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박형호의 포토에세이 182

사진쟁이

휴가를 내고 카메라도 들지 않은 채 서울의 갤러리를 돌아다니던 날.... 그저 사진만 보면 나를 잊게 된다. 파랗게 물든 하늘도 그 하늘을 또 다른 색으로 덮어보려는 가을 나무의 몸짓도, 그것을 보는 사람들도 나에겐 사진으로 보인다. 경복궁 담장을 돌아 걷는다. 담장 따라 한 장의 가을 사진이 보이고 나는 그 사진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말 많고 탈 많은.... 경비 삼엄한 청와대 앞길을 지나 경복고를 지나는 언덕길은 예쁜 컬러사진으로 인화 중이다. 종로구 부암동, 처음 와보는 곳이다. 조그만 카페와 가게, 떡집이 포근하다. 그 골목 끝에 라카페 갤러리, 그 속에 품고 있던 사진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차가워진 공기 탓인지 커피 향이 진하게 풍겨오지만 오늘은 사진 향기가 더 진하다. 어쩔 수 없는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