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에서 사랑은 베풂이기 전에 존중이라고 했다.
베풂보다 존중이 훨씬 근원적인 사랑이라고 했다.
솔직히 가슴에 확 다가오는 말은 아니다.
어쩌면 너무 고상한 말, 너무 밋밋한 말, 너무 비현실적인 말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말은 사랑의 대상이 존재여야 한다는 궁극적 진실에 근거한 말이다.
대상의 어떠함(매력, 능력, 소유, 지위, 취향, 관계의 멀고 가까움 등등)과 상관없이
존재 자체를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는 것이 참된 사랑이라는 실체적 진실에 근거한 말이다.
물론 인류를 사랑하는 일,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존재 전체를 사랑하는 일은 생각으로만 가능할 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사랑은 지금 여기서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활동,
즉 몸과 삶이 참여해야 하는 구체적인 활동이니까.
사랑은 감상이나 생각이나 느낌이 아니고 나와 하나님, 나와 너,
나와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활동이니까.
이런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아무런 능력 없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몸과 삶이 참여하는 사랑을 하려면 다른 무엇보다 먼저 주체가 돼야 한다.
자아도취에서 벗어난 주체, 홀로 설 수 있는 주체,
사회적 억압과 모방 욕망에서 해방된 주체,
사랑의 미래를 신뢰하고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는 주체,
하나님의 형상이 나와 모두 안에 있다는 신앙을 가진 주체가 돼야 한다.
주체가 돼야만 비로소 사랑을 시작할 수 있고, 사랑을 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주체로 창조하시고 주체로 구원하시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당신의 형상을 따라 지으셨다는 것은
사람을 주체로 만드셨다는 뜻이고,
하나님께서 사람을 구원하셨다는 것은
죄로 인해 허물어진 주체됨을 다시금 회복하셨다는 뜻인데,
하나님께서 이렇게 하신 것은 주체만이 참된 사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그토록 사랑하시는 것도 다른 이유가 없다.
사랑만이 사람을 주체로 세우고, 사랑을 통해서만 사람이 주체로 서기 때문이다.
사람은 참 오묘한 존재다. 사람은 밥으로만 살지 못한다.
사람은 사랑을 먹어야 산다.
모든 생명이 그렇지만 사람은 특히 사랑을 먹어야 산다.
밥은 사람을 주체로 세우지 못한다.
성공과 명예와 쾌락도 사람을 주체로 세우지 못한다.
오직 사랑만이 사람을 주체로 세운다.
하여, 하나님이 사람을 그토록 사랑하시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자. 사람을 주체로 세우는 것만이 사랑이다.
사람을 주체로 세우지 못하는 것은 그 어떤 행위라도,
설사 자기 몸을 불사르게 내어주는 행위라 할지라도 사랑은 아니다.
사랑으로 사람을 지배하려 하고 소유하려 하는 것은 더더욱 사랑이 아니다.
오직 사람을 주체로 세우는 것만이 사랑이다.
사람을 주체로 세우는 것만이 참 사랑이요 완전한 사랑이다.
그런 면에서 하나님의 사랑만이 참 사랑이요 완전한 사랑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사랑하는 만큼 지배하려 하고 소유하려 하지만
하나님은 사랑으로 우리를 주체가 되게 하지 노예가 되게 하지 않으니까.
하나님은 사랑으로 우리를 자유하게 하지 지배하거나 소유하려 하지 않으니까.
정말이다. 상대를 주체가 되게 하는 것만이 완전한 사랑이다.
우리는 이 사랑을 배워야 한다.
우리로서는 불가능한 이 사랑, 그러나 마땅히 해야 하는 이 사랑,
성령으로만 가능한 이 사랑을 배워야 한다.
이 사랑을 배우고 행하는 것이 사람의 존재 이유요 목적이다.
하나님은 당신의 사랑을 배우고 행할 수 있도록
사람을 주체로 창조하시고 주체로 구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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