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묘비의 글 서양인들의 묘지는 저 멀리 산에 있는 게 아니라 동네 가운데 혹은 교회당 뜰에 있습니다. 거기 가지런히 줄 지어 서 있는 묘비에는 앞서 간 이에 대한 추모의 글이나 아쉬움의 인사가 새겨져 있습니다. 한 사람이 묘지를 돌며 묘비에 쓰여진 글을 읽다가 어떤 묘 앞에서 발길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그 묘비의 글이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글은 단 세 줄이었습니다. “나도 전에는 당신처럼 그 자리에 그렇게 서 있었소.” 순간 웃음이 터졌습니다. 두번째 줄이 이어졌습니다. “나도 전에는 당신처럼 그 곳에서 그렇게 웃고 있었소.” 이 글을 읽자 그는'이게 그냥 재미로 쓴 것이 아니구나'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세를 가다듬고 긴장된 마음으로 세 번째 줄을 읽었습니다. “이제 당신도 나처럼 죽을 준비를 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