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12 15

방형과 함께 아침을!(2023.2.12)

새로운 아침입니다. 늘 그렇듯이 신비롭습니다. 들숨과 날숨이 신비롭고, 볼 수 있음이 신비롭고, 여전히 이명을 들을 수 있음도 발걸음을 내딛일 수 있음도 따뜻한 물을 마실 수 있음도 책상 앞에 앉아 이렇게 나눌 수 있음도 신비하고 신비합니다. 방형과 함께 오늘이라는 날을 함께 공유하며 마음과 생각을 나눌 수 있어 고맙고 좋습니다. 이 모두가 나를 지으시고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주관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백이 때때로 허공을 치는 말장난으로 그치며 행함과 진실함이 없을 때가 많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지나온 나의 믿음의 여정을 돌아보면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나의 삶이 해석이 되지 않음을 고백하지 앓을 수 없습니다. 나의 연약함과 허물 그리고 위선과 ..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빌4:5)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빌립보서4:5) 무엇이 그리스도인다움일까요? 성경은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의 향기, 그리스도의 편지라고 하는데 무엇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느끼게 하고, 무엇이 그리스도의 편지를 느끼게 할까요? 그런 것 중의 하나가 관용일 것입니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관대한 마음을 느낄 때 그리스도인다움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고 합니다. 관용, 관대함, 너그러움, 친절함을 꾸준히 나타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요? 그리스도인들에게서 관용을 찾을 수 없어서 오히려 믿음 밖에 있는 사람들보다도 관용하지 못하다는 슬픈 탄식을 자주 듣게 됩니다. 어쩌면 당신도 비그리스도인보다도 얇고, 얕은 관용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탄식을 한 경..

먹을거리(1)(막 7:15)

'무엇이든지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은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되' (막 7:15) 예수님의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은 채 밥을 먹는 사건에서 시작된 전통에 관한 논쟁이 이제 마지막 단계에 돌입했습니다.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의 문제 제기는 터무니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요즘처럼 위생이 철저한 시대에도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거나 밥을 먹기 전에 손을 씻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고대 시대는 위생관념이 얼마나 나빴겠습니까? 이런 건 아예 법으로 묶어 놓아야만 사람들이 지키게 마련입니다. 원칙적으로만 본다면 식사 전 손 씻기는 아주 좋은 전통입니다. 예수님이 이런 걸 몰랐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걸 문제 삼은 바리새인들의 중심을, 말하자면 속에 숨어 있는 마음을 읽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은 제자들..

깨달음(4)(막 7:14)

'무리를 다시 불러 이르시되 너희는 다 내 말을 듣고 깨달으라.' (막 7:14) 깨달음과 관련해서 저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은 분들이 있을 겁니다. 깨달음이 해석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성령의 역할은 무엇인가? 칼빈 방식으로 바꿔 말해서 성령의 조명이 영적 깨달음의 관건이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칼빈이 말하는 성령이 조명이 무슨 뜻인지 우선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그는 아무런 해석학적 준비가 없다 하더라도 성령이 주술적으로 이끌어 주기만 하면 성서 텍스트의 가르침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는 로마 가톨릭의 교권적 해석을 반대하는 뜻으로 성령의 조명을 말하는 것뿐입니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성서 해석이 오직 사제에 의해서만, 결정적으로는 사제의 수장인 교황에 의해서만 ..

깨달음(3) (막 7:14)

'무리를 다시 불러 이르시되 너희는 다 내 말을 듣고 깨달으라.' (막 7:14) 지난 이틀 동안의 묵상 내용을 읽고 다음과 같이 따지고 싶은 분이 있겠지요. 당신의 주장에 따르면 결국 신학 공부를 많이 해야만 성서를 깨우칠 수 있단 말이냐? 신학공부가 깨우침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아니지만 아주 중요한 길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서 바둑의 깊은 수읽기에 들어가려면 정석을 정확하게 배워야 합니다. 정석을 배우지 않거나 설렁설렁 대충 배워도 바둑을 둘 수는 있지만, 그런 이들은 모두 아마추어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친구들과 점심 내기 바둑을 둘 수는 있겠지만 프로 기사들처럼 바둑을 길을 뚫고 나갈 수는 없습니다. 바둑의 깊이는 정석 공부가 우선이며 필수입니다. 더 나아가서 대국 현장에서 벌어지는 온갖 ..

세계관: 삶 전체를 조망하는 관점

제임스 사이어는 “세계관이란 실재의 근본 구성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련의 전제들의 집합이다.”라고 정의하였다. 우리는 다양한 교육을 통해 실재(reality)의 근본 구성이 운영되는 원리를 배우고, 그 배운 원리들을 삶에 적용하고 그 결과들을 경험한다. 이렇게 배우고 경험한 것들 중 진리라고 생각하거나, 선호하거나,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일련의 전제들을 모두 모아둔 것이 바로 세계관이다. 그러므로 세계관은 전 학문 분야를 망라하는 관점이며, 실제적으로 우리의 삶에서 부딪치고 경험하는 모든 분야에 대한 관점이다. 데이비드 노에벨의 “충돌하는 세계관”에서는 신학, 철학, 윤리학, 과학, 심리학, 사회학, 법학, 정치학, 경제학, 역사학 등 삶을 바라보는 10개의 대표되는 학문분야를 통해 각 세계관들이 ..

대재앙 앞에서 물어야 할 두 가지 질문

지난 2월 6일(월)에 튀르키에(옛 터키)와 시리아 국경 지역에서 강도 7.8의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처음에는 희생자가 5천여 명이라고 하더니, 이 글을 쓰는 지금은 2만 명이 넘었고, 많게는 10만 명이 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지진 피해를 입은 시리아 지역은 반군이 거주하는 지역이어서 중앙 정부의 지원도 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날씨도 좋지 않아서 구조하는 일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도시가 터키의 최남단 도시 하타이입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하타이의 옛 이름은 초대 교회의 선교 거점이었던 안디옥입니다. 이 재앙이 기독교 역사 상 가장 유서 깊은 도시 중 하나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남의 일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행함으로 크리스천의 가치를 실천하라! (2023.2.12, 주일)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야고보서 2:26). 『일의 즐거움』(Joy At Work)이라는 데니스 바케가 쓴 좋은 책이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발전회사가 된 AES 기업을 창업하며 공유 가치를 정했습니다. 온전함(Integrity), 공정함(Fairness),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그리고 즐거움(Fun)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보다 더 좋은 가치를 기업의 모토로 삼는 기업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치를 실제로 실행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그런 기업의 가치들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가치들이 옳기 때문에 그에 따라 기업 활동을 한다고 강조하는 점입니다. 성경적인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손해를..

행복은 놓친 기차 안에만 있지 않다

행복은 놓친 기차 안에만 있지 않다 기차를 놓친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행복을 물었더니 떠난 기차 안에 있다고 했다. 저녁을 거른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행복을 물었더니 먹지 못한 따뜻한 저녁 식사에 있다고 했다. 둘 다 행복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기차를 놓친 사람은 따뜻한 밥과 국을 먹었고, 저녁을 거른 사람은 기차를 놓치지 않았다. 둘은 이미 서로가 생각하는 행복을 갖고 있었다. 김은주 저(著) 《너와 나의 1cm》 위즈덤하우스, 62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없는 것, 놓친 것, 실패한 것 안에서만 행복을 발견하려 한다면 행복은 영원히 손에 잡히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가진 것, 작게 성공한 것 안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면 행복은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 에덴동산은 하나님의 은혜로 충만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