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순절묵상

사순절 묵상(21)

새벽지기1 2017. 4. 9. 07:16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 (1:10) 


위 본문은 사실 어마어마한 이야기다. 구원의 우주론적 차원에 대한 이야기다. 하늘과 땅에 속한 모든 것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이 된다는 말은 우주가 완성된다는 뜻이다. 그 완성이 구원이다. 기독교인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구원은 개인적인 차원이다. 예수 잘 믿고, 바르게 살다가 죽어 천당 간다는 것이다. 이것이 잘못된 신앙은 아니다. 에베소서 기자도 위 본문을 언급하기 전에 그 사실을 먼저 언급했다. 구원의 개인적인 차원과 우주론적 차원이 깊이 연루되어 있는 셈이다. 개인적인 차원을 간략하게나마 짚고 넘어가자.

 

1:7절은 이렇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속량 곧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예수의 피로 우리의 죄가 씻김 받았다는 사실이 구원의 개인적인 차원이다. 이 사실을 협의로만 받아들이면 안 된다. 도둑질, 강도질, 거짓말 등, 세상이 파렴치한 행위로 규정하는 일들이 용서받았다는 것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곁가지다. 그런 파렴치한 일들은 조금 노력하면 해결될 수 있다. 완전한 해결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당한 정도로 해결이 된다. 또한 이런 일들은 상대적인 것이라서 어떤 사람이 조금 낫다고 해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별로 차이가 없다. 그리스도의 피로 죄 사함을 받았다는 말은 죄의 결과인 죽음의 세력으로부터 벗어났다는 뜻이다. 죽음은 죄의 결과다. 따라서 죄 사함을 받았다는 것은 죄의 결과인 죽음이 극복되었다는 뜻이다. 우리가 잘 아는 용어로 바꾸면 우리가 예수의 피로 생명을, 좀더 분명하게는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는 것이다.

 

생명을 얻었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그것을 실증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예수도 생명의 근원이라 할 하나님 나라를 실증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비유로 말했을 뿐이다. 생명이 완성될 시기에 대해서도 예수는 확증해서 말하지 않았다. 하나님 아버지의 전권에 속한 문제라서 자신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 생명은 하나님의 소유다.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만 생명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 있다. 세상에 던짐을 당한, 또는 세상의 생명 형식에 들어와 있는, 성서적인 표현으로는 피조물의 운명을 지닌 인간은 아무도 생명을 알지 못한다. 참된 생명을 아직은 경험해보지 못했다. 우리에게 최선은 하나님이 생명을 완성할 그 순간을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것이다.

 

우리의 기다림은 감나무 아래서 입을 벌리는 방식이 아니다. 참된 기다림이 막연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생명 아닌 것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원한 생명이 아닌 것, 하나님이 아닌 것, 거룩한 게 아닌 것을 살펴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공부가 필요하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해석인 인문학 공부도 필요하다. 신학공부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런 것들을 살피면서 생명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가는 게 바로 수행으로서의 신앙생활이다.

 

지금까지의 설명은 그리스도의 피로 죄 사함을 받는다는 7절 말씀에 대한 것이었다. 생명을 우리의 인식과 경험에 한정하면 곤란하다는 사실도 짚었다. 그것은 창조주 하나님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전제한다면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된다는 10절 말씀이 저절로 이해가 될 것이다. 하늘과 땅의 일치도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 창조주 하나님의 고유한 통치에 속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구원받는다는 말, 즉 생명 얻는다는 말을 잘 먹고 잘 사는 것쯤으로 오해한다. 이것은 인간 중심적인 생각이다. 쉽게 보자. 흙은 생명인가, 아닌가? 돌은 어떤가? 강물은 어떤가? 그런 것들이 없으면 인간도 없고, 나무도 없고, 새도 없다. 탄소가 들어 있는 것을 유기물이라고 한다. 그 유기물이 생명의 기초다. 물리학이 그렇게 설명한다. 무기물은 생명이 아니라는 증거는 있을까? 보통은 자기 복제가 가능한 것을 생명체라고 한다. 자기 복제가 불가능한 것은 생명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렇게 명백한가? 실체로 나타난 색()은 무엇이고, 실체가 없는 공()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들을 생각하면 끝이 없고 아득할 것이다. 이런 경험이 성서의 바탕에 놓여있다.

 

예수는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서 인간의 죄가 용서받는 길을 열었다. 그것은 구원, 즉 우리의 모든 생각과 판단을 뛰어넘어 하나님에 실행하실 생명을 얻는다는 뜻이다. 이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경험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우주가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된다는 사실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세상을 무로부터 창조한 하나님의 구원 신비에 속하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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