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겨자씨칼럼 250

거기 너 있었는가

거기 너 있었는가 로마 총독 빌라도는 예수님에게서 죄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소리치는 군중의 요청대로 그를 십자가에 못 박도록 넘겨준 뒤 손을 씻었습니다. 자신은 상관없고 책임없는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당하라.”(마 27:24) 그와는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크 시대의 화가 렘브란트는 자신의 얼굴을 작품 속에 그려 넣었습니다. 작품 ‘빌라도의 법정’ ‘십자가에 내려지는 그리스도’ ‘순교자 스테판’에 군중 속 숨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넣었고 ‘돌아온 탕자’에선 자신을 탕자로 그렸습니다. 그는 “내가 그 자리에 있었고 나도 공범”이라며 반성했습니다. ‘거기 너 있었는가’라는 제목의 흑인 영가가 있습니다. ‘거기 너 있었는가’라는..

온도

온도 언어에 온도가 있습니다. 얼굴과 삶에도 온도가 있습니다. 언어 온도가 높은 사람은 긍정과 배려의 말을 많이 하고, 얼굴의 온도가 높은 사람은 미소와 친절이 가득합니다. 삶의 온도가 높은 사람은 이웃을 향한 따뜻한 공감과 섬김이 있습니다. 믿음에도 온도가 있습니다. 사랑 찬양 위로 감사 축복이 항상 넘치는 사람이 믿음 온도가 높은 사람입니다. 따뜻한 온도가 있어야 생명이 부화합니다. 온도는 다른 이에게 전파됩니다. 마치 따스한 커피를 마시면, 커피 온도로 몸이 따뜻해지듯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면 나도 따뜻해집니다. 시체는 주변의 온도와 자신의 온도가 같습니다. 그러나 생명이 있는 존재는 자신의 온도를 유지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차갑다 할지라도 예수님의 생명이 있는 사람은 예수님의 온도를 보여줍니다. 삶..

울리는 꽹과리 같으니라

울리는 꽹과리 같으니라 부치지 않은 편지, 울리지 않는 종, 불타지 않는 초, 총알 없는 총은 존재 이유가 미약합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 쓸 줄 모르는 돈, 섬김 없는 권위, 배려 없는 승리는 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진실 없는 친구, 존경 없는 아부, 미소 없는 인사는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사랑 없는 정의, 정의 없는 사랑, 분배 없는 성장, 성장 없는 분배는 공허한 메아리 같은 논리입니다. 경청 없는 자기주장, 감사 없는 성공, 인간성 없는 과학, 나침반 없는 호화 유람선은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신앙 아닌 미신, 하나님의 마당만 밟는 예배, 기도 없이 성공한 것, 말과 혀로만 하는 사랑, 믿음 아닌 신념, 헌금 아닌 복채, 중언부언하는 기도는 신앙의 무늬만 있는 짝퉁입니다. “내가 사람의 방언..

우수, 경칩의 약속

우수, 경칩의 약속 달력에서 우수(雨水) 경칩(驚蟄)을 보면 연두색 느낌표가 톡하고 튑니다. 우수 때는 눈이 녹아 물이 되고 봄이 됩니다. ‘똑똑똑’ 물이 떨어지는 감탄의 소리가 들립니다. 얼어있던 것이 풀리고 닫혀 있는 게 열리고 굳었던 것이 부드러워집니다. 경칩은 땅속에서 튀어나와 노래하며 춤추라는 하나님의 명령 같습니다. 아침저녁에는 아직 겨울바람이 늑장을 부리지만 낮은 봄 햇살로 가득 찹니다. 바람조차 가슴을 헤쳐놓습니다. 오래 묵은 연못에 개구리가 뛰어드는 물소리가 들립니다. 길벌레는 기려고 하고 날벌레는 날려고 합니다. 만물은 눈록색 물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우수와 경칩은 모두 살아나라는 하나님의 선언 같습니다. 우리를 사랑하고 회복시키신다는 하나님의 약속, 꽃 웃음 같습니다. “무화과나무에는..

마이 웨이 (My way)

마이 웨이 (My way)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자신의 아름다운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은 좋고 아름답고 옳습니다. ‘자유’의 다른 말은 ‘나의 길을 간다’입니다. 부드러운 흙은 단단한 돌을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부드러움으로 생명을 품습니다. 달팽이는 등을 떠민다고 빨리 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느림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천리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리지만, 쥐를 잡는 데는 고양이가 으뜸입니다. 구멍 파는 데는 칼이 끌만 못합니다. 달빛으로 계란을 삶을 수는 없지만, 고요한 시(詩)를 낳습니다. 이스라엘의 초대왕 사울은 하나님이 주신 자신의 길보다 다윗의 길을 부러워하며 시기했습니다. 그러다 마음을 빼앗겨 왕의 권세와 젊음, 지략과 열정을, 다윗을 죽이려는 데 다 허비했습니다. 멋져 보이는 그의..

막을 수 없는 것

막을 수 없는 것 북을 덮어버리거나 첼로의 현을 느슨하게 해 소리가 안 나게 할 수는 있으나, 하늘을 나는 종달새의 유쾌한 노래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구름이 가로막혀 있어도 보름달은 가던 길을 멈추지 않습니다. 꽃은 아름다움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 해도 변함없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향기를 냅니다. 사람들이 봄꽃을 몇 송이 꺾는다 해도, 해당화 산수유 매화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살구꽃 배꽃 복숭아꽃 철쭉이 피면서 어김없이 봄이 찾아옵니다. 우산으로 막을 수 없는 비가 있듯 절망과 낙심으로 막을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습니다. 우리의 죄와 실수, 허물이 아무리 커도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의 사랑과 은혜는 깊은 고난 속에 있는 우리의 가장 큰 희망입니다. “높음이나 깊음이나 ..

눈이 사뿐이 내리는 이유

눈이 사뿐이 내리는 이유 ‘눈이 사뿐사뿐 오네 / 시아버지 시어머니 어려와서 / 사뿐사뿐 걸어오네.’ 늦깎이로 한글을 배운 전남 곡성의 김점순 할머니의 시 ‘눈’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연필을 잡아보신다는 할머니. 마을에 생긴 야학에 갔다가 아버지한테 몽둥이로 맞았다는 할머니. 글을 배우면 시집가서 편지 나부랭이나 할까 봐 부모가 말려 학교 문턱도 못 가봤다는 할머니. 이분들의 소원은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보는 것이었습니다. 또 자식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숨 한번 크게 못 쉬며 살아온 이분들은, 내리는 눈도 시부모님이 어려워서 사뿐이 내려오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우리로서는 가늠할 수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묵묵히 인내하며 삶의 자리를 지켜온 어른들의..

예수님과 어울림

예수님과 어울림 유명한 화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의 친구가 물었습니다. “자네가 그린 그림이 좋은 작품인지 아닌지 도대체 어떻게 평가하나.” 화가가 대답했습니다. “난 그림을 그린 후 그것을 나무나 꽃 옆에 놓아 본다네. 내 그림이 그것들과 잘 어울리면 제대로 된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잘못된 것이지.” 작가 이지예의 책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 2’ 중의 한 구절로 프랑스 화가 샤갈의 이야기입니다. 샤갈은 자연과 가장 가까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합니다. 한 사람의 신앙이 좋은지 아닌지는 예수님 옆에 놓아 보면 됩니다. 예수님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신앙 좋은 사람입니다. 그가 하는 말, 행동, 마음의 진심, 성품 등이 예수님의 그것과 비슷하다면 좋은 신앙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

지금 여기 당신이 행복

지금 여기 당신이 행복 “어제 거기/ 내일 저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 그리고 내 앞에 있는 너.” 나태주 시인의 시 ‘행복’입니다. ‘지금’ ‘여기’ ‘당신’의 3박자가 행복입니다. 흔히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어제는 추억과 아름다움이요, 오늘은 고통이라는 착각입니다. 그곳은 낭만이고 이곳은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멀리 있는 그 사람은 백마 탄 왕자, 내 곁의 이 사람은 돌쇠라는 착각입니다. ‘저기’로 가 있는 마음을 ‘여기’로 가져와야 합니다. 지금 여기가 꽃자리고 내 곁의 이 사람이 꽃사람입니다. 지금 여기(now here)가 아니면 아무 데도 없습니다(nowhere).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에게 기자가 물었습니다. “달에서 무엇을 보고 오셨나요.” 암스트롱은 이렇게 대답했..

손길

손길 임진왜란 때 왜적선으로부터 도망친 경상우수사 배설의 손에 있던 10여척의 배에 이순신 장군의 손길이 닿자 명량해전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몽당연필도 셰익스피어가 사용하면 ‘로미오와 줄리엣’이 나옵니다. 버려진 바윗돌이 미켈란젤로의 손에 드리워지니 다윗상으로 변모됐습니다. 농부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은 곡식은 잘 자랍니다. 주인이 얼마나 따뜻한 손길로 꽃밭을 가꾸느냐에 따라 꽃의 색깔과 향기가 달라집니다. 사람도 그러합니다. 어느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춤을 추는 존재가 되고, 어느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멀쩡하던 사람도 악인이 됩니다. 하나님의 손길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주님의 손길이 닿으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며 나비가 찾아 들고 새가 쉬는 생명터가 됩니다. 죽어 말라 비틀어진 뼈 같던 존재가 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