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653

설레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오늘은 2023년도 교회의 살림을 맡아 섬길 임원들이 하나님과 교우들 앞에서 신실하게 헌신할 것을 다짐하는 예식을 행합니다. 연합감리교회는 임원의 최대 임기를 3년으로 정하고 한 번에 한하여 연임하게 정해 놓았습니다. 교회의 중요한 문제들은 소 위원회가 분담하여 처리하고,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매 년 세 명씩 교체 됩니다. 교회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몇몇 사람이 독점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임원 공천은 담임목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공천위원회가 합니다. 이렇게 정한 이유는 담임목사가 행정을 독점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담임목사가 자신의 뜻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임원으로 세워 비리를 행하고 교회를 어렵게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연합감리교회의 제도에는 그럴 여지가 없습니다. 저는 그동안 매 ..

가슴을 펴고 새해를 !

Happy New Year! 주님의 은혜와 사랑이 교우님의 영혼에, 가정에 그리고 하시는 일 위에 함께 하기를 기도 드립니다. 저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AAMA(버지니아 연회 아시안-아메리칸 목회자 모임) 수양회를 인도하고 잠시 조용한 곳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작년에도 같은 기간에 같은 곳에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여러 가지 일들에 지쳐서 피신해 있었던 셈인데, 올해는 평안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작년 이맘 때는 2년 반 동안의 팬데믹이 끝나가는 시점이었습니다. 소위 ‘팬데믹 피로감’(the pandemic fatigue)으로 인해 모두가 지쳐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모두의 신경이 곤두 서 있었고, 작은 일에도 크게 반응했습니다. 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돌아 보니, 과민하게 반응한 일들이 생각이..

기쁨과 감사의 보고서

예년 같으면 12월 셋째 주일에 성탄을 기념하고 넷째 주일에 송년 예배를 드렸는데, 올해는 두 가지를 겸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예배 후에는 여선교회에서 준비한 음식을 나누며 성탄과 송년을 축하할 것입니다. 속회별로 자리 잡고 환담을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속회 편성표를 받아 보실 것입니다. 이미 알려드린 대로, 부분적으로만 개편을 했습니다. 그동안 속장으로 섬기시던 분들 중에 전상중/최정자 속장님은 건강의 문제로, 김낙중/이은진 속장님은 신상의 문제로 속장 직분을 내려 놓으셨습니다. 한해 동안의 수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내년에 새로 속장으로 섬기시는 교우들도 계십니다. 김정환/민원기 교우님과 성평/김광순 교우님 그리고 정대인/신미영 교우님입니다. 쉽지 않은 일에 순종으로 헌신해 주심에 감사 ..

살아 있다는 것

며칠 전, 아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화장실에서 화장을 지우다가 그럽니다. “아이고, 언제 이렇게 되었대. 주름은 늘고, 피부는 늘어지고, 몸은 이곳 저곳 쑤시고……” 그 말을 듣자 제 입에서 생각지도 않은 말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될 때까지 산 것이 감사하지……” 그 말을 하면서 저는 속으로 놀라면서 ‘어, 이거 진실인데?’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내도 저의 말에 공감해 주었습니다. 이제 겨우 육십 줄에 들어선 사람들이 청승을 떤다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요? 너무 나무라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노화의 과정에 적응하는 중입니다. 이제 얼마 지나면 당연하게 여기고 살 것입니다. 제 친구의 어머니는 남편을 위해 평생 한 가지의 기도만 드렸다고 하셨습니다. 한국 전쟁 때 총상을 일곱 군데나 맞고도 살아나신 그 어..

이제 끝나갑니다

지난 9월부터 설교로써 와싱톤한인교회를 섬기는 일을 지속해 왔습니다. 우리 교회 목회위원회와 임원회에서는 제가 12월 말까지 돕도록 승인해 주셨습니다. 저는 그동안 주일 오전 8시와 10시에 와싱톤한인교회에서 예배를 섬겼고, 집으로 돌아와 잠시 쉬었다가 우리 교회에서 예배를 섬겼습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곧 적응이 되어 큰 무리 없이 섬길 수 있었습니다. 와싱톤한인교회의 새 담임 목사님은 2월과 3월 중에 결정될 것입니다. 연합감리교회는 담임목사를 교회에서 결정하지 않고 감독님이 감리사님과 협의 하여 파송할 목사를 정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해당 교회 목회위원회와 긴밀히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가장 적절한 목회자를 찾습니다. 목회위원회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감독님이 파송한 목회자를 받..

흐르는 시간 앞에서

12월 첫 주일입니다. 이럴 때면 시간의 흐름이 빠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새해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또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오래 전, 제가 가르치던 대학에서 가나안 농군학교 김범일 교장을 초청하여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그분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새파랗게 젊은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러분, 인생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세요? 아닙니다. 내 인생, 앞으로 감자 몇 번 더 캐고 사과 몇 번 더 수확하면 끝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말한 이유는 시간을 아끼라는 깨우침을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젊을 때는 살아갈 세월이 충분할 것 같아 보이는데, 실제로 살아보니 그렇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저도 30대였기 때문에 웃고 말았는데, 이제 그분의 나이 즈음에 ..

믿음의 종착역

추수감사절을 잘 지내셨는지요? 미국식 명절을 거듭 지내면서 생각과 체질이 점점 미국화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과거에는 ‘굳이 터키를 먹어야 하나?’ 싶어서 우리 전통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이제는 터키 고기가 맛있게 느껴지고 곁들여 먹는 음식들도 입맛에 익어가고 있습니다. 몇 년 하다 보니, 터키 고기 써는 일에도 익숙해졌습니다. 이번에는 카타르 월드컵이 감사절 기간에 시작되어 명절 분위기가 더 진해졌습니다. 감사일 오전에는 한국과 우루과이의 게임이 있었고, 금요일(Black Friday)에는 미국과 영국의 게임이 있어서, 모처럼 여유를 가지고 즐겼습니다. 주말에 동네를 걷다 보니, 방문한 자녀들과 성탄절 장식을 하는 이웃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즐겨 듣는 클래식 음악 방송국은 감사절이 지나면 ..

서로를 살맛 나게 하는 일

오늘은 추수감사주일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이 절기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스라엘 백성도 과일과 곡식을 추수한 후에 감사절을 지켰습니다. 씨를 뿌리고 가꾸는 수고를 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모든 노력이 결실을 맺도록 허락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도 추수 시기에 맞추어 감사절을 지킵니다. 직장을 다니든 개인 사업을 하든, 그 본질에서 있어서는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땀 흘려 일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노력이 결실을 얻게 되는 것은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앞길을 계획하지만, 그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주님이시다”(잠 16:9)라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일 주일에 한 번 일손을 멈추고 안식일을 지키..

내 축복의 한 조각을 떼어

저는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한국 방문을 마치고 건강히 돌아 왔습니다. 모처럼 동역자들과 진지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장로교 통합측 목사님들의 연구 모임에 초청되어 간 것인데, 참여한 분들 중에는 서울과 지방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감당하는 목사님들이 많았습니다. 그 정도의 반열에 오르면 보통 어디 가서 누구에게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제가 부담을 느낄 정도로 진지하게 경청하셨습니다. 강의하는 제가 더 많은 감동과 위로와 용기를 얻었습니다. 오며 가며 비행기 안에서 영화를 세 편 보았습니다. 한국으로 갈 때는 The Darkest Hour 를, 올 때는 The Benediction>과 을 보았습니다. 는 2차 세계 대전 중에 처칠 수상에 대한 이야기이고, 은..

서울 유감

저는 서울에서 이 글을 씁니다. Ad Fontes(본질로!)라는 이름의 목회자 연구 모임에서 강의하기 위해 잠시 방문 했습니다. 이번 방문은 두 가지 점에서 특별합니다. 첫째는 개인적인 이유로서, 부모님이 모두 세상을 떠나고 나서의 첫 번째 방문이기 때문입니다. 우애 좋은 세 형제가 살고 있기는 하지만, 부모님이 안 계신 조국은 조금 낯설고 꽤 허전합니다. 강의가 끝나면 고향에 하루 다녀 올 생각인데, 비어 있는 고향 집을 보는 마음이 참 이상할 것 같습니다. 집에 간다는 소식을 들으시면 마당 입구의 ‘사형제 나무’(나무 줄기가 네 개의 가지를 뻗어 자라서 그렇게 별명을 지었습니다) 밑에 앉아 고개를 빼시고 기다리셨는데, 이제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도 생전에 인사 드리듯 집에도 가 보고, 부모님 모신 ..