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일상 가운데 일하시는 하나님 (창세기 24장)

새벽지기1 2024. 5. 23. 04:02

해설:

아내 사라가 죽은 후에 아브라함은 아들 이삭의 결혼을 서두릅니다. 이 때 이삭은 40이 넘었을 것입니다. 늦은 나이가 되도록 결혼을 하지 못한 이유는 가나안 사람들에게서 신부감을 찾지 않았기 때문입니다(1절). 당시는 친족간의 결혼이 관례였습니다. 

 

아브라함은 평소에 신뢰하고 있던 종을 불러 자신의 다리 사이에 손을 넣고 맹세하게 합니다(2절). 그것은 맹세의 엄중성을 상징하는 관습이었습니다. 그는 종에게 자신의 고향인 하란으로 가서 이삭의 신부감을 데리고 오라고 명합니다(3-4절). 아브라함은 이삭을 하란으로 데리고 가지는 말라고 합니다(5-8절). 네겝 지역보다 하란이 훨씬 안정되고 번영한 도시였기 때문에 이삭을 그곳으로 데리고 가면 그곳에 머물러 살고 싶어할 수도 있습니다. 롯이 범한 실수를 아들이 범할까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하나님께서 데라로부터 시작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입니다. 종은 아브라함이 말한 대로 맹세를 하고 낙타 열 마리에 여러 가지 선물을 싣고 먼 여행을 떠납니다(9-10절). 

 

그는 하란 가까이에 이르러 우물 곁에서 잠시 휴식을 가집니다(11절). 그는 쉬면서 생각합니다. 우물은 저녁이 되면 여인들이 물을 길러 오는 곳입니다. 그곳에 기다리고 있으면 분명 여러 여인들을 만날 것입니다. 그 여인들에게 물을 좀 마시게 해 달라고 부탁하면 그들이 반응하는 태도를 통해 그들의 성품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만일 물을 좀 마시게 해 달라고 했는데 자신에게만이 아니라 낙타에게도 물을 길어다 마시게 해 준다면 틀림없이 훌륭한 성품의 여인일 것입니다. 종은 하나님께, 만일 그렇게 하는 여인을 만나면 그 사람을 하나님께서 이삭의 신부감으로 허락하시는 줄로 받아 들이겠다고 기도 드립니다(12-14절).

 

기도를 마치기도 전에 한 여인이 물을 길러 다가옵니다(15-16절). 종은 그 여인에게 물을 좀 마시게 해 달라고 부탁했고(17절), 그 여인은 그에게 뿐 아니라 낙타에게도 물을 길어다 마시게 해 줍니다(18-20절). “달려가”라는 표현으로서 저자는 그 여인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합니다. 열 마리의 낙타에게 그렇게 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여인은 아브라함의 동생인 나홀의 손녀 리브가였습니다. 종은 그것을 하나님의 응답으로 알고 그 여인에게, 그의 집에서 하룻 밤을 묵어갈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21-23절). 리브가는 그럴 수 있다고 답을 하고는 집으로 달려갑니다(25절). 그 때 종은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것을 확신 하고는 머리를 숙여 하나님께 경배합니다(26-27절).

 

집에 도착하여 리브가는 가족들에게 종에 관한 일을 알렸고, 오빠 라반이 우물가로 달려갑니다(28-30절). 라반은 종을 집으로 초청했고, 집에 도착하자 융숭하게 대접합니다(31-32절). 종이 자신의 소임을 말하기 전에는 대접을 받지 않겠다고 말하자, 라반은 말해 보라고 답합니다(33절). 종은 자신이 그 집에 온 사연을 자세하게 설명합니다(34-48절). 그런 다음 종은 라반과 부두엘에게, 리브가를 이삭의 아내로 보내 달라고 청합니다(49절). 라반과 부두엘은 “이 일은 주님이 하시는 일입니다. 우리로서는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말할 수가 없습니다”(50절)라고 답하면서 리브가를 데리고 가도록 허락 합니다(51절). 이 말을 듣고 종은 엎드려 주님께 경배 하고는 가지고 온 선물을 리브가의 가족들에게 주고 대접을 받습니다(52-54절). 종은 다음 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합니다. 가족들은 딸과 며칠이라도 함께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리브가는 바로 떠나겠다고 답합니다(55-58절). 부두엘과 가족들은 리브가에게 축복을 빌어 주고 떠나 보냅니다(59-61절).

 

그 때 이삭은 네겝 지역에서 살고 있었는데(62절), 종이 리브가와 함께 집에 도착할 즈음 “산책을 하려고 들에 나갔다가”(63절) 그들을 맞습니다. 이삭은 어머니를 여의고 나서 외롭게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종은 이삭에게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이야기를 들려 주었고(64-66절), 이삭은 “어머니 사라의 장막으로”(67절) 리브가를 데리고 들어가 아내로 맞아 들입니다. 그 때에야 비로소 이삭은 어머니를 보내고 나서 겪어야 했던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묵상:

24장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와 같습니다. 감동스러운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또한 이 이야기는 완숙한 믿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하나님께 자신을 맡기고 그분의 보이지 않는 손길을 분별하며 그분의 뜻을 따랐습니다. 

 

저자는 종의 이름을 밝히지 않습니다. 그는 아브라함의 전적인 신뢰를 얻은 사람이었습니다. 며느리 감을 찾아서 수 일 동안의 여정을 거쳐 데려와야 하는 일이었기에 정직하고 진실한 종이 아니면 그 일을 맡길 수가 없었습니다. 아브라함에게는 그런 일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종이 있었습니다. 그 종은 아브라함의 집에서 살면서 하나님을 섬기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법을 배웠습니다. 일상의 평범한 일들 가운데서 하나님의 손길을 분별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삭의 신부감에 대해 그가 생각한 기준은 하나님의 마음에 합했습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단박에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리브가를 만나고 그의 가족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완숙한 믿음의 사람을 발견합니다. 

 

리브가의 가족은 종을 통해 하나님의 계획에 참여하게 됩니다. 종은 리브가의 가족에게 하나님의 손길을 보여주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라반과 부두엘은 종의 이야기를 통해 그것은 분명히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 보았습니다. 나중에 드러나지만 라반은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하나님의 손길을 부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주님이 하시는 일이 분명할 때 그것에 대해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지금 자신들에게 나빠 보이더라도 하나님의 큰 그림 안에서는 좋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그들은 하나님의 손길에 순종했습니다. 

 

리브가가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종을 따라가겠다고 대답한 것도 역시 하나님의 손길을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간적으로는 가족과 함께 며칠 더 지내면서 정을 나누고 싶었을 것입니다.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인생을 맡기는 모험을 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리브가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더 이상 미적거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매일 너무나 분주하게, 허둥대며, 경황 없이, 우왕좌왕, 갈팡질팡, 허겁지겁 살아갑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손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천둥과 같은 소리로 말씀하셔도 듣지 못하고, 거대한 벽으로 길을 가로막아도 깨닫지 못합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종처럼 한 번에 한 걸음씩, 차분히, 마음 모아, 주변을 살피며 살아가는 사람에게만 하나님의 손길을 감지됩니다. 

 

우리가 자주 멈추어 기도해야 하고 말씀을 읽고 묵상해야 하는 이유는 하루 종일 하나님의 손길에 자신을 맡기고 그 인도하심을 따르기 위한 것입니다. 그럴 때 나를 통해 다른 사람들도 하나님이 일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분의 뜻에 참여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