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순절묵상

사순절 묵상(11)

새벽지기1 2017. 3. 25. 23:52


그것들은 멸망할 것이나 오직 주는 영존할 것이요 그것들은 다 옷과 같이 낡아지리니  의복처럼 갈아입을 것이요 그것들은 옷과 같이 변할 것이나 주는 여전하여 연대가 다함이 없으리라 하였으나...(11:11,12)

 

히브리서는 신약성경 중에서 유대교적 성격이 가장 강한 성경이다. 제목에서 그런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전체 주제는 예수는 참된 대제사장이다. 구약의 멜기세덱을 근거로 삼는다. 멜기세덱은 구약에서 별로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 아브라함 전승에 잠시 등장하는 인물이다. 아브라함이 납치된 조카 롯을 구출하기 위한 전쟁을 벌였다가 승전한 후 돌아오는 길에 멜기세덱을 만난다. 멜기세덱은 살렘 왕이자 제사장이었다고 한다. 살렘은 예루살렘을 가리킨다. 그가 왜 개선장군처럼 돌아오는 아브라함을 맞이하러 왔는지에 대해서 창세기 기자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는다. 어쨌든지 그는 아브라함을 축복했고, 아브라함은 그 답례로 노획물 중에서 십분의 일을 떼어 멜기세덱에게 주었다. 14:17-20절에 나오는 이야기다. 히브리서 기자는 멜기세덱이 이스라엘의 레위 지파에 속하지 않은 제사장으로서 아브라함에게 축복을 베풀고 레위 지파가 다른 지파에게서 십일조를 받는 전통의 원초적 사건으로서 아브라함에게서 십일조를 받았다는 사실에 근거해서 예수의 대제사장 직이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예수를 대제사장으로 보는 관점이 정통 기독론과 속죄론에서 볼 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예컨대 구약 인물을 언급하더라도 바울은 아브라함을 중요하게 다루지만 히브리서는 멜기세덱을 다룬다. 바울에게는 율법을 넘어서는 복음을 전하는 게 중요한 반면에 히브리서 기자는 유대교적 개념으로 예수의 속죄 능력을 전하는 게 중요했다. 그런 탓인지 루터는 히브리서를 야고보서 등과 함께 다른 성경에 비해서 영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배열을 뒤쪽으로 돌렸다. 그렇지만 아무도 히브리서의 영적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다. 예수를 대제사장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안 될 당시의 고유한 상황이 히브리서 기자에게 있었을 것이다. 예수의 십자가 죽음이 우리의 죄를 대신한 것이라는 당시의 기초 교리에서 볼 때도 제사장으로서의 예수 상은 크게 어긋나는 가르침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집중 묵상 구절로 선택한 히 1:11,12절은 시 102:25절 이하를 인용한 말씀이다. 하늘과 땅으로 일컬어지는 이 세상은 모두 하나님이 지으신 것이다. 이 세상은 어마어마한 힘이다. 고대인의 눈에 하늘과 땅이 어떻게 보였을지 상상이 간다. 자신들의 모든 생각을 초월해 있는 세상이었다. 현대인들은 고대인에 비해서 세상에 대한 물리적 지식을 많이 알고 있지만, 근본에서 보면 도토리 키 재기에 불과하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더 많다는 게 확인될 뿐이다. 태양계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도 정확하게 모른다. 태양계가 포함된 은하계의 크기는 얼마나 되며, 그 너머의 은하단, 더 너머의 초은하단, 그리고 우주 거대 구조가 얼마나 크며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먼 미래에 그것을 조금 더 알게 된다 하더라도 알게 된 그 너머를 모른다는 게 확인될 뿐이다.

 

히브리서 기자는 시편 기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 하늘과 땅도 멸망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을 옷으로 비유했다. 옷은 세월이 지나면 낡아버린다. 우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시인이지만 근본만은 정확하게 뚫어 본 것이다. 지구를 비롯해서 우주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 움직이고 변화된다. 모든 것은 시간과 더불어 태어났다가 성장하다가 사라진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것으로 변한다. 질량 불변의 법칙이다.

 

성서기자들은 세상을 물리적으로 묘사하려는 게 아니다. 그들의 관심은 하나님이다. 하나님을 그들은 주라고 불렀다. 주는 영존하고, 여전하여 끝이 없는 분이다. 바로 그 주가 세상 구원을 위해서 아들을 보내셨다. 그 아들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다. 영존하는 주의 아들로서 예수는 십자가를 지셨으며, 주이신 하나님에 의해서 죽은 자들로부터 살아나셨다. 사순절을 기리면서 우리는 주가 행하신 이 엄청난 일을 반복해서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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