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인생설계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6. 2. 02:36

   그대의 인생은 앞으로 얼마나 남았소? 청춘이라면 나름으로 인생을 설계하고 있을 거요. 꿈에 부풀기도 하고, 거꾸로 현실을 암담하게 느낄 수도 있소. 그런 세월을 다 보낸 이라면 인생이 설계한대로 잘 풀린 것에 만족하거나 그렇지 못한 것에 아쉬움에 젖을지도 모르오. 인생이 설계한대로 진행된다면 얼마나 즐겁겠소만 대개는 그렇게 되지 않소. 어떤 경우에는 설계한 것보다 훨씬 잘 풀리기도 하오. 모든 사람은 크고 작은 삶의 설계를 그린 채 그것이 이루어질 날을 꿈꾸며 사는 것 같소.

 

     나는 그대가 인생설계에 너무 묶이지 않았으면 하오. 내가 보기에 사람들은 그런 것에 삶을 다 소진하오. 그것이 성취되면 너무 좋아하고, 좌절되면 너무 실망한다오. 일희일비 하느라 결국 삶 자체는 놓치고 만다오. 인생의 꿈을 펼치는 것이 삶이 아니냐, 그런 과정에서 울다가 웃다 하는 것이 인생 아니냐 하고 생각할지 모르겠구려. 아니라오. 삶은 결코 자기의 꿈을 펼치는 연극무대가 아니오. 꿈을 이룬다고 해도 정말 별 것이 아니오.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은 내가 장담할 수 있소. 목회 이야기로 바꾸면 더 실감이 갈지 모르겠구려. 목회의 꿈을 이루었다고 해서 그것이 목사의 영적인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하오. 교회를 아무리 크게 키워도 그것이 목사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하오. 오히려 반대요. 큰 교회를 만들어서 그걸 유지하려면 훨씬 많은 삶을 소진해야 한다오. 그래도 그렇게 큰 교회로 키워봤으면 좋겠소? 잊지 마시오. 별 것 아니오.

 

     좀더 심하게 말해도 용서하시오. 그대가 인생설계를 아예 하지 않았으면 하오. 그냥 살아보시오. 그냥 삶을 사는 거요. 그럴 때 삶이 얼마나 화려한지를 알게 될 거요. 이 말이 무조건 무위도식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는 걸 그대는 알고 있을 거요. 사실은 무위도식(無爲徒食)이 가장 멋진 삶이긴 하오. 마치 탁발 승려들이 시주를 받아먹고 살듯이 말이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그렇게 사는 건 불가능하니 다른 사람만큼은 일하면 살아야 할 거요. 그런 정도로 일하며 살기로 작정한다면 굳이 인생을 설계하지 않아도 된다오. 그대의 불평이 들리는 듯하오. 그런 방식으로 살면 결국 가난해지고,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거 아니냐, 자식들은 어떻게 키우냐 하고 걱정하실지 모르겠소. 지금처럼 자본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시대에 당신 말은 뜬구름 잡는 거라고 말이오. 아, 이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도록 합시다. 한 마디만 하겠소. 삶은 우리가 계획하는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 세계라오. 우리가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거기에 휩싸이는 게 최선이오. 마치 성령을 우리가 다루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거기에 휩싸일 뿐인 것처럼 말이오. 성령이 바로 생명의 영이라는 걸 그대는 알고 있을 거요. (2010년 5월19일, 수요일, 하양 장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