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정병선목사 559

고통 앞에서(사38:1-14) / 정병선목사

고통의 문제는 가장 절실하고 심각한 생명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지구촌 구석구석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삶의 문제입니다. 사람이 불행을 느끼는 가장 원초적인 느낌이 뭔지 아시지요? 고통입니다. 고통보다 더 잔인하고 처절한 불행감은 없습니다. 고통은 인간의 감정과 판단을 좌우하는 척도이기도 합니다. 나에게 고통을 가하는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이 적대감이고, 나에게 고통을 가한 사람의 행동을 불의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당한 고통을 되갚아 주고 싶은 마음이 어쩌면 정의에 대한 원초적인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것도 고통의 와중에 있을 때이고, 가장 무력감을 느끼는 것도 고통에 휩싸여 있을 때입니다. 사람이 가장 치욕스러움을 느끼는 것도 역시 고통을 당할 때입니다. 그렇습니다. 고통의..

고통과 자살(시편119:65-71) / 정병선목사

우리는 지금 충격적인 자살 소식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온 국민을 경악케 했던 전직 대통령의 자살을 비롯해서 젊은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 그리고 ‘행복전도사’를 자처했던 최윤희 씨의 자살까지, 그야말로 자살이 일상의 뉴스가 되어버린 참으로 우울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20대 사망자 4051명 가운데 44.6%인 1807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하루에 5명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겁니다. 10대의 경우는 전체 사망자 가운데 29.5%가 자살입니다. 인생의 아름다움을 채 피워보지도 못한 청소년들이, 세상과 인생의 어떠함을 아직은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의 신비를 채 알기도 ..

사마리아인의 감사(눅17:11-19) / 정병선목사

오늘 이야기는 매우 단순합니다. 갈릴리 언저리를 맴돌며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전하시던 예수님이 돌연 예루살렘으로 방향을 돌려 갈릴리와 사마리아 경계를 가로질러 가시다가 어느 마을에서 나병 환자 열 명을 만나 낫게 했는데, 그 중에 한 사람만 돌아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감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이야기 속에는 매우 심오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유대사회는 악성 피부병이나 나병에 걸린 사람을 매우 엄격하게 격리시켰습니다. 악성 피부병에 걸리면 일단 제사장에게 가서 몸을 보이고 악성 피부병이라고 판단이 되면 즉각 가족과 마을을 떠나게 했습니다. 마을에서 일정한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혼자 살게 했습니다(레13:46). 그런데 예수님이 한 마을에서 나병 환자를 열 명이나 만난 걸 보면 그 마을..

잃은 양의 비유가 말하는 것(눅15:1-10) / 정병선목사

누가복음 15장은 잃어버린 양, 잃어버린 동전, 잃어버린 아들에 대한 이야기로 유명한 장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일수록 잘못 이해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가복음 15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전도에 관한 메시지로 많이 설교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잃은 양을 찾을 때까지 찾으시니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잃은 양을 찾는 일에 열심이어야 한다는 식으로 많이들 설교합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성경을 읽는 것은 본문의 배경을 생각하지 않고, 교회 유리한 대로 끌어다대는 아전인수식 성경 읽기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누가복음 15장 이야기는 평판이 좋지 않은 세리나 죄인들이 예수님께 나아와 말씀 듣는 것을 보고,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 불평한 데서 나온..

지금, 여기 / 정병선목사

1. 나무 앞에서 사람이란 존재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동물 같다. 줄기차게 소유와 성취를 향해 내달리는 걸 보면, 그것도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하고 소유해야만 비로소 웃는 걸 보면, 사람은 나무처럼 존재에 충실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무는 존재와 삶이 하나다. 사는 것이 곧 존재하는 것이요, 존재하는 것이 곧 사는 것이다. 나무는 여기저기를 들쑤시며 다니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기 자리에 뿌리를 내리며 일평생을 산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 비가 내리면 비에 젖어 산다. 시샘하는 것도 없고 불평하는 법도 없다. 한국의 봄을 수놓는 진달래는 소나무나 플라타너스처럼 키가 크지 않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키 큰 나무들 속에 난장이처럼, 못난이처럼 숨어 있지만 한 번도 소나무가 되겠다며 몸부림치지..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 정병선목사

삶은 다차원의 세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복잡계이다. 수천, 수만, 수억 가지 것들이 우리의 존재와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음을 다잡고 삶을 읽어보려 덤벼보지만 이것이 저것 같고, 저것이 이것 같아서 읽기조차 힘이 들만큼 삶은 참으로 현묘하다. 하여, 많은 이들이 삶 읽기를 포기하고 산다. 대신에 생활의 비법을 찾는데 목을 맨다. 여유돈이 있는 자들은 부동산 투자나 주식 투자의 비법을 알고 싶어 하고, 성공하고 싶은 자들은 인간관계의 비법을 알고 싶어 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 잘 키우는 비법을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삶의 비법 같은 건 없다. 비법이 있다면 나도 좋겠는데 삶에는 비법이 따로 없다. 1. 양자택이(兩者擇二)의 삶 이어령 교수가 2008년, 젊은이들에게 헌정한 책 [젊음의 ..

교회됨의 조건(2)(딤전3:14-15) / 정병선목사

교회는 교회를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교회는 세상을 위해 존재합니다. 이건 모든 교회가 동의하는 문제입니다. 세상을 위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진보적인 교회와 보수적인 교회 사이에 차이가 좀 있습니다만, 세상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원칙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사실 세상은 몰라보게 좋아졌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 스스로도 꿈꾸지 못했던 찬란한 기술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개인의 권리는 하늘을 찌르고, 넘치는 시장은 지구촌을 뒤덮고 있습니다. 기근과 문맹은 줄어들고, 각종 차별도 점차 완화되고 있습니다. 지구촌의 절대 다수가 충분한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죽음이라는 절대한계 안에 갇혀 있습니다. 세상의 겉모습, 생활의 겉모습은 달라졌지만..

[긍정의 힘]에 대한 몇 가지 반론(2) / 정병선목사

5. 긍정의 미덕에도 불구하고 진실로 모든 존재, 모든 생명은 하나님의 긍정이 낳은 열매다. 존재와 긍정은 한 몸이다. 공존 공생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는가. 어디 고래뿐인가? 칭찬은 꽃도 춤추게 한다. 꽃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사랑과 격려의 말을 많이 해주면 싱싱하고 예쁜 꽃을 피우는데 비해 험담과 욕설을 퍼부으면 시들해진다는 건 많은 검증을 거친 객관적 사실이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칭찬은 물도 춤추게 한다고 한단다. 오랫동안 물과 파동을 연구해온 일본의 에모토 마사루는 물의 결정이 중요함을 발견하고, 5년간의 연구 끝에 물 결정 사진을 얻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물 결정 사진을 통해 확인한 결과는 정말 놀라웠다. 그의 책 [물은 해답을 알고 있다]에 의하면, 물에게..

[긍정의 힘]에 대한 몇 가지 반론(1) / 정병선목사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 가히 폭발적이다. 젊고 밝은 그의 모습처럼 그의 이야기도 상큼하고 발랄하다. 희망과 긍정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힘이 느껴진다. 그의 이야기는 정녕 삶에 지친 자들, 상처로 인해 내적 음울함에 빠진 자들에게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내일을 새롭게 꿈꾸는 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현재에 안주하는 자들에게 채찍이 될 것이다. [긍정의 힘]에는 분명 많은 미덕이 있다. 그러나 진실을 호도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1. 부정 대 긍정 그는 말한다.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인생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인생을 바꾸고 싶으면 먼저 생각을 바꾸라고. 부정적인 생각은 지워버리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내면을 꽉 채우라고. 옳다.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

교회됨의 조건(1)(딤전3:14-15) / 정병선목사

교회는 지금 세상의 걸림돌입니다. 물론 교회다운 교회는 세상의 걸림돌이어야 하고, 걸림돌일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와 세상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추구하는 목표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갈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둠과 빛이 공존하기 어렵듯 교회와 세상 또한 공존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이 교회를 배척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교회가 세상의 걸림돌이 안 되는 게 문제지 걸림돌이 되는 건 하등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가 세상의 걸림돌이 되는 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교회가 교회다워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지나치게 세상을 부러워하고 세상을 닮으려고 하기 때문에, 아니 어쩌면 세상보다 한술 더 뜨기 때문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지금 세상 사람들이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