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주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그대도 알고 있을 거요. 작년 5월23일에 그는 고향 봉하마을 뒷산 부엉이 바위에 몸을 던졌소. 5천만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이걸 조금이라도 예감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을 거요. 그때 많은 사람들이 자기 가족이 죽은 것처럼 슬퍼했소. 나도 지금까지 여러 국가 지도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의 죽음을 경험했지만 함께 슬픔에 동참해서 눈물을 흘리기 까지 한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소. 일 년 동안 흘릴 눈물을 한꺼번에 흘렸던 것 같소.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되는지 모르겠으나 이제 슬픔의 충격이 거의 가라앉았고, 그 상황을 담담하게 되돌아볼 수 있게 된 것 같소.
그의 나이가 당시 예순 셋이었소. 젊은 나이요. 60대는 인생에서 황금기라고 할 수 있소. 육체적으로도 특별히 병약하지만 않다면 젊은 시절에 비해 못할 게 없소. 정신적으로는 더 할 나위 없는 나이요. 그가 앞을 할 일은,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대통령 재임 때보다 훨씬 많았소. 그 이유를 그대에게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믿소. 그는 모든 에너지를 농촌 살리기에 던지기로 하고 고향으로 돌아갔소이다. 일 년여 퇴임 대통령이라 하기에는 격에 맞지 않을 정도로 소탈한 방식으로 고향생활을 했소이다. 직접 농사를 짓고 산에 나무를 심는 등, 앞으로 농촌이 나가야 할 방향을 힘차게 찾아가고 있었소. 그런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아보였소. 매일 봉하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이 많았소. 그의 꿈이 못내 시작하자마자 끝나버린 게 생각할수록 아깝소. 내가 개인적으로 존경할 수 있는 대통령을 잃은 것이 너무 안타깝소. 거꾸로 그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소.
노 전 대통령은 앞으로 할 일이 무진장하게 널려 있는 그 젊은 나이에 죽음을 ‘운명’으로 받아들였소.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검찰과 매스컴을 통해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모욕을 받았기 때문이오? 심한 모욕으로 죽음을 선택한 이들은 간혹 있소. 나는 노무현의 죽음이 단순히 개인과 자기 가정이 받아야 할 모욕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소. 그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었소. 그가 모욕 받을 정도로 파렴치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니 말이오. 그런 것으로 죽음을 선택할 정도로 그가 심리적으로 박약한 사람도 아니오. 그렇다면 그의 운명은 어디서 온 거요?
그 질문에 나는 대답할 자신이 없소. 상식적인 차원에서 두 가지만 말하리다. 하나는 그의 영혼이 너무 순수했다는 것이오. 내란죄로 감옥을 산 전직 대통령도 떵떵거리고, 대기업 총수가 국민을 향해 정직해야 한다고 충고하며, 촛불시위 때 크게 반성했다는 대통령이 2년 뒤에 국민을 향해 반성 운운하는 이 세상에서 견뎌내기에는 그의 영혼이 너무 투명했던 게 아닌가 생각하오. 다른 하나는 동지들에 대한 연대의식이오. 그에게 그런 유고가 생기지 않았다면 그와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은 계속해서 시달림을 받았을 거요. 결과적으로는 그가 추구한 모든 정치적 가치들도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는 거였소. 이런 상황을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 아니겠소. 이것도 결국은 그의 영혼의 순수성과 연관되는 것이구려. 그가 버텨내기에는 이 세상은 너무 뻔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오. 그는 그렇게 갔소. 그리고 그를 마치 마녀처럼 증오하던 이들이나 그를 지지하던 나는, 그리고 별로 관심이 없던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남았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일인 5월23일까지 몇 번에 걸쳐서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할 테니, 그런 줄 알고 있으시오. 그대는 내 생각과 다를 수 있소. 다르다고 해서 불편하게 생각하지는 말아 주었으면 하오. 그대와 나는 대동소이(大同小異)의 관계 아니겠소. 작년에 쓴 글을 링크 했으니 관심이 있으면 한번 읽어보시구려.http://dabia.net/xe/255991#comment_385043 (2010년 5월20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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