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순절묵상

사순절 묵상(9)

새벽지기1 2017. 3. 22. 08:26


아브람이 사래에게 이르되 당신의 여종은 당신의 수중에 있으니 당신의 눈에 좋을 대로 그에게 행하라 하매 사래가 하갈을 학대하였더니 하갈이 사래 앞에서 도망하였더라. (16:6)


16장에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아브라함의 본처인 사라와 후처인 하갈 사이에 얽힌 일화다. 일화라기보다는 오히려 비화로 보는 게 맞다. 그런데 성서 기자는 그걸 비화로 처리하지 않고 중심 이야기로 끌어들였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는 아기를 낳지 못했다. 부부 사이에 아기가 없는 게 무조건 여자 책임이 아닌데도 생리적인 지식이 부족했던 옛날에는 주로 여자의 책임으로 보았다. 사라는 부담이 말할 수 없이 컸을 것이다. 남편에게 자식을 낳아주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불행은 없었다. 비상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사라는 자신의 여종을 아내로 맞아 자식을 보라고 아브라함에게 말했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늘 있었던 관행이었다. 아브라함이 왜 사라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는지에 대해서 성경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아브라함이 애처가라서 아내의 말을 그대로 따른 것인지, 자식을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한 것인지, 어쨌든지 아브라함은 하갈과 동침했고, 하갈은 임신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상황이 좀 미묘하게 흘렀다. 임신한 걸 기화로 하갈은 사라를 멸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멸시한 건지 아니면 사라에게 자격지심이 들어서 과민하게 생각한 건지 제 삼자는 알지 못한다. 양쪽의 가능성이 다 있을 것이다. 사라는 남편 아브라함에게 그 사정을 알린다. 고자질이라면 고자질이고, 하소연이면 하소연이다. 아브라함은 당신 마음대로 처리하라.’고 일임한다. 아브라함의 허락을 받아 사라는 하갈을 학대했고, 그러자 하갈이 도망갔다는 것이다. 그게 위 집중 묵상 구절인 창 16:6절이다.

 

이런 본문은 사순절에 읽기는 좀 민망하다. 그런데 왜 성서일과로 주어졌을까? 영적인 교훈을 얻으려면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 하갈은 본처의 학대를 참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와 샘물 곁에서 하나님의 사자를 만난다. 하나님의 사자는 네 여주인에게로 돌아가서 그 수하에 복종하라.’고 타이르고, 하갈이 낳게 될 아들 이름을 이스마엘이라 지어주고 축복한다. 그 샘물 이름은 브엘라해로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 의미는 나를 살피시는 살아 계신 이의 우물이다. 이스마엘은 하나님이 들으심이라는 뜻이다. ‘이스라엘과 가운데 한 자만 다르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본처 소생이 이삭만이 아니라 후처 소생인 이스마엘까지 살펴주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위해서 사라와 하갈 이야기를 읽기가 민망하다고 했는데, 사실 그 이야기 자체를 민망할 거는 없다. 그게 인간의 본 모습이다. 누구나 다 도덕군자처럼 살지는 못한다. 질투도 하고, 속이기도 하고, 배신을 때리기도 한다. 성서의 사람들도 많이 그랬다. 그게 좋다는 게 아니라 그게 현실이라는 말이다. 사라가 아기를 낳지 못한 자신의 신세로 인해서 얼마나 크게 좌절했겠는가. 여종 하갈을 남편에게 내 주는 그녀의 마음이 오죽했겠는가. 임신한 하갈이 잘난 척할 때 그녀가 느낀 수모는 다른 사람이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갈도 마음이 아주 복잡했을 것이다. 잘난 척하고 싶은 적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만 본다면 인간 역사에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 그런데 하나님은 인간의 약함을 오히려 선하게 이용하신다. 마치 철없는 아이들이 말썽을 부려도 오히려 그걸 기회로 더 깊은 사랑을 깨닫게 해주는 부모와 비슷하게 말이다.

 

예수의 십자가는 인간의 무지로 인해서 벌어진 비극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걸 오히려 인간 구원의 기회로 만드셨다. 악이 아무리 영악하다고 능력이 크다 하더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자신의 뜻을 성취할 수 없다. 궁극적인 승리자는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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