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순절묵상

사순절 묵상(16)

새벽지기1 2017. 4. 1. 09:49


마침 구름이 와서 그들을 덮으며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나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하는지라.(9:7)

 

예수의 변형 사건은 세 공관복음에 다 나온다. 초기 기독교에서 이게 잘 알려진 이야기라는 의미다. 당시에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예수가 세 명의 제자들과 함께 산에 올라가셨다고 한다. 세 명의 제자는 베드로, 야고보, 요한이다. 이들은 소위 예수의 수제자들이다. 예수가 체포당하기 직전 겟세마네 동산에 기도하러 갔을 때도 이들 세 명이 동행했다. 예수가 이들을 데리고 높은 산에 올라간 이유가 무엇인지 본문은 설명하지 않는다. 기도하러 올라갔을 수도 있고, 세 명 제자들에게 특별한 가르침을 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예수는 제자들과, 또는 혼자라도 이렇게 산에 오는 적이 여러 번 있었을 것이다. 산에서 예수의 모습이 변형되었다.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본문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옷이 광채가 났다는 발언을 근거로 추정한다면 빛처럼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그 자리에 엘리야와 모세가 나타났다가 곧 사라진다.

 

예수의 변형 사건은 예수가 행한 여러 가지 표적이나 기적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 속한다. 환자나 장애인을 고친 적은 많다. 물을 포도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나 오병이어 이야기도 전해진다. 심지어 죽은 이들을 살렸다는 이야기도 복음서에 등장한다. 이런 일들의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예수는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를 위해서 이런 일을 행했다.

둘째, 이런 일들은 모두 실제 삶에 필요한 것이었다.

장애가 치료된다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징표였다.

셋째, 이런 표적과 기적은 대부분 공개적으로 여러 사람들 앞에서 행해진 것이다. 요약해서

 말하면, 예수는 삶이 왜곡된 이들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치유하는 표적과 기적을 행했다.

 

이에 반해서 변형 사건은 그 궤를 달리한다.

첫째, 이것은 예수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이다.

공생애 중에 일어난 표적으로서 이런 유는 유일하다.

둘째, 변형 사건은 실제 삶에 별로 필요한 게 아니었다.

예수가 변형 사건 뒤에 먹지 않아도 배부르며, 감기 한번 들리지 않게 된 것은 아니다.

셋째, 변형 사건은 세 명의 제자들 앞에서 일어난 것이다.

비공개 사건이다. 이게 무엇을 말하는가?

 

내가 보기에 예수 변형 사건은 예수 부활의 전조.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 이후 세 명의 제자들은 자신들이 예수와 함께 산에 올라갔을 때 경험한 것을 기억해냈을 것이다. 예수가 빛으로 변형된 것처럼 보였다. 역사를 초월해서 엘리야와 모세까지 등장했다. 이런 방식으로 변형되었던 예수가 부활의 예수라는 사실을 증언하려는 것이 아닐는지.

 

변형 사건의 마지막 장면은 구름 속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이런 장면을 읽는 독자들은 이게 바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복음서 기자가 말하고 싶은 것도 이 소리의 내용이었다. 부활 이야기도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가리킨다. 하나님의 아들은 바로 하나님과 동일한 영적 권위가 있는 분이다. 묵시사상에 의하면 하나님의 아들은 인자로서 마지막 때 생명의 주권자로 세상을 다스릴 분이다. 그가 바로 예수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인간의 모든 실존을 그대로 안고 세상에 와서 살았다. 세상은 하나님의 아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못해서 예수는 고난을 당해야만 했다. 세상이, 즉 유대교 교권자들과 로마 권력자들이, 그리고 그들에게 선동되는 수많은 민중들이 예수를 거부한 이유는 예수가 자신들의 메시아 상과 달랐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은 모두 자기 나름의 메시아 상을 꿈꾸면 그게 성취되기를 기대한다. 종교인들만이 아니라 세속적으로 사는 모든 이들에게도 그런 기대가 있다. 유대인들은 유대인들 나름으로, 헬라인들은 헬라인 나름으로 삶이 완성되는 기준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기대와 기준에 예수는 적합하지 못했다. 바울의 설명에 따르면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는다.’(고전 1:22).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는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었다(고전 1:23).

 

사순절을 지내고 있는 우리는 예수에게 어떤 기대를 하는가? 어떤 메시아 상을 갖고 있는가? 구원에 대한, 즉 삶의 완성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내려놓고 예수에게 일어난 일을 그대로 보아야 한다. 그가 만약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우리를 구원하실 터이니 다른 계산을 하지 말고 온전히 그를 믿으면 된다. 본문은 분명히 말한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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