵사리 촬영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