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이후의 과정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몸의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수술 전에도 간 때문에 항상 조심하고 몸의 변화에 민감했었지만 수술 이후의 과정은 또 달랐다. 오직 몸을 돌아보고, 몸의 변화에만 촉수를 집중할 뿐 다른 것은 다 뒷전이었으니까. 몸 외에는 세상의 어떤 일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병원에 있는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사망 사고가 있었지만, 그 일조차도 크게 다가오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몸 하나가 전부인 특별한 시간을 보내면서 새롭게 발견한 것이 있다. 바로 몸이다. 몸의 물성(物性)이다. 내가 몸의 물성을 발견하게 된 것은 많은 사례들을 겪고 나서인데, 몸과 사람의 존재 양식에 대한 기존의 인식에 균열을 가한 첫 번째 경험은 수술 직후였다. 수술이 끝난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