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정병선목사 554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 정병선목사

삶은 다차원의 세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복잡계이다. 수천, 수만, 수억 가지 것들이 우리의 존재와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음을 다잡고 삶을 읽어보려 덤벼보지만 이것이 저것 같고, 저것이 이것 같아서 읽기조차 힘이 들만큼 삶은 참으로 현묘하다. 하여, 많은 이들이 삶 읽기를 포기하고 산다. 대신에 생활의 비법을 찾는데 목을 맨다. 여유돈이 있는 자들은 부동산 투자나 주식 투자의 비법을 알고 싶어 하고, 성공하고 싶은 자들은 인간관계의 비법을 알고 싶어 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 잘 키우는 비법을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삶의 비법 같은 건 없다. 비법이 있다면 나도 좋겠는데 삶에는 비법이 따로 없다. 1. 양자택이(兩者擇二)의 삶 이어령 교수가 2008년, 젊은이들에게 헌정한 책 [젊음의 ..

교회됨의 조건(2)(딤전3:14-15) / 정병선목사

교회는 교회를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교회는 세상을 위해 존재합니다. 이건 모든 교회가 동의하는 문제입니다. 세상을 위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진보적인 교회와 보수적인 교회 사이에 차이가 좀 있습니다만, 세상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원칙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사실 세상은 몰라보게 좋아졌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 스스로도 꿈꾸지 못했던 찬란한 기술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개인의 권리는 하늘을 찌르고, 넘치는 시장은 지구촌을 뒤덮고 있습니다. 기근과 문맹은 줄어들고, 각종 차별도 점차 완화되고 있습니다. 지구촌의 절대 다수가 충분한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죽음이라는 절대한계 안에 갇혀 있습니다. 세상의 겉모습, 생활의 겉모습은 달라졌지만..

[긍정의 힘]에 대한 몇 가지 반론(2) / 정병선목사

5. 긍정의 미덕에도 불구하고 진실로 모든 존재, 모든 생명은 하나님의 긍정이 낳은 열매다. 존재와 긍정은 한 몸이다. 공존 공생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는가. 어디 고래뿐인가? 칭찬은 꽃도 춤추게 한다. 꽃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사랑과 격려의 말을 많이 해주면 싱싱하고 예쁜 꽃을 피우는데 비해 험담과 욕설을 퍼부으면 시들해진다는 건 많은 검증을 거친 객관적 사실이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칭찬은 물도 춤추게 한다고 한단다. 오랫동안 물과 파동을 연구해온 일본의 에모토 마사루는 물의 결정이 중요함을 발견하고, 5년간의 연구 끝에 물 결정 사진을 얻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물 결정 사진을 통해 확인한 결과는 정말 놀라웠다. 그의 책 [물은 해답을 알고 있다]에 의하면, 물에게..

[긍정의 힘]에 대한 몇 가지 반론(1) / 정병선목사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 가히 폭발적이다. 젊고 밝은 그의 모습처럼 그의 이야기도 상큼하고 발랄하다. 희망과 긍정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힘이 느껴진다. 그의 이야기는 정녕 삶에 지친 자들, 상처로 인해 내적 음울함에 빠진 자들에게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내일을 새롭게 꿈꾸는 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현재에 안주하는 자들에게 채찍이 될 것이다. [긍정의 힘]에는 분명 많은 미덕이 있다. 그러나 진실을 호도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1. 부정 대 긍정 그는 말한다.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인생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인생을 바꾸고 싶으면 먼저 생각을 바꾸라고. 부정적인 생각은 지워버리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내면을 꽉 채우라고. 옳다.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

교회됨의 조건(1)(딤전3:14-15) / 정병선목사

교회는 지금 세상의 걸림돌입니다. 물론 교회다운 교회는 세상의 걸림돌이어야 하고, 걸림돌일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와 세상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추구하는 목표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갈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둠과 빛이 공존하기 어렵듯 교회와 세상 또한 공존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이 교회를 배척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교회가 세상의 걸림돌이 안 되는 게 문제지 걸림돌이 되는 건 하등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가 세상의 걸림돌이 되는 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교회가 교회다워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지나치게 세상을 부러워하고 세상을 닮으려고 하기 때문에, 아니 어쩌면 세상보다 한술 더 뜨기 때문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지금 세상 사람들이 교..

문명의 옷을 입은 행복의 가면 / 정병선목사

행복이라는 가면을 쓰고 우리의 삶을 농락하는 것들은 또 있다. 문명의 옷을 입은 가면이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단순 반복을 몹시 싫어하고 경멸한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해결 방법을 찾으며 단순 반복이 아닌 새로움을 추구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찬란한 문명도 따지고 보면 인간의 그런 천성-호기심과 상상력이 일구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수많은 역경과 실패, 존재의 위기를 몰고 온 역병과 전쟁과 자연재해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문명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온 것 또한 단순 반복을 싫어하는 인간의 천성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 안에는 발전은 유익하다는 믿음, 새로운 것은 좋은 것이라는 믿음, 문명은 야만보다 인간적이라는 믿음, 과학기술은 결국 유토피아를 가능케 할 것이..

신앙의 세례를 받은 행복의 가면 / 정병선목사

사람들은 신앙이 행복에의 길이라고,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이 하지 않는 사람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말한다. 과히 틀린 말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사람 바울을 보자. 그는 어떤 형편에서든지 자족할 수 있는 능력을 체득했노라고 말했다. 배부르든지 배고프든지, 풍부하든지 궁핍하든지 요동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 즉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고 말했다(빌4:11-12). 참 대단하다. 어떤 형편에서든지 자족할 수 있다니! 눈곱만한 손해를 입어도 밤잠을 설치고, 남보다 조금만 부족해도 상대적인 박탈감에 어금니를 깨무는 것이 우리의 성정인데 비천과 풍부를 다 품을 수 있다니! 그의 고백과 삶을 들여다보면 온갖 비바람과 눈보라에도 끄떡하지 않는 큰 산 같다는 느낌이 든다. 바울은..

삶의 지평을 넓히라 / 정병선목사

삶은 삶의 지평만큼 살 수 있습니다. 삶은 매우 정직해서 삶의 지평 이상을 살도록 허락하지 않습니다. 내가 이해하고 바라보는 삶의 지평만큼이 곧 내 삶이 됩니다. 때문에 삶의 지평을 넓히는데 삶을 투자하는 것은 매우 지혜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삶의 지평을 넓히는데 삶을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적인 삶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스위스 출신의 영화 감독 잉그마르 베리만은 “나이가 든다는 것은 등산하는 것과 같다. 오르면 오를수록 숨이 차지만 시야는 점점 넓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살아갈수록 삶의 시야가 점점 넓어지는 삶이야말로 정말 인간적인 삶, 삶다운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삶의 지평이 좁으면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요? 시야가 점점 넓어지는 삶을 살..

죄 많은 여인과 예수님(눅7:36-50) / 정병선목사

행실이 좋지 않은 한 여인이 예수님에게 값진 향유를 부은 이야기는 네 복음서에 다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는 다른 세 기자들과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누가를 뺀 나머지 기자들은 예수님의 죽음과 연결 짓고 있는데 비해, 누가는 죄 용서의 문제로 연결 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누가가 이 이야기를 잘못 전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누가가 잘못 전했다기보다는 다른 관점에서, 그러니까 죽음의 맥락에서 해석하지 않고 죄용서의 맥락에서 해석한 것이라고 보면 별로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우리 안에는 ‘성경에 나오는 하나의 사건, 하나의 이야기 속에는 하나의 뜻만 들어있다’는 생각이 아주..

삶은 읽어가는 길 / 정병선목사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자존감이 있어야 하고, 건강한 자존감을 위해서는 크든 작든 뭔가를 성취해 본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사랑을 듬뿍 받는 것도 자존감의 든든한 토대이지만 사랑받음의 경험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뭔가를 성취해 본 경험도 필요합니다. 성취감에는 삶의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놀라운 에너지와 존재에 대한 긍정의 힘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아마 성취를 통해 얻는 에너지보다 더 강한 에너지는 없을 것입니다. 성취를 통해 맛보는 희열보다 더 짜릿한 희열은 없을 것입니다. 정말 성취의 순간은 존재의 영광이 가장 빛나는 최고의 순간입니다. 성취가 부르는 치명적인 위험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진실이 있습니다. 삶의 에너지를 증폭시키고 존재의 영광을 밝히 드러내는 성취감이 매력적인 만큼 유혹적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