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발 뼈 하나

새벽지기1 2016. 7. 22. 08:56


발 뼈 하나가 부러졌다. 친구들과 놀러가서 펜션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어놓고 데크에 나와 양반다리를 하고 작은 그네를 타다가 그만 그네가 뒤집어지는 바람에 그대로 주저앉게 되었는데, 체중에 깔린 발이 접질리면서 굉장한 통증이 있었다. 그래도 뼈가 부러졌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로 확인해보니 새끼발가락과 발목을 연결하는 뼈가 사선으로 부러졌을 뿐 아니라 간격이 벌어져 있었다. 간격이 벌어진 뼈를 모아놓지 않으면 붙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하여 결국 수술을 했다. 5센티 정도의 고정 쇠막대를 넣고 철사로 뼈를 감아 고정시키는 수술을 했다. 수술이야 간단한 것이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생활하는 것이었다.

 

사고 이후 일주일이 지났는데 오른쪽 발 하나를 디딜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를 실감하고 있다. 목발의 도움을 받든지, 아니면 엉덩이와 손을 이용해서 움직여야 하는데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생활의 모든 것이 제한을 받는다. 앉고 일어서는 것도 한쪽 다리에 힘을 주어야 하니까 힘들고, 기브스를 발목 아래까지 했기 때문에 앉아 있는 자세도 편안하지가 않다. 한쪽 다리에만 힘을 과도하게 주고, 한쪽으로 자세가 치우치기 때문에 허리의 한쪽 근육도 과도하게 힘이 가해져 허리까지도 아프다. 화장실을 드나드는 일부터 세수를 하고 밥을 먹는 일까지 그야말로 모든 일이 불편하다. 전화벨이 울려도 금방 달려갈 수가 없다. 목발을 찾아야 하고, 양손과 왼쪽 다리에 의지해서 일어나야 하고, 일어나서는 목발을 딛고 가야 하고, 가서는 목발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허리를 굽혀 전화기를 들 수 있다. 왼쪽 다리는 벌써 지나침을 호소하고 있다. 앉고 일어설 때마다 지나치게 많은 힘을 주기 때문에 다리 근육에 무리가 왔을 뿐만 아니라, 처음 해보는 목발로 인해 양손 바닥의 뼈와 겨드랑이가 아프다. 평상시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인지 몸 전체가 삐거덕거리고 있다. 그야말로 작은 발 뼈 하나가 온 몸을 포로로 잡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집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의 4층이다. 한 계단 한 계단 온 신경을 집중하면서 조심스럽게 올라가고 나면 온 몸에서 열이 난다. 힘들기도 하거니와 위험하기가 그지없다. 지금껏 엘리베이터 없는 4층에서 산 적이 없는데 하필 이 때에 발을 다쳐 목발로 오르내리고 있으니 우연치고는 정말 최악이다.

하지만 발 뼈 하나 - 정말 하잘 것 없는 몸의 일부에 지나지 않은 발 뼈 하나의 소중함을 나는 온 몸으로 배우고 있다. 작은 장애 하나가 얼마나 많은 불편을 야기하는지도 몸으로 체득하고 있다. 그리고 속도를 낼 수 없는, 신체적으로 느리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삶을 작게나마 경험하고 있다. 머리와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몸과 생활로 배우고 있다. 적어도 5주 동안은 그렇게 새로운 학습을 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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