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이르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검찰 수사와 소환이었소. 그것에 관한 이야기는 일 년 전에 내가 쓴 글(http://dabia.net/xe/current/243405)로 대신하겠소. 검찰은 노무현을 포괄적 뇌물수수로 기소하기 위해서 소환했다고 하오. 노 대통령은 내심 앞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법원에서 법리 논쟁을 하려고 준비했던 것 같소이다. 실제 법정에서 재판이 진행되었다면 내가 보기에는 무죄로 선고될 가능성이 높았을 거요. 나중에 무죄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과정에서 노무현의 부도덕성은 그대로 낙인찍히고 마오. 검찰이 목표로 하는 것도 바로 그것 아니겠소.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과정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소. 심하게 표현해도 이해해주시구려. 지금의 검찰은 정권의 주구(走狗)요. 스폰서 건으로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한 가운데서도 검찰 총장이라는 분이 검찰보다 더 양심적인 데는 없다는, 정말 한가한 소리를 하는 실정이오.
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있을 때 그는 심심풀이 ‘껌’이었소. 대학교 선생들도 시간만 있으면 노 대통령을 씹었소. 길을 가다가 넘어져도 노무현 탓을 할 정도였소. 심지어 내 가까운 어떤 친족의 한 사람은 그를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소. 근거가 무엇인지 내게 설명하라고 했으나 설명하지도 못한 채 그렇다고 주장하였소. 내 추측으로는 북한에 돈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오. 지금도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비판할 때 ‘북한 퍼주기’라는 말을 해대는 사람들의 심리가 거기에 그대로 나타나오.
이런 여론의 선봉에 조선일보가 자리하오. 5년 내도록 대통령을 개구리로 희화화하는 만평과 사설을 내보냈소. 트집 잡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소. 신문의 속성이 정권을 감시하는 것이니 그럴 만하다고 보아 넘길 수 없을 정도였소. 매사에 트집을 잡던 조선일보가 요즘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는 끽 소리 하지 않을 걸 보니, 참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소. 지금 천안함 사태로 나라 전체가 법석이오. 만약 노 대통령 시절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조선일보가 어떤 태도를 보였을지 물문가지요. 46명의 천하보다 귀한 젊은 군인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무능한 정권이라고 연일 매도했을 거요.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의 옷을 벗기라고 떠들었을 거요. 조선일보는 지금 북한을 비방하는 데만 열을 올리지 국방 경비 소홀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오. 생각해보시오. 합조단의 발표대로 북한 잠수함이 어뢰를 발사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것보다 더한 무책임은 있을 수 없소. 이건 상식적인 말이 아니오? 한미군사 훈련 중에 아군 지역에서 적군에 의해서 쥐도 새도 모르게 1천2백 톤급 초계함이 공격받아서 침몰했다니 말이오. 초계함은 원래 잠수함을 감시하는 배라 하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어느 누구하나 책임지고 옷을 벗겠다는 지휘관도 없고, 대통령도 책임을 묻지 않소. 이에 대해서 조선일보도 입을 다물고 있소. 참으로 뻔뻔한 하오. 정론직필이 아니라 곡학아세의 한 전형이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명은 이미 대통령 재임 중에 시작되었다고 해야 옳을 것 같소.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대한민국 역사에서 지우고 싶어 하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뜻이오. 여기에는 목사들도 해당되오. 노 정권에 의해서 기독교가 박해를 받고 있다는 말을 주일 예배 설교 시간에 공공연히 떠든 목사들도 있었소. 툭 하면 좌파정권이라 했소. 이 시대는 노무현이라는 정치가를 받아들이기에 아직 미숙했던 거요. 적당하게 타협하면 어렵지 않게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이 미몽의 시대와 대결하다가 결국 예정된 시간보다 먼저 인생이라는 항해를 마쳤소. 이 나라에 언제 미몽의 어둠이 걷히려는지.(2010년 5월22일, 토요일, 하루 종일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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