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정병선목사 519

피조성 위에 삶을 세우라 / 정병선목사

세상은 신비와 경이로 가득하다. 특히 생명의 신비는 영원히 풀 수 없는 베일에 싸여 있다. 사람 또한 한없이 복잡하고 오묘하며 신비롭다. 20세기 프랑스의 시인이요 비평가요 사상가인 폴 발레리는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존재다.”고 말했고, 지혜의 교사로 한 세대를 풍미했던 크리슈나무르티는 “자신에 대한 앎에는 끝이 없다. 당신은 끝에 도달할 수 없으며 결론에 도달할 수도 없다. 그것은 끝이 없는 강이다.”고 말했다. 옳다.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일은 평생을 궁구해도 다 알 수 없는 요원한 숙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고, 행복의 세계로 진입해 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자신을 안다는 것 사..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존재 유비 / 정병선목사

우리가 교회를 논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진실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상의 어떤 교회도 완전한 교회가 될 수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교회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평판을 얻고 있는 교회라도 교회됨으로부터 먼 교회, 거짓 교회가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진실 중 하나라도 외면하면 교회에 대한 논의는 위험에 빠지게 되고, 어리석고 피상적인 수준을 넘지 못하게 된다. 교회에 대한 논의가 교회를 살리고 회복시키는 건강한 논의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회에 대한 이 두 가지 진실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만 교회의 연약함에 대한 인내와 관용의 정신을 잃지 않을 수 있고, 교회의 외형이나 종교적이고 사회적인 활동으로 교회를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피할 수 있다. 교회의 존재적 당위와 현실 사이의 간극 지..

성공과 행복의 진실 / 정병선목사

이 시대의 언어는 단연 ‘돈’과 ‘성공’입니다. 성공한 사람이 이 시대의 주역이고 영웅이고 스타입니다. 이 시대의 모든 것은 돈과 성공으로 통합니다. 돈과 성공을 얻으면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의 행복 공식은 매우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돈=행복, 성공=행복입니다. 인생은 성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성공하면 인생을 훌륭하게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을 살펴보아도 그렇습니다. 삶의 의미니 가치니 분배정의니 생태계 보호니 하면서 고민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인 성공을 하는 경우가 드문데 비해, 성공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믿고 그 공식대로 밀고 나가는 사람은 결국 돈도 벌고 사회적인 성공도 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오직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하나의 목표, 성공하겠다는 하나의 목표만을 붙잡고 씨..

돈과 행복의 진실

돈은 생활의 밥이요 숨입니다. 돈은 누가 뭐라 해도 가장 현실적인 관심사입니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형제간의 다툼이나 부부의 이혼, 오랜 친구의 배신, 강도와 살인 같은 끔찍한 범죄도 돈 때문인 경우가 많고,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일가족이 자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회가 이윤을 위한 기관도 아니고 돈으로 돌아가는 기관도 아니지만, 그런 교회조차도 돈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습니다. 아무리 선한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습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일만 가지 악의 뿌리’라고 설교하는 성직자도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어깨에 힘이 빠집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베르트랑 베르줄리는 “돈 문제가 아무리 치명적인 걱정거리가 아니라고 우겨도, 살다보면 그로 ..

행복에 대한 여덟 가지 오해 / 정병선목사

인간의 앎에는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습니다. 완전한 앎은 불가능하고, 완전한 거짓은 뿌리내리기 어렵기에 일리(一理)가 진실을 가리는 일이 많고, 또 일리에 갇혀 진실을 보지 못하는 일도 많습니다. 상식처럼 이해되고 있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진실이 아닌 것도 많습니다. 행복에 대한 앎도 예외가 아닙니다. 많은 오해가 행복을 왜곡하고 있고, 행복에의 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러면 정말 그런지 찬찬히 살펴볼까요? 행복은 가진 자들의 자기만족이다 첫째로 행복은 가진 자들의 자기만족이고, 지극히 이기적인 감정적 자기도취라고 생각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구촌을 보면 지진을 비롯해 홍수와 가뭄과 같은 자연 재해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고 전쟁과 살상과 신음이 그치지 않는데, 그런 지구촌에..

행복, 시원(始原)의 세계 현실 / 정병선목사

우리가 현재의 삶의 방식을 행복모드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국가경제규모에 비해 국민행복지수가 낮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회적이고 정서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보다 훨씬 중요하고 본질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삶과 행복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분들께서는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웬 행복 타령이냐고 하실지 모르겠으나, 행복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대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한 시원(始原)의 세계 삶에서 왜 행복을 들먹여야 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원(始原)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삶의 원형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창조의 시원으로 돌아가 볼까요? 성경을 보면 다짜고짜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

1. 우리사회의 두 얼굴

동전에 양면이 있듯 세상의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습니다. 사람과 사회에도 두 얼굴이 있습니다. 우리가 몸담고 사는 한국사회도 예외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우 열정적이고 진취적입니다. 예술적 감성과 인간적인 정이 넘칩니다. 의지와 도전정신이 뛰어납니다. 위기와 영경을 돌파하는 능력이 강합니다. 하여, 세계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선진화를 이루어냈습니다. 지난 40년간 눈부신 경제발전을 거듭한 결과 국가경제규모(GDP-Gross Domestic Product) 세계 12위 국가가 되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세계 TV 시장의 20%를 점유했고, LG도 3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습니다. 조선업체들은 세계 선박 수주량의 1~5위를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도 ..

빚진 자의 너스레

나는 빚진 자다. 사위어가는 생명의 불꽃을 지피기 위해 갚아도 갚을 수 없는 사랑의 빚을 졌다. 병상에서 부른 생명의 노래와 사랑의 찬가는 온전히 사랑의 빚을 진 결과였다. 크고 작은 사랑이 나로 하여금 생명의 노래와 사랑의 찬가를 부르게 했고, 나는 빚진 자라는 ‘빚진 자 의식’을 일깨워주었다. 사실 나는 수술 이전부터 빚진 자였다. 수술을 하기 1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세 식구가 한가하게 이야기를 하던 중에 아들 녀석이 뜬금없이 말했다. 아빠는 엄마 아니었으면 벌써 죽었을 거라고. 맞다. 아들놈이 정확하게 말했다. 아내의 헌신적인 돌봄과 사랑의 격려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쯤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 또 20년만 일찍 태어났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식도 정맥류 출혈로 이미 오래 전에 나는..

죽음과 삶 / 정병선목사

죽음, 그것은 나에게 그리 낮선 세계가 아니었다. 간경화가 악화되는 걸 몸으로 느끼고,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을 드나들면서 나는 점차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4-5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드나들 때였는데, 갑자기 현재의 간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아무 것도 모르고 갑작스레 죽음을 맞는 것보다는, 남은 생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준비하는 것이 낫겠다 싶은 생각에 의사 선생님께 가볍게 물었다. 지금 이 몸으로 얼마나 살 수 있겠느냐고. 의사 선생님께서도 가볍게 대답했다. 5년은 살겠다고. 정말 가볍게 묻고 가볍게 대답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듣자 기분이 묘했다. 나도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렸고,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그리고 두 가지 생각이 번개처럼..

존재의 이유

처음에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간 이식을 결정하고 수술에 들어가기까지 많은 의문과 싸워야 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기 위해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바친데 비해 나는 내가 살기 위해 아들을 잡는, 참으로 비정하고 어처구니없는 애비로서의 연민과 고민을 끌어안고 씨름해야 했다. 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지, 사랑하는 아들의 간을 이식받으면서까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으면 안 됐다. 간이식을 통해 생명을 연장하려는 것이 단순히 ‘생의 의지’이기만 한 것인지? 혹 ‘생명에의 집착’은 아닌지? 현재를 넘어서지 못한 채 눈앞의 삶에 전전긍긍하는 속물근성은 아닌지? 허락되지 않은 생명을 탐하는 것이 아닌지? 죽음이 가까이 온 것을 환영하고 의연하게 맞는 것이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과 피조물다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